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재건팀(PRT) 파견을 앞두고 현지 테러단체가 사용할 목적으로 보이는 전략물자가 밀수출돼 사법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한쪽에서는 현지 안정화를 위해 군대까지 포함된 지역재건팀을 지원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군사장비로 테러범을 지원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최근 국가정보원과 합동으로 파키스탄인이 군용통신기기를 구입해 현지 테러단체에 밀수출한 혐의를 잡고 계좌추적과 통신기록조회 등 증거 확보에 착수했다.
파키스탄은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북부 산악지대는 탈레반 세력의 은신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군의 탈레반 색출작전이 ‘아프팍(아프간+파키스탄)’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키스탄인 ㅇ씨, ㄹ씨는 국내에서 각각 무역회사를 설립해 해외 거래경험을 쌓은 인물들. 여기에 한국 여성과 결혼해 국내 거주중인 ㅂ씨가 가세했다. 이들에게 국내에서 밀수출을 기도하다 강제추방된 ㅁ씨가 접근했다. 이 때가 2007년 11월. ㅁ씨는 밀수출 혐의로 2007년 구속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ㅁ씨는 ㅇ, ㄹ, ㅂ씨에게 환치기 수법으로 자금을 송금하고 국내 생산업체로부터 군용통신기기를 구입한 뒤 정상적인 수출물품인 것처럼 속여 밀반출하도록 했다. 군용통신기기는 전략물자로 방위사업청장 허가 없이는 수출할 수 없다. 하지만 사법당국에 적발되기 전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만큼 다양한 물자가 테러단체의 손으로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다국적군의 인명손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테러단체가 한국에서 생산한 군용장비를 사용중인 것이 발견될 경우 심각한 외교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미군 등은 지난달 탈레반 저격수들이 나토(NATO)군 공용의 5.56mm 총알을 사용하는 사례를 찾아내 ‘서방물자가 새어들고 있다’며 잔뜩 경각심이 높아진 상태다. 외교당국은 이번 사건이 우리 PRT 파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책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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