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전셋값이 출렁이는 진짜 이유

‘불 꺼진 판교’? 판교 전세 ‘하늘에 별 따기’

1~2월 ‘학군수요’에 강남 맹모까지 가세 … 물건 동나면서 전셋값 급등 동판교가 더 비싸

지역내일 2010-03-15 (수정 2010-03-15 오후 3:53:42)

요즘 판교의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2008년 12월 31일 첫 입주를 시작해 현재 1만6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공사를 끝내고 입주할 수 있는 상태가 됐지만 전세 물건은 찾기가 어렵다.
판교 전세가격이 분당을 앞질렀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 것은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분당에 비해 새 집인데다가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혁신학교가 속속 문을 열면서 판교 입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학교로 매스컴을 탄 보평초등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봇들마을 2단지와 7~9단지 인근 부동산에는 전세 매물 문의 전화가 꾸준히 걸려온다. 흡사 서울 양천구 목동처럼 학군 수요가 생겨나고 있는 것. 출렁이는 판교 전셋값 그 속사정을 알아봤다.

그 많던 판교 전세 누가 소화했나
지난 1월 서판교 백현마을 7단지 휴먼시아로 이사한 주세영(35) 씨는 용인에 소유하고 있는 30평대 아파트를 전세 놓고 돈을 더 보태 지금의 집을 전세로 구했다. 친정인 분당 가까이에서 살고 싶은 것도 이유였지만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큰 아들의 학교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분당 시범단지 쪽 전세를 알아보니 20년 다 된 30평대 아파트가 2억5천만원 하더라구요. 판교에 와서 집을 둘러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같은 값이면 새 집에서 살아야겠다 싶었고, 개교를 앞둔 새 학교(신백현초)에 대한 기대도 컸죠.”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살던 김정희(40) 씨도 지난 달 판교 백현동의 대림 이편한세상으로 이사했다.
“신혼 초부터 강남에서 살았으니 10년이 넘었는데, 이젠 별다른 매력을 못 찾겠어요. 집도 그렇고 생활기반 시설들도 노후화되는 게 피부에 와 닿으니까 더 나은 곳이 없을까 눈을 돌리게 되더라구요. 장기적으로 볼 때 판교는 녹지와 자연환경, 교통 같은 생활여건이 지금의 강남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용인 기흥구 연원마을의 이성희(37) 씨도 판교로 이사를 고려 중이다. 이유는 서울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남편과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7살 아들의 학군 때문.
“판교로 이사하면 남편의 출퇴근시간을 왕복 2시간은 줄이겠더라구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의 학군도 그리 나쁘진 않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혁신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이사를 할까 생각 중이에요. 판교로 이사하면 분당 생활권 안에서 살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구요.”

판교 전세 가격, 분당을 앞질렀다
지난 10일 오전에 찾은 동판교 봇들마을 9단지 금호어울림 아파트 주변 상가. 보평초등학교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블록에 부동산 24곳이 밀집해 있지만 상담 중인 손님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판교강남부동산 이국진(공인중개사) 사장은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1~2월 안에 이사 들어올 사람은 다 들어온 상태라 전세 물건은 거의 계약을 마쳤다”며 “물건이 부족해 전세 재계약 기간이 돌아오기 전까진 전셋값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곳의 전세가격은 109㎡형(33평)이 3억, 125㎡형(38평)이 3억5천~3억8천만원, 145㎡형(44평)이 4억2천~4억5천만원 선. 지난해 하반기보다 4천만원~7천만원 가량 오른 가격이지만 10일 현재 나와있는 전세 물건은 겨우 30평대 1개, 40평대 3개가 전부다.
‘판교에 빈 집이 많다’는 일간지 뉴스와 공중파 방송 또한 사실과는 달랐다. 이국진 사장은 “얼마 전 봇들마을 803동을 카메라 앵글로 잡은 화면과 함께 판교에 ‘불꺼진 창’이 많다는 TV뉴스를 봤는데 어이가 없었다”며 “살던 집을 정리 못한 일부 집주인의 이사 계획이 늦어져서 그런 것일 뿐 전세물건은 이미 지난달 말로 동이 난 상태”라고 전했다.
분당과의 거리 때문에 동판교에 비해 주거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서판교의 전세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실제 지난 달 2억원대 초반이던 서판교 백현마을 휴먼시아 109㎡형(33평)의 전셋값이 최근에는 2억5000만원~3억원을 호가한다. 판교역을 중심으로 동판교쪽부터 오르기 시작한 전세가격이 백현마을, 산운마을 등 서판교에까지 영향을 끼쳤기 때문. 현재 중형아파트의 경우 아예 전세 물건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판교 전세값이 분당을 앞질렀다는 얘기는 과연 사실일까. 분당 역시 전세금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판교의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
서현동 시범현대, 한양, 우성아파트 105㎡는 2억5천만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고, 시범삼성과 한신아파트는 이보다 높은 2억8천만원대에 불과하다.
서현동 삼성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분당에 비해 새 집이고 사교육이 필요 없는 혁신학교 등이 속속 개교하면서 판교 전세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생활권이 안정된 분당 인기지역 아파트는 전세 물건이 워낙 귀하다 보니 나오는 대로 계약이 이뤄지는 편”이라고 전했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초등 학부모의 판교 러쉬, 혁신학교 발목 잡나
학급당 학생 수, 규정인원 35명 넘어 … ‘작은 교실’은 헛된 꿈?

판교 삼평동의 봇들마을 주변 아파트 인기의 바탕에는 탄탄한 학군 수요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혁신학교로 지정한 20여개 학교 중 한 곳인 보평초등학교가 9단지 내 위치해있기 때문. 특히 강남권 거주자들까지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기 위해 전셋집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보평초등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킨 학부모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생이 너무 몰리다 보니 학급 정원이 법적으로 정해진 학급당 35명보다 오히려 많아졌기 때문이다. 작은 교실에 희망을 품고 서울에서 이사왔다는 보평초의 한 학부모는 “막상 학교에 가보니 한 학급의 학생 수가 40명 가까이 되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어떤 반은 전학생 때문에 학년 말 한두 달 동안 학생 수가 50명이 넘었다는 얘기가 들려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성남교육청 초등교육과 한정숙 장학사는 “보평초등학교의 언론 보도 이후 예상외로 많은 학생이 전입해오면서 25명 이내의 ‘작은 학급’을 핵심으로 하는 혁신학교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오는 9월 문을 여는 성남 화랑초로 학생을 분산하거나 장기적으로 보평초의 교실을 늘리는 방법 등 학교와 교육청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정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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