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영화 한편 만들고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영화제작자로 변신한 정한용 전의원

지역내일 2001-09-09
문패: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정한용 전의원

정한용 전 의원은 “정신없이 바쁘다”는 말로 근황을 설명했다. 정치 일선에서 떠난 후 그는 문화계로 돌아갔다. 그러나 방송가의 연예계로 돌아갔다는 뜻은 아니다. “총선에서 낙선하자 제일 먼저 방송국에서 다시 드라마하자는 연락이 왔지만 뿌리쳤다.”
정 전의원이 찾은 새로운 직업은 문화산업 제작자이다. 먼저 벤처사업체인 선민애니메이션의 고문을 맡아 미국의 하청계열화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활로를 찾는 길에 나섰다. 미국애니메이션 업체의 주문에 따라 그림이나 그려줘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 흑인사회를 겨냥해 순수 우리기술로 기획 제작된 작품을 수출한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출장도 잦았다.
지금 정 전의원은 블록버스터(단기간에 큰 흥행을 올리리라 기대하고 만든 대작) 영화제작 사업자로 변신 중이다. 그는 문화계의 뜻맞는 인사 5명과 함께 설립한 ‘파이브 스타 픽처스’영화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5명 모두 우연히 ‘막쥔 손금’이라고 한다. 마음먹은 일을 끝까지 밀어부치고 중간에서 그만두는 법이 없어 고집불통으로 통하는 ‘막쥔 손금’들끼리 걸작영화에만 붙여주는 별다섯개짜리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결심으로 만든 영화사이다.
이 회사에서 기획하고 있는 영화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국내정보기관의 쿠데타 음모와 그 분쇄과정을 다룬 정치시사물이다. 주가조작사건이 단서가 되어 국내정보기관과 군, 정계, 재계가 얽혀있는 이 영화의 스토리는 거의 완성단계라고 한다.
정 전 의원은 강남에 영화제작의 베이스캠프까지 차린 상태다. 아마 이 영화가 빛을 보게되면 ‘쉬리’ ‘공동경비구역’을 잇는 남북화해시대의 옥동자가 될 것이라고 그는 잔뜩 기대하고 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얼굴마담’으로 활약하고도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아픔을 아직 지우지 못했다. 지난 국회 때 조성준 추미애 의원 등 함께 뛰었던 동료들에 대한 추억도 아픔일 따름이다. 자민련 이양희 총장으로부터 구로을 재선거에 출마를 권유받고 “별 미련이 없다”고 털어버린 것도 아픈 상처가 덧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정 전의원은 “정치권에 다시 돌아갈 날이 있겠지만 지금은 영화제작에 심혈을 기울일 때”라며, 8월30일부터 9월9일까지 연강홀에서 공연된 연극 ‘맨하탄 플라자’에 출연했다. 지금 서 있어야 할 자리는 문화산업계라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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