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고등학생들은 교과 이외의 좋아하는 분야에 꾸준히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요하는 탐구영역으로 알려진 과학은 특히 대중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과물을 얻는 기나긴 과정이 더욱 힘겨운 분야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도전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내 일찌감치 이에 매진하고 있는 창덕여고 3학년 주계현 양(오륜동)은 특별한 여고생으로 다가온다. 올 5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청소년 과학대회(ISEF)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주 양은 방학 동안 부들 연구와 수능준비를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부들’로 친환경 솜과 벽지 활용도 연구해
계현 양은 연못과 습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풀 부들을 1년 넘게 연구 중이다. 이 기간 동안 연구를 거듭하며 전국과학전람회 최우수상, 서울시과학전람회 특상, 서울특별시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장려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대전에서 열린 제1회 KISEF(한국청소년과학창의대전)에서 대한변리사 회장상, Ricoh 미국학회장상, 공학/컴퓨터 부문 최우수상, ISEF 출전 자격 대상 등 네 개의 상을 한꺼번에 휩쓸었다.
“대학생 지인 소개로 과학전람회 대회를 알게 됐고 출전을 위해 부들 연구를 시작했었죠. 사실 설마 상을 받겠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계속해서 진보된 연구 결과물을 내면서 여러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여름방학에는 대한민국 학생창의력올림픽 대회에 팀으로 출전해 세계대회 출전권을 얻으며 미국 대회에 참가,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고1때까지만 해도 계현 양은 화학․지구과학 등 과학, 수학을 좋아하지만 문과 성향도 많아 문과․이과 선택에 고심했었다. 하지만 부들연구를 계기로 자신의 진로를 정해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1년여에 걸친 연구 과정과 성과는 직접 작성한 ‘친환경 소재로서의 부들솜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부들의 암꽃을 이용한 단열, 보온재 제조방법, 부들을 이용한 실 제조방법은 특허도 냈다. 부들의 탈취율이 99.8%에 달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부들로 벽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요즘 세계 이슈인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 녹색성장 등 흐름을 타고 제 연구가 더욱 부각된 것 같다”고 했다.
고교 1학년에는 비교과 영역 충실히 다져
고교 1년의 시간은 학교 공부 외에 비교과 영역을 준비하기 위해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자신의 스펙도 쌓고 구체적인 진로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청소년 대상 수기공모전에 세 번 참가해 수상했고, C40 청소년모의정상회의 장려상, 모의유엔 리비아대표, 해외 봉사, 과학캠프․경제캠프 참가, 영자신문반 활동, 한국학생창의력올림픽대회에 참가했다. 1년간 투자한 봉사활동시간은 238시간. 여름방학 중에 필리핀 해외봉사도 다녀왔다. 해외봉사를 가기 전, 현지에서 활용하기위해 페이스페인팅과 풍선아트 자격증도 취득했다.
“보통 고등학생은 입시를 위해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고등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는 많은 대회, 여러 기회가 있더군요. 각종 대회나 여러 활동들이 준비과정은 힘겹지만 재미도 있고 성과까지 얻다보니 더욱 흥미가 생겼던 것 같아요.”
고3을 코앞에 둔 이번 겨울방학에는 미국 COMAP에서 주최한 HiMCM(모의수학콘테스트)에 친구 세 명과 함께 참여했다. “인터넷대회여서 이틀 동안 친구들과 집에서 같이 지내며 논문자료를 찾고 참고문헌을 정리해 해결방안을 올렸다”면서 “얼마 전 결과발표를 했는데 Honorable Mention(4위)부분에서 저희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연구과정․결과 발표 과정 중요해요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확대 추세인 지금의 입시 흐름이 계현 양에게는 행운처럼 여겨진다. 그는 “작년부터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늘면서 저에게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면서 “그래도 올해는 ISEF만 참가하고 수능과 내신 준비에 매진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많은 과학대회들이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연구과정과 결과를 잘 정리해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해요. 대회에 자꾸 참여하면서 심사위원들 질문, 조언에서 제 연구의 부족한 점도 깨닫고 다음 대회에는 그걸 해결해 출전하게 되지요. ISEF 준비도 심사위원들이 태클 건 부분에 맞춰서 할 계획이에요.”
계현 양의 꿈은 화학, 재료공학 분야 교수가 되는 것. 재료의 성분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과 학교 화학교사인 정지영 선생님의 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다”고 감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