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기획 - 2010 성남, 용인 지역 영재교육 점검

창의적 문제 해결력이 영재성의 관건이다

지역내일 2010-03-02

지난 1월 각 시도 산하 영재교육기관들은 2010학년도 영재교육원 합격자를 발표하고, 입학 전형을 마무리 지었다. 각 영재교육업체들은 금년도 출제경향을 분석해 내년도 영재교육원을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발 빠르게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외고의 경쟁력이 다소 하락하면서 영재학교와 그 전초 단계의 영재교육원 입학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또한 입학사정관제와 맞물려 창의적 사고력 영재교육이 그 해답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재교육 과열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의 정책과 선발방식이 해마다 바뀌므로 시류를 타는 영재학습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이 말하는 올바른 영재교육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들어봤다.


2010학년도 영재교육원 시험 분석
2010학년도 영재교육원 시험은 지난해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학문적성검사를 폐지하고 3단계로 입학 전형을 실시한 것이다. 그중 2단계 ‘영재성 검사’가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로 평가됐다. 영재성 검사는 지난해와 달리 학년별로 나뉘어 제시됐으며, 학년에 따라 14개 문항 또는 학문적성검사 영역을 묻는 4문항을 포함한 총 18문항이 출제됐다. 영재교육원 입시 교육을 하고 있는 교육전문 기업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의 출제 경향 분석에 따르면 2단계 영재성 검사에 수학 · 과학 개념과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창의성 요소가 추가된 점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이번 학년도에는 학문적성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로 창의성 영역에 수학·과학의 개념과 원리를 적용한 통합적 문제가 출제된 것이다. 각 영역의 비율은 창의성 영역 50%, 수리 공간·지각능력 영역 31%, 언어능력 영역 19%로 나타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필요로 하는 문항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의 이미경 소장은 “영재성 검사는 지식과 개념보다는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계속 발전하고 있으므로,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영재교육의 정통성을 확립한 KAGE 분당연구실
KAGE는 우리나라에 영재교육법이 시행되기 십 수 년 전인 1990년대 초부터 영재교육의 모델이 된 교육기관이다. CBS 영재교육학술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가 ‘KAGE 영재학술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웩슬러 검사를 비롯해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창의성 검사 등을 통해 영재성을 파악한 후 영재교육이 가능한 우수아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분당에서 15년간 KAGE 연구실을 운영해온 한미숙 원장은 “머리만 좋다고 다 영재는 아니다”라며 “우수한 지능에 적절한 교육환경과 배우는 즐거움이 있을 때 진정한 영재성이 발휘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아이의 영재성과 창의성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수학과 과학을 몰입해서 영재원 입학을 목표 삼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KAGE의 영재교육이 정통성을 인정받는 것 중 하나는 단순히 영재교육원 입학을 목표로 대비하는 교육을 하지 않으며, 정확한 검사를 통해 검증된 영재 아동들만 대상으로 수준 높은 영재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KAGE 출신 학생들이 영재교육원 입학률이 높은 것은 이미 걸러진 영재들이라는 것과 언어, 과학, 수리, 사회, 창의력 등의 다양한 영역의 프로젝트성 탐구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 원장은 강조했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미니인터뷰-성남교육청 영재교육원 합격한 허세현 학생 어머니 이선영씨]
아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아이가 5살 때 식당에서 메뉴를 읽었어요. 저는 아이가 스스로 한글을 터득한지 모르고 있었거든요.”그렇다고 세현이의 성장과정이 별난 신동처럼 특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영재라고 별로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다른 아이들보다 인내심과 절제력은 좀 강했어요. 말은 많은 편이 아니고 할 말만 하죠. 몸을 움직이는 활동보다는 앉아서 만들고 그리는 손 조작능력이 뛰어났어요. 여자앤데 심지어 로봇조립도 좋아했죠.”
세현이는 서울에 살 때 우연한 기회로 서울남부교육청 영재원 선발에 지원했다가 합격한 케이스. 이번에 판교로 이사 오면서 성남교육청에 응시해 다시 합격했다. 세현이가 영재교육이든 학교 학업이든 과한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피해를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선영씨.
“저희 아이가 학교 시험을 올백 맞는 내신형은 아니예요. 수학, 과학을 좋아하고 미술도 좋아하면서 다양한 관심을 보이고 있죠. 책도 가리지 않고 잡히는 대로 읽는 편이구요. 아이가 즐거워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주려고 늘 노력합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안진훈 박사]
영재성 따지기 이전에 아이 두뇌 특성부터 파악해야

