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자녀교육에 대한 어머니들의 열정은 다르지 않다. 그 옛날 맹자 어머니도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란 이야기가 있지 아니한가. 이로써 맹자 어머니는 고금에 으뜸가는 현모양처로 꼽히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자녀교육에 있어서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말해주는 동시에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학습방향을 잡아주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요즘 최고의 화두는 단연 ‘다이어트’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몸으로 하는 다이어트와 머리로 하는 한자공부의 방향은 서로 유사한 점이 많다.
유행다이어트를 따라해 보고 다이어트 보조식품 이용해서 편하게 해보자는 생각이 오히려 몸을 망친다. 마찬가지, 책으로 하는 한자공부는 지루하고 효과가 없다며 만화와 게임 등 학습자의 흥미만을 자극하는 데 중점을 둔 학습 콘텐츠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실정이니 한자학습을 위해 만화와 게임을 선택했다면 내 아이가 과연 올바른 학습의 눈을 키워나가고 있는지 한번쯤 되짚어봐야 한다.
운 좋게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하자. 하나 요요현상으로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자라고 다를 바 없다. 애써 외우고 까먹고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고통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저학년 때 한자 급수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좋아할 것 없다. 이런 학생들이 몇 년 뒤 한자 국가공인급수시험을 보겠다고 오는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올바른 방법에 기초하지 아니한 학습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모래 위에 쌓은 집은 아무리 공을 들여도 무너지게 마련이다. 제대로 기초를 세우고 올바른 방향을 잡아나가며 학습을 해야 한다.
당신 아이의 ‘언어나이’ 몇 살입니까?
아이들이 열광하는 걸그룹 ‘소녀시대’를 한자로 제대로 쓸 줄 아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평소 좋아하는 것들을 한자로 바꿔 생각해보자. 이런 행동을 자주하다보면 책상 앞에 앉아 억지로 한자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생활 속에 한자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자신도 모르게 한자실력은 물론 사고력까지 향상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소녀’를 한자로 써보자. 당연히 나이가 적은 여자를 뜻하니 ‘적을 소(少)’를 써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작을 소(小)’를 갖다 붙인다. 이는 한자를 낱글자로 분리시켜 암기한 잘못된 습관 때문이다. 기본적인 원리를 무시하고 아이들을 지도해선 안 된다. 우리말이 어떻게 한자로 쓰였는지 원리를 알고 가야 한다. 그래야 생소한 용어가 나오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간단하지만 이것이 언어능력신장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무턱대고 한자쓰기와 암기만을 반복하다보면 한자공부는 아주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한자공부를 하는 목적은 ‘단기간 한자급수를 따느냐 못 따느냐’도 아니고 ‘중국어를 잘하기 위함’도 아니다. 이들은 한자학습 과정에서 생겨나는 당연한 부산물일 뿐이다. 결국 ‘한자를 통한 언어능력신장’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 아이 한자학습 플랜 세워보자
집에서 내 아이를 직접 가르치면서 한자의 개념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우선 유아 및 초등 저학년의 경우 한자는 시각문자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이들은 실체가 있는 글자는 쉽게 알지만 추상적인 글자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아이는 자기들에게 관심 있는 것을 기억한다. 잘 기억할 수 있는 특징을 살려 가르쳐야 한다.
만화는 흥미는 유발할 수 있으나 그림과 간단한 문장으로만 내용을 제시하기 때문에 사고를 단순화시켜 다른 책을 읽지 않으려는 우를 범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올해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 학교시험에서 주관식 문제를 단답형에서 서술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중이라 하니 논술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꾸준한 독서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이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싶다면 만화와 게임은 보조수단정도로만 여기자. 만화와 게임에 몰두하게 내버려둘 바에야 그 시간에 아이와 맛난 음식을 먹는 게 조금 덜 나쁜 엄마가 되는 셈이다.
‘좋을 호(好)’는 엄마(女)가 아이(子)를 품에 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그린 한자다. 아이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엄마란 셈이다. 내 아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올바른 처방을 내렸던 맹자 어머니의 지혜를 되새겨 볼 때이다.
이석주
이지수학원 한문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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