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기도 초·중·고·대학 및 지역교육청에서 2010학년도 영재교육기관 교육대상자들을 선발했다. 금년 경기도 영재교육 대상자는 전국 최대 규모로 지난해 경기도 학생 대비 0.6%가 늘어난 1.2% 수준이다. 총 543기관 1051학급에 2만 960명가량의 경기도내 학생들이 새 학기부터 영재교육을 받게 된다. 해마다 영재교육 대상자가 늘고 있는 것은 선진국들의 추세에 따라 국가차원에서 영재교육을 확대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용인내일신문에서는 2010학년도 성남 · 용인지역 영재교육대상자 선발과정과 결과를 통해 지역 영재교육의 운영규모와 방향성, 영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Ⅰ. 2010년 성남 · 용인 영재 어떻게 선발됐나?
Ⅱ. 지역 영재교육기관, 어떻게 교육시키나?
Ⅲ.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지역 영재교육기관
Ⅵ. 우리아이 영재로 키우려면?
21세기의 화두는 ‘창의적 사고력’이다. 이미 7차 교육과정개정의 근간이 되었고, 2002년 영재교육진흥법 시행에서부터 이번 정권이 내세우는 대학입시정책도 창의적 인재발굴육성이 목표이다. 창의적 인재발굴의 최초 단계는 영재선발이라 할 수 있다. 영재(Gifted & Talented)란 타고난 ‘잠재력’이 뛰어나면서 ‘창의성’과 ‘과제집착력’이 남다른 사람을 말한다. 용인 용등중학교 영재교육 담당 남경필 교사는 “초·중학교 영재교육은 특출한 영재를 위한 교육적 수혜라기보다는 국가적인 영재 발굴의 단계 과정”이라며, “선발된 학생들 가운데 어떤 학생은 영재교육과정을 통해 다듬어지지 않은 잠재력이 발현되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범재로 머물기도 한다” 고 말했다. 그만큼 선발보다는 영재교육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2002년부터 시행된 우리나라 공교육 차원의 영재교육. 우리 지역 영재교육기관에서는 미래의 창의적 인재를 어떻게 교육시키고 있을까?
창의적 프로젝트 수업과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성남교육청 영재교육원
영재교육원에서는 선행학습을 시켜주지 않는다.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에서는 심화학습에 비중을 두는 곳도 있지만, 성남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은 ‘창의탐구 프로젝트 교육’을 기치로 내세운다. 성남교육청 영재교육원 선병호 장학사는 “선발된 학생은 수학, 과학 창의수업, 영어몰입수업, 발명 프로젝트 수업, 창의력 캠프, 진로 상당, 인성교육 등 1년에 총 186시간 동안 영재교육을 받게 된다”며 “학생이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실험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산출물을 발표하는 주도적 수업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선병호 장학사는 영재교육에 있어서도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학생들 간의 지적능력이나 프로젝트 수업에서의 실력 차를 찾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통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자발성과 바른 인성을 가진 학생들이 단연 돋보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이야말로 이 시대가 바라는 바람직한 영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영재교육 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은 분당 불곡초등학교
성남지역은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 외에 초등학교 11개, 중학교 14개 단위학교 영재학급과 중학교 3개의 지역 공동 영재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단위학교 영재학급’은 운영하는 학교 학생으로만 구성되고, ‘지역 공동 영재학급’은 단위학교를 포함해 인근 지역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경기도 영재교육 평가에서 분당 불곡초등학교가 우수상을 받았다. 불곡초교 영재교육을 담당하는 김은혜 교사는 “영재학급에 선발된 학생들 중 학교성적이 중간 정도인 경우도 있는데 프로젝트 수업, 주제탐구 학습, 창의성 캠프 등의 일련 교육과정을 통해 스스로 탐구력이 좋아지고 학업 성적까지 오를 때 지도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이것이 바로 영재의 잠재력”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교사는 학교에서 영재 지도를 하다 보니 이른바 ‘영재병’이라는 것이 걸렸다고 한다. “영재교육 기본연수로 시작한 담당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다보면 다들 영재병이 걸려 본격적인 공부를 하게 된다”며 “저를 비롯한 동료 교사들이 대학원에 진학해 영재교육을 전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수 인재가 몰리는 용인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
교육청 영재교육원에서 과학지도를 맡고 있는 김우찬 교사는“입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초등학생의 경우 집중탐구 프로젝트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나, 중학생의 경우 실험, 토론 위주 수업과 논문 수준의 보고서 작성 등이 입시와는 무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영재교육원에 들어오면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 예산이나 교육프로그램은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이나 지역공동 영재학급이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다만 교육청이 더 유능한 강사를 채용할 수 있고, 선발되는 학생 수준이 높이 때문에 좀 더 심도 있는 프로그램이 적용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때문에 교육청 부설 교육원의 경우 중학생의 경우에도 중도 이탈자는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김 교사는 “지금까지 지역영재를 선발하면서 한 번도 여학생 수가 남학생 수를 넘은 적이 없다”며 “내신이나 입시에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을 압도하는 현상과는 대조적이며, 이는 수학 ·과학 영재분야에 대한 남학생들의 선호도와 지능구조의 본질적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용인지역 영재들 과학영재고 최다 입학 쾌거
용인 용등중학교는 2002년 영재교육진흥법 시행 때부터 영재학급 시범학교로 지정됐고, 2004년 도교육청으로부터 영재학급 정식 인가를 받았다. 용인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영재교육을 실시해온 학교이기도 하다. 교내 수학교사 5명, 과학교사 5명이 전원 영재학급에 투입되어 열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사 10명 모두 영재교육 기초 연수를 이수했고, 그 중 2명은 심화연수, 2명은 해외연수까지 이수했다.
용인시는 이번 2010년 특목고 입시에서 용인시 교육청 영재교육원을 포함, 지역공동 영재학급 출신 영재들이 과학영재고 최다 입학의 쾌거를 이뤄냈다.
용등중학교 영재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남경필 교사는 “영재교육 경험이 특목고나 과학영재고 진학 시 가산점으로 추가되지는 않지만, 합격한 학생들 하나같이 영재학급 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며 “영재교육기관에서 받는 창의성 프로젝트 수업이 직·간접적으로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을 키우는 데 가장 바람직하며,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역사는 얼마 안됐다. 하지만 영재교육 시스템이나 지도방법은 그 어느 나라보다 효율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다만 영재교육으로 앞선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비해 아쉬운 것은 지도교사의 역량이다. 유능한 교사 인력을 자체 선발할 수 있는 교육청 영재교육원을 제외하고 지역단위 영재학급에서는 근무 교사들의 열정이 우리지역 영재교육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하는 영재교육인 만큼 지도교사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제도적인 시스템과 적극적인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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