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시니어 뉴스레터 ‘시니어 통’ 조연미 대표

오늘은 내일보다 젊은 날, 시니어의 삶을 디자인하다

지역내일 2010-03-08 (수정 2010-03-08 오전 11:50:45)

고백컨대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나이가 지긋한 시니어를 상상했다.
국내 몇 안 되는 시니어 전문 강연가, 삶을 새롭게 디자인 한다는 의미의 ‘리봄 디자이너’, 시니어 온라인 뉴스레터 ‘시니어 통’의 대표…. 하나같이 언뜻 이해되지 않는 이 직함들은 조연미 대표를 따라붙는 여러 수식어들이다.
가지고 있는 직함도 여럿인데다 그마저 없는 직업을 만들어낸 사람.  궁금하던 차에, 오랫동안 벼르고 있던 만남은 의외로 간단히 성사되었다.
아직 채 50세도 안된 그녀가 시니어 전문가란 타이틀을 얻게 된 과정부터 들어보았다.
 
온라인 게임업체 대표, 시니어 온라인 게임을 꿈꾸다
조 대표의 처음 직함은 온라인 게임업체 대표였다. 중국, 일본 등 해외시장까지 진출하고 산업 자원부 ‘게임 대상’ 까지 받을 만큼 소위 잘 나가는 업체를 운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20대 전용 게임이 이미 포화상태가 된 시장과 맞닥뜨린다. 한계를 직시하고 관점을 돌려 여성과 노인을 위한 게임을 구상하게 된 조 대표.
‘네이버 주니어는 있는데 네이버 시니어는 왜 없는가’라는 단순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아직 여성과 노인이 크게 조망 받지 못하던 때였다.
당연히 국내 자료는 전무, 2006년부터 해외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를 맞은 유럽이나 일본에서 발간한 책과 자료를 모으고 번역도 직접 해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일본엔 그 무렵 단카이 세대를 위한 7~8개의 시니어 포탈이 생기는 분위기였어요. 우리도 곧 닥칠 고령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해외시장도 분석하고 시니어 관련 자료들을 모두 모아 사내 카페에 하나둘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올린 자료들을 보고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자료가 업데이트 되면 피드백도 덩달아 많아졌다.
쌓인 정보와 자료로 시니어 마켓 관련 미니 세미나를 개최하게 되었고 거기서 모인 자료들은 또다시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2007년 그동안 모았던 시니어 관련 자료들을 모아 온라인 정보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사내 직원 등 약 700명에게 보내던 온라인 뉴스레터는 2009년 6월 4,500명의 고정 발송처를 확보한 시니어 정보 뉴스레터 ‘시니어통(通)’에 이르게 되었다.

시니어와 통하는 통, 시니어를 담는 통, 시니어 전문가를 꿈꾸는 통
그렇게 매주 ‘시니어 통’을 발송하고 70호쯤 내다보니 시니어 관련 마켓 관계자들의 피드백과 반응들이 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전문 내용이 추가 되니 뉴스레터는 점점 업그레이드 돼 어느 순간 자체 생산된 콘텐츠만으로 구성하게 되었다.
“처음 1년은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던 시기였어요. 2년째엔 관심이 누적되면서 현실의 정보와 자료가 쌓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실제 시니어들의 피드백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지요. 그렇게 5년이 되다보니 시니어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전문가의 자리까지 오게 됐답니다.”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길을 먼저 개척한 덕분에 지금은 대학이나 기업에서 강연 초청이 쇄도하는 시니어 전문가라는 명함을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KBS 라디오 시니어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도 참여하고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시니어 창업 지원에 자문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보다 고령사회가 먼저 온 나라들의 책을 많이 봤어요. 그러면서 변화의 추이를 읽었지요. 신문에 단신으로 실린 기사들 속에서도 조만간 우리사회에 맞닥뜨릴 시니어의 변화된 삶의 양식들이 읽혀지더라고요.”
또 주변 시니어들의 변화를 보면서 ‘늙으면 쭈글쭈글 해지고 골방에 틀어박혀 지내야 하는 것’이 아니구나. 우리 사회도 ‘노년이 달라지고 있구나.’를 실감하게 됐다는 조 대표.

분당ㆍ용인 시니어 리더들 ‘롤 모델’ 보여주기를
이쯤에서 그녀가 말하는 시니어의 정의를 들어보자.
“고령자나 노인이 주는 어감은 마치 ‘아줌마’와 비슷해요. 왠지 얕잡아 보고 하찮은 존재로 깍아 내리는 기분이랄까. 70세가 되어도 노인이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우리 시대의 달라진 마인드에요. 존재감 없는 노인이 아니라 권리를 찾아 당당히 누리고 소비의 주체가 되는 새로운 명칭입니다.”
조 대표는 아줌마가 ‘미시족’이 된 것처럼 노인이 ‘시니어’가 된 것은 힘든 틀을 깨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시니어는 나이의 문제, 연령의 문제가 아니에요. 젊은 삶을 원하는 사람, 진취적이고 액티브하게 살려는 사람, 뒷방 노인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아우르는 말이죠. 시니어는 인생이 해피해지는 분들입니다.”
그렇게 시니어를 재해석한 ‘뉴 시니어’ 는 조 대표가 그리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시니어들도 이제는 본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갖고자 해요. 예를 들면 알이 하나만 있어 양쪽으로 옮겨 다닐 수 있다면 이안경의 필요는? 노안이 오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눈 화장을 위한 안경이죠. 노년에 대한 이해 없이는 탄생 할 수 없었던 안경입니다. 그래서 ‘효자가 상품을 만든다’는 말이 있어요.”
조 대표는 요즘 강연을 다닐 때마다 ‘시니어들도 다시보고, 다시 배워야 새 봄을 맞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리봄 디자이너라는 조 대표의 또 다른 직함처럼 ‘오늘은 내일보다 젊은 날’이라고 힘 있게 말한다.
“분당과 용인의 시니어는 ‘시니어 리더’로서 롤 모델을 새로 만들어 보여줘야 해요 역할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것은 바로 ‘경험의 전수’입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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