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한국의 대표적 주거양식이 된 지금, 사람들이 아파트에 대해 갖는 감정은 양면적일 때가 많다고 한다. 좋아하면서 싫어하고 싫어하면서 좋아하는 식이라는 것. 그 중에서도 ‘닭장’ 같은 콘크리트 공간에서 따뜻한 ‘이웃사촌’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은 아파트가 싫은 가장 큰 이유라고 하는데... 입주민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아파트, 이웃사촌의 정이 넘치는 따뜻한 아파트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마음 따듯한 이웃들이 함께 하는 곳
안마산 앞자락에 자리 잡은 퇴계 LH(한국토지주택공사) 9단지 아파트. 산책로까지 잘 갖추어져 자연친화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서 지난 연말, 마음 따뜻한 나눔이 있었다. 바로 30여명이 넘는 독거노인과 불우노인을 초청해 떡국 등 음식을 대접한 것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퇴계 LH 9단지 관리소 최병선(49)소장은 “저희 단지에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새해에 따끈한 떡국 한 그릇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통장님들과 상의해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사재비로 비용까지 충당해 주신 두 분의 통장님, 그리고 음식을 장만하느라 수고가 많았던 반장님들과 입주민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또, 최 소장은 “요즘 같은 세상에 자식보다 낫다며 어르신들이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며 어려운 일에 동참해주시는 입주민 여러분들을 만나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철저한 서비스로 입주자들 만족도 높아
아이들이 아파트를 가장 많이 드나드는 등하교 시간은 출퇴근 차량이 많아지면서 복잡하기 마련. 특히 어린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퇴계 LH 9단지 관리소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등하교 시간에 맞춰 교통 지도에 나섰다. 최 소장은 “우리가 조금만 고생하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매일 보니까 알아보고 인사도 하고 친밀감도 높아져 여러 면에서 좋다”고 했다.
퇴계 LH 9단지의 가족 같은 분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주민복지관에서는 어린이 탁구 교실을 열어 아이들에게 탁구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군은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 집에만 있으면 답답한데 복지관 가서 탁구 치면 운동도 되고 친구들끼리 스트레스도 풀고 죻죠”라며 시설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공동농장 운영도 퇴계 LH 9단지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주변에 유휴 텃밭을 이용해 고구마와 옥수수 등 각종 채소를 심고 수확하는 것이다. 수확한 농작물은 노인회 중식이나 각종 단지 행사에 사용한다. 공동농장에 참여하고 있는 서만석(67)씨는 “소일거리도 되고 함께 모여 일하니까 재미도 있다. 거기다 음식까지 나눠먹을 수 있으니 보람을 느낀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저비용 고효율 관리로 월 600만원의 관리비용 줄여
타 단지에 비해 파고라 등 야외에서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많고, 넓은 주차 공간을 확보해 주차난이 심하지 않은 퇴계 LH 9단지는 놀랍게도 월 6백여만원의 관리비를 줄였다. 어려운 경제 여파로 집안 살림살이에 한 푼이 아쉽다는 요즘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비용을 줄였을까. 그 비결은 지난 4월부터 진행된 통합 관리소. 즉 8단지와 9단지를 관리소 1개소가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물론 일은 더 힘들어졌지만 비용 절감면에서는 확실한 대안이 되었다. 최 소장은 “그렇다고 관리를 소홀히 할 수는 없잖아요. 직원들이 모두 두 배로 뛰어야 하지만 월 6백만원이면 일 년이면 7천만이 넘는 금액인데 너도 나도 어렵다고 하는 요즘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다”고 했다.
퇴계 LH 9단지 지킴이, 최병선 관리소장
아파트 관리는 업무 특성상 제한된 인력과 저비용으로 효율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리 서비스에 미흡한 부분이 발생되기 마련. 하지만 이런 부분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최병선 소장은 너무나 많은 일들을 환하게 웃는 얼굴로 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힘들지는 않는가 묻자 “퇴계 LH 9단지 아파트의 주인은 입주자 여러분들이며 그 입주민들이 계시기에 우리들의 직장이 있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때문에 우리들은 입주민 여러분들의 주거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공동주택은 제각기 다른 생활 습관과 가정 문화를 가지고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웃 간의 배려와 양보가 가장 필요한 곳이 아파트”라며 앞으로 퇴계 LH 9단지를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한 삶의 주거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거듭 강조했다.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