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배반당하지 않기

지역내일 2010-03-13

알코올중독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남에게 잘 한다는 이야기는 흔히 듣는 말이다. 으레 사람이 좋아서 그렇다고 치부한다. 그런데 왜 그들은 그토록 남에게 잘할까?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인정을 받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토록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리라. 자신의 생존은 전적으로 타인에게 달렸다고 믿어, 남들에게 거부, 거절, 배척, 소외당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생존의 전략이 된다. 자신을 돌보고 챙기는 것은 뒷전이고, 남들에게 잘 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건다. 그래야만 생존을 보장한다고 믿고 맹목적이다.


타인이 자신의 생존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남들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영아기의 부모처럼 자신의 생존에 절대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 속에 각인된 대로 그렇게 살아가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타인들에게 초점을 맞춰 애쓰며 살아가는 동안 정작 중요한 자신에게는 소홀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결국에 자신을 쓰러뜨리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바로 나라고 여기고 그래서 당연히 끝까지 나만을 위해 존재할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 자신을 배반한다. 대표적으로 나의 몸이다. 나의 몸뚱이를 내 것이라고 여기고 마음대로 혹사시키는 수가 많다. 남들을 위한다며 자신의 육신에게 일상적으로 무리를 가하는 대표적인 것이 과음이다. 니코틴과 해로운 화학물질을 들이키게 하는 수도 많고, 과로로 몸에 피로를 누적시키고, 이런 저런 부상으로 몸을 다치게 하기를 일삼는다. 이처럼 자신의 몸을 수족같이 부리며 지나치게 고생을 시키면 언젠가는 이 몸뚱이가 자신을 배신한다.


몸뚱이만이 아니다. 나라고 또는 내 것이라고 여기고 마음대로 굴다가 배반당하는 일은 많다. 부인을 마치 자신의 몸종처럼 여기고 마음대로 굴다가 힘이 빠질 때가 되어 이혼을 당하기도 한다. 자식들을 자기 소유물로 여기고 학대하다가 자식 때문에 못 볼꼴을 당하기도 하고 늘그막에 외면당하기도 한다. 굽실굽실하던 하급자를 무시하고 군림하다가 나중에 보복 당하는 수도 있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마음조차 자신을 배반해 버린다. 자신의 마음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고 무작정 참고 통제만 하다가는 언젠가부터 자기 마음조차 마음먹은 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우울이 대표적이다. 그 우울증이 막판에는 자기를 살해하는데 그것이 바로 자살이다. 모름지기 남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배반당하지 않도록 하며 살 일이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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