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공교육, 현장을 가다 - ‘한일고등학교’
높은 학력·바른 인성…한일고표(標) 인재를 키우다
전교생 기숙사, 자주협력학습, 화랑교육 통해 글로벌 정신 심어줘
서울대 20명, 연세대 39명, 고려대 52명, 카이스트 8명, 경찰대 18명, 사관학교 13명, 의과대 42명. 160명이 졸업한 공주 한일고(학교법인 한일학원·교장 김종모)의 2010학년도 대학진학현황이다. 경찰대는 수석합격자를 비롯해 2년 연속 최다합격자를 배출했다. 10명 이상 경찰대 합격자를 낸 고등학교는 한일고가 유일하다.
또한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분석 결과에서도 언어 수리 외국어 3개 영역을 합산한 평균점수가 388.52점으로 전국 고교 중 8위를 차지했다. 특목고와 자사고(자립형 사립고)를 제외한 일반계고 중에서는 단연 1위다.
한일고가 이렇듯 빼어난 교육성과를 거두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전국 학부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한일고를 찾았다.
중간제목 : 학교가 우리집
한일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른바 전일제(全日制) 학교다. 1987년 개교 이래 지켜온 원칙이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과 생활에 대한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우게 된다. 여럿이서 같이 보내야 하는 기숙사 생활은 공공의 생활 태도와 원만한 인간관계 훈련 속에서 사회성을 갖추는 좋은 기회다. 진정한 홀로서기와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기르게 되는 것.
최용희 입학상담실장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수한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사고와 행동방식을 경험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넓은 시야를 가진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적인 인맥을 쌓는 기회도 된다”고 했다.
이처럼 기숙사는 숙식의 편의와 휴식 및 재충전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교생 기숙학교라는 특성은 바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 및 교과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율적인 생활습관은 자율적 학습습관으로 이어진다. 스스로 계획을 짜고 시간을 조절하는 등 자기관리법을 배우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다.
김종모 교장은 “공부의 방향을 스스로 찾게 되면 이후로는 학습 방법이나 내용 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지적 욕구를 채워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기숙학교가 가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중간제목 : 자주협력학습, 실력의 원천
우수 학생들이 모여 있다보니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도 보통이 아니다.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교수-학습의 차별화는 수준별 특강으로 이어진다. 전국에서 최고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지만 작은 수준 차이를 다시 구분해 학생들 개개인의 실력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일고는 이밖에도 진도의 조기완성과 교과 과정의 반복, 논술 및 토론교육의 강화, 사고력 배양을 위한 독서교육의 확대, 교과별·단원별 심화학습 등 특성화되어 있는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고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자주협력학습이다. 학생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한일고만의 교육방식 중 하나다. 스스로 하는 공부법을 터득한 우수한 학생들이 있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DT(Debate Tutoring)라고 불리는 이 수업은 기숙사 한 방 동료 8명이 한 조가 돼 수업을 준비하고 서로 가르침을 주고받는다. 학생들이 과목별로 자신의 장점을 부족한 친구나 후배들과 나누는 것이다. 서로간의 경쟁에만 내몰려 있는 다른 학교와는 다른 광경이다.
최용희 실장은 “이 수업을 통해 함께 협력하는 법을 배우며 리더의 자질을 자연스럽게 갖춰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은 대부분 토론위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이런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학습동아리를 꾸려 외출이 허락되는 주말에도 과제 해결에 골몰한다. 현재 학교승인을 받은 동아리만도 63개, 학생들끼리 활동공간을 만들어 자신들만의 탐구활동을 하는 동아리까지 합치면 100개가 훌쩍 넘는다. 대원외고나 민족사관고 등의 동아리들과 교류하는 등 동아리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적극적이다.
중간제목 : 한일고만의 인재를 키우다
김종모 교장은 “공부 하나만 생각하는 것은 결코 교육적이지 않다”며 “한일고가 생각하는 인재상은 공동체의식을 갖고 내 고장과 세계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글로컬(Global+Local) 리더”라고 강조했다.
높은 학력 못지않게 바른 인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일고는 ‘화랑교육’을 인성교육 브랜드로 내세운다. 화랑교육은 신라의 화랑정신의 근간인 ‘충·효·신·용·인(忠·孝·信·勇·仁)’과 조선시대 선비정신이 담고 있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학예일치(學藝一致)’의 이상적인 교육관을 본받고자 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
김종모 교장은 “민족정신의 바탕위에서 현대적 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배양하여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학생들은 3년 동안 충무공 전적지 순례, 해외문화교류, 백제문화탐사, 역사인물탐구, 태권도 스키 등 스포츠 교육, 기타(양악) 단소(국악) 연주지도, 공연관람, 명사특강, 진로여행, 외국어 교육, 정보기술자격증 취득 등 40여 가지 체험학습에 참여한다. 체험학습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화랑바라기’를 채워나간다. 과제를 해결하며 체험후기를 적은 일종의 기록장이다. 김 교장은 “학생들은 화랑바라기를 통해 자신의 성장과정과 함께 졸업 후 사회에서 실천해야 할 신념과 목표를 일깨워주는 나침반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일고 학생들은 학교가 위치한 공주시 정안면 주민들에게는 아주 고마운 존재다. 칭찬도 자자하다. 학생들은 주말이면 인근 농촌마을로 나간다. 지역의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일을 돕는다. 지역의 중학생들을 1:1로 가르치는 멘토링도 한다.
김종모 교장은 “높은 학력과 바른 인성,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으며 내가 사는 지역을 이해하고 국가관이 확고한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일고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가진 한일고표(標) 인재를 키우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덕중 리포터 dayoon@naeil.com
미니인터뷰 - 김종모 교장
제목 : “홀로서기와 더불어 살기를 가르치죠”
한일고 김종모 교장(58)은 한일고의 산 역사다. 개교 때 평교사로 참여해 교감을 거쳐 교장까지 한일고와 함께 했다. 한일고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그의 땀방울이 교정 곳곳에 뿌려졌다.
그는 ‘홀로서기’와 ‘더불어 살기’를 강조한다. 한일고 학생들은 입학 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자기 스스로 계획을 짜고 시간을 조절하는 등 생활을 관리하고 공부하는 ‘홀로서기’를 배운다. 또한 공동체 생활은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더불어 살기’를 체득하는 기초가 된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장점을 나누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학습법도 배우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한일고가 자랑하는 자주협력학습의 기본틀이다.
김 교장은 “스스로 만들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교육방법”이라고 말했다.
한일고에는 교문 교복 공해가 없다.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가로막는 위해요소로 보기 때문이다.
“교문 교복 공해가 없는 3무(無)는 창의적 인재교육의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를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가로막는 위해요소로 봅니다. 교문이 없어서 학생들의 시선은 학교를 벗어나 멀리 뻗어나갑니다. 교복이 없이 자율복장이어서 생각과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죠. 깨끗한 환경이라 자연적인 공해도 없습니다. 인터넷, 컴퓨터, TV, 휴대전화 등 사회적 공해도 제거했죠.”
이런 그의 교육방침은 창의성마저 주입식으로 길러지는 현실 교육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됐다.
그는 “자율성과 다양성에 기초해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가는 힘을 길어주는 것, 그 과정에서 친구나 선·후배와 협력하는 법을 함께 배우게 되는 것이야말로 학생들에게 진정한 창의성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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