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와 권태

지역내일 2010-03-05

권태와 무료함은 단주의 적이다. 누구나 지겨움이나 지루함을 오래토록 견디기는 어렵다. 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이를 더 잘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알코올의 여러 효과 중에 두드러진 것이 감각을 둔화 또는 마비시키는 것이다. 다른 어느 것보다도 바로 이 효과 때문에 술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평소에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마다 구역질나는 불쾌와 쓰라린 고통을 겪는다면 더 술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은 너무나 신경이 쓰여 그 괴로움이 극에 달하면 술이라도 퍼마시고 취해버려 아무 것도 모르기를 원한다. 즉 회피적 동기의 음주이다.


실제로 우리의 감각은 적절한 자극에 안정과 쾌감을 느끼도록 되어 있다. 약간의 소음이나 도닥거림이 아기를 더 빨리 안정시킨다는 것은 애를 길러보면 누구나 안다. 생리학적으로 따지면, 사람들이 큰돈을 아낌없이 지불하며 즐기려는 것들이 사실은 감각 기관의 자극 추구에 불과한 것 아닌가?


단주를 위하여서 권태에 대한 합당한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무언가 자신의 낙을 개발하는 것이다. 오로지 독한 술이 주는 짜릿한 자극과 만취 후의 무자극의 해방만이 유일한 평안이었던 생활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즐거움과 쾌감을 누리는 능력을 개발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금전과 시간과 정성을 투입해야 한다. 놀고 즐기는 것조차 생전 처음 해보는 것이 매우 어색해 하고 낯설어하므로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결국 일이나 생산보다 소비를 해가며 잘 노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회복을 위한 투자이다.


권태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권태로움은 흔히 할 일이 없이 혼자일 때 느끼는 싫증 비슷한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권태가 없다. 어울려 장난을 치다가도 혼자가 되면 어느새 느긋하게 게으름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인간만 권태감이라는 것을 느끼는가? 진화론은 인간에게서 쓸데없는 기능이나 구조는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하는데···.


흔히 고독감과 함께 느끼는 권태감은 비생산적인 부정적 감정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사실은 이런 상태에서라야 사람들은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깨달음을 얻고 성숙의 기회를 갖는다. 오늘날 아동 양육의 가장 큰 문제는 아동의 발달을 위한다고 지나친 자극을 퍼붓는 것이라고 한다. 지나친 자극에 중독이 되어 조금도 혼자 있지 못한 것이 성숙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단주 생활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고독과 권태가 필요한 이유이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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