[가정법원이 바뀌고 있다] ⑤ 김대휘 서울가정법원장

“이혼조정에서 판사재량권 커져야”

지역내일 2010-03-15
부적합한 조정위원, 이주여성 차별문제 시정할 것

급격한 이혼 증가는 우리 사회의 가정 해체로 이어지고 있다. 가정 해체를 방치하면 사회적으로 심각한 청소년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이혼소송과 소년재판을 맡고 있는 가정법원이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변화에 나섰다.
이혼소송이나 소년재판을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자녀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2005년 가사소년전문법관이 도입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가사재판과 소년재판에서 변화하는 법원의 모습을 조명했다.

“이혼소송 조정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조정에 응하지 않는 당사자에게 가벼운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대휘 서울가정법원장은 “가정법원이 이혼 과정에서 상처받게 되는 미성년 자녀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소년비행 등의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친권이나 양육자 지정, 양육비 지급, 면접·교섭의 문제 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합리적 결론을 내리기 위한 조정 과정에서 부부가 격하게 싸우는 경우가 많고 변호인들이 조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도 많아 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특히 서울가정법원이 관할하는 지역이 서울 강남 지역이다 보니 재산분할 금액이 큰 편이다. 한쪽 당사자에게 10억원 수준인 경우가 많아 소송 당사자 간의 다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는 “법관들이 부부간 첨예한 감정싸움에서 취해야 할 적절한 대응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는 한편, 조정에 대한 법관의 재량권을 조금 더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으로 가지 않고 조정에서 해결하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소송비용도 줄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로 합의를 하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재판으로 가려는 경우가 있어 이런 경우 가벼운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조정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는 “위자료나 재산을 더 요구하는 쪽이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요구하는 액수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면 당사자들이 조정에 대해 비교적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법원장은 “가정법원은 국민들 개개인의 삶, 가족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원”이라며 “판결로 권리나 의무관계를 재단하는 일반법원과 달리 후견적 복리적 기능을 훨씬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혼부부의 자녀문제에 더 관심”=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이혼재판 중인 부부들에게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도록 하고 이혼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아이들을 위해 놀이 치료 프로그램이나 비양육친과의 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혼 부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양육수첩’을 직접 제작하기도 하고 ‘미성년 자녀에 대한 의견청취 지침서’를 제작해 판사나 조사관들이 활용하고 있다. 김 법원장은 “법원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자녀의 의견도 듣고 비양육친이 자녀를 만날 수 있게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대법원은 부부생활이 이미 파탄이 났는데도 이혼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제기한 소송이라면 이혼을 인정하지 않던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다시 결합할 수 없을 만큼 결혼생활이 끝난 부부를 강제로 묶어놓는 상황에 변화가 온 것이다.
김 법원장은 “이제 물꼬를 튼 셈”이라며 “하급심에서는 판결이 엇갈릴 수밖에 없지만 사실 하급법원이 그러한 판결을 해야 선도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은 선언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논쟁과정 을 거치면서 정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모의 마음으로’ 소년재판 = 소년사건에서는 과연 어떤 결정이 소년에게 유익할 것인가에 대해 판사들이 보다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문제가 가정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병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어 전문적인 심리 상담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김 법원장은 “사회 내에서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면 가장 좋은데 그것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건강가정센터, 청소년센터 등 외부기관과 연계해 아이들의 심성과 품행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기관들이 늘어나고 프로그램이 조금 더 다양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가정법원 직원들이 법원에서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해서 관련 기관에 보냈다. 그는 “법원으로서는 연계기관 상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내니까 아이들을 잘 보살펴달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는 법원이 ‘관심과 소통’의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려주려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밖에 소년재판에서는 화해권고제도를 활성화해 가해소년과 피해소년이 화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양쪽이 모두 상처를 씻고 자기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법원장은 “학교나 지역사회가 처벌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문제를 일으킨 청소년이 사회나 학교에 복귀하고 적응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혼문제나 청소년 문제는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부 비판 수용해 개선해나갈 것” = 김 법원장은 외부에서 부적합한 조정위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전문성이나 의욕이 떨어지는 조정위원은 정리를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문화 가정의 이혼소송에서 통역서비스나 이주여성들의 차별문제를 점검해 부족한 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당사자가 통역인을 신청해야 하는데 이러한 제도가 있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며 “이주여성들에게 이러한 서비스에 대해 공지하고 소송비용이 없는 경우에는 소송구조도 같이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구술주의와 법정언행개선 TF팀을 가동해 판사들이나 조정위원들이 소송절차의 심리방법이나 언행에 좀 더 신경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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