요즘 가장 바쁜 교육 전문가인 안진훈 박사가 분당센터에서 학부모 설명회를 한다고 하여 부리나케 찾아가보았다. 칼럼으로만 읽던 안 박사의 교육논리가 열띤 강의로 살아 숨쉬는 순간이었다. 안 박사는 좌뇌와 우뇌의 특성을 파악하여 각 두뇌성향의 강점을 살리고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통합 두뇌기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좌뇌형은 사고력이 뛰어나고 우뇌형은 창의성이 발달하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아이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우뇌형입니다. 공부라는 것이 양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데, 우뇌 아이들에게 좌뇌를 많이 사용할 수 있게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수학, 과학 위주의 공부를 반복적으로 시키죠. 그러면 두뇌에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고, 우뇌의 창의성마저 사라질 수 있습니다”라고 안 박사는 설명했다.
안 박사는 영재들도 우뇌에 배해 좌뇌가 상대적으로 발달한 좌뇌우위형 영재, 좌뇌에 비해 우뇌가 더 강한 우뇌우위형 영재가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과학고에 많으며, 후자는 외고에 많다. 그러나 영재들의 두뇌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영재교육을 하거나 각 특성의 단점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편향된 영재교육을 함으로 해서 영재들이 고유의 영재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 우뇌아이에게는 좌뇌의 운영체계를 깔아줘야 성적이 오르고, 좌뇌 아이에게는 우뇌의 운영체계를 깔아줘야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안 박사는 우뇌형 아이에게는 텍스트를 분석적으로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좌뇌적 읽기 훈련을 제시한다. 읽기 훈련만 잘해도 좌뇌적으로 사고하여 수학문제까지 잘 풀수 있게 된다는 것. 수학 ·과학만 좋아하는 좌뇌적 아이에게는 인문 사회분야로 관심을 넓혀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MSC에서는 좌뇌적 읽기, 스피치와 토론, 프로젝트 훈련을 통한 좌뇌 훈련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오은정 리포터


[영재 선발자들의 말말말]

선발된 아이들이 다 훌륭한 영재는 아닙니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와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는 영재가 국가가 원하는 인재입니다.  
 - 선병호 장학사(성남교육청 영재교육원)


면접할 때 보면, 수학·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한 아이는 은연중에 자기 말에서 관련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오더군요.  
 - 박용희 교사(상하초등학교 영재학급)


선발된 아이들이 학교 성적도 대체로 우수한 편이지만 꼭 전교 1,2,3등 학생들이 선발되는 것은    아닙니다.  
- 남경필 교사(용인 용동중학교 영재학급)


정보과학영재들은 복잡한 기계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퍼즐 퀴즈 문제를 골치 아파 하지 않고 풀어보려고 들고, 즐기는 경향이 있죠.  
- 김나라 교사(양영디지털고 정보영재학급)


도형을 주고 생각나는 것을 말하라 했더니 다양한 답이 나오더군요. 어른들은 생각 못하는 엉뚱하고도 기발한 생각을 해내는 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 유 광 교수(강남대 영재음악교육원장)


악기 연주를 기계적으로 하는 아이들보다는 몸으로 느끼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있더군요.
- 유재근 교수(경원대 음악영재교육원)


어려서부터 책 많이 읽고 경험을 많이 한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합니다.
- 이경수 교사(용인 마성초 발명영재학습)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보다는 표현력이 뛰어나고 다른 아이들보다 색다른 면을 가진 아이들을 뽑았습니다.
- 황영기 교사(계원예고 영재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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