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재화에 대한 소비자의 심판
김국주
㈜에이브레인 대표이사
추풍령 휴게소 부근의 경부고속도로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를 놓고 버스 기사들이 소주 병을
비웠느니 신너가 섞인 불량 휘발유를 사용했느니 화살을 돌리더니, 결국은 안전거리 미확보
등 운전자 부주의로 원인을 돌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 사고 구간은 기울기가 6도가 넘는 급
경사가 700m나 이어지는 내리막이었고 곡률 반경이 600m밖에 안 되는 급커브 길이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씨랜드 화재 사고의 경우도 그렇다. 서울시가 만들어 제
공한 다리라서 안심하고 건너 다녔고, 대형 백화점이 무너지는 일은 아무도 상상을 못했다.
버젓이 영업중인 시영 연수원이 무허가 시한폭탄일 줄은 모르고 지내다가 당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경우에 시민들은 그것이 운전자의 잘못인지, 도로구조의 잘못
인지, 또는 나의 잘못인지, 제도의 잘못인지 잘 모르는 가운데 부상을 당하고, 자녀를 잃고,
실업을 당하고, 감옥엘 가곤 한다.
무너진 경제를 일으켜 세운다고 비상한 노력을 시작한 지 만 3년이 되어 간다. 시장경제 원
칙을 도입하여야 한다, 그래서 경쟁을 시켜야 하고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 경제 살리기의 주요 안건이다. 그러나 시장경제 원칙이나 자동 퇴출을 새삼스
레 거론하기 이전부터 이래저래 무능한 기업들은 이미 시장의 힘에 의해 수없이 퇴출당해
왔다.
시장원리에서 제외된 공적재화 000
문제는 공적재화(公的財貨)다. 여기는 애당초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다. 비용을 지
불하는 사람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이 차별되지 못하기(non-excludability) 때문에 시장에서
는 이러한 공적재화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는다.
도심의 공원은 시민들을 위한 값진 재화이지만 그 동네 주민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려 하면
당연히 저항이 따른다. 왜냐하면 다른 동네 사람들도 같이 덕을 보기 때문이다. 국방 환경
치안 등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재화는 국가가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공
적재화는 대체재가 없다. 싫으면서도 감수해야 하고, 불안하면서도 이용해야 하는 것이 공적
재화들이다.
매번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아무런 예고 없이 합쳐지는 차선이라든가 잘못된 신호
등, 공사가 끝난 곳에 그대로 세워둔 공사중 표지판 때문에 운전자들이 감수하는 혼동과 신
호불감증은 불량한 공적재화가 낳는 폐해의 조그마한 보기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는 그러나 법과 규칙에 대한 존경심을 상실하게 만들고 요령이나 즉흥적인 임기응
변에만 능한 시민을 양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위해가 참으로 크다. 어디 그뿐인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교육 문화 건설 치안 등 모든 행정 분야에서 이들이 생산하는 재화들은
소비자의 심판으로부터 지나치게 자유로웠다.
경제를 살리려면 사적재화에 국한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돌이켜 보면 양자는 불균형적
으로 발전하였고 뒤떨어진 것은 오히려 공적재화 분야다. 시장원리도 대체상품도 퇴출도 없
었던 상황에서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소비자가 공적재화 생산자 심판할 것 000
금융개혁 기업구조조정 주가 경상수지 등등 끝없는 숙제를 홀로 안고 있는 경제 부처들이
안쓰럽다. 경제를 살리는 일은 경제 이전의 문제, 넓은 의미에서 우리의 문화를 좌우할 수
있는 여러 행정 부처들이 그들이 생산하는 재화의 품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불
가능하다. 어쩌면 경제 살리기가 경제부처의 힘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자만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가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런 문제를 현명하게 점검할 것을 국회에 간곡히 부탁한다. 공적재화를
생산하는 사람들(국회를 포함)이 언제까지나 소비자의 심판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국주
㈜에이브레인 대표이사
추풍령 휴게소 부근의 경부고속도로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를 놓고 버스 기사들이 소주 병을
비웠느니 신너가 섞인 불량 휘발유를 사용했느니 화살을 돌리더니, 결국은 안전거리 미확보
등 운전자 부주의로 원인을 돌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 사고 구간은 기울기가 6도가 넘는 급
경사가 700m나 이어지는 내리막이었고 곡률 반경이 600m밖에 안 되는 급커브 길이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씨랜드 화재 사고의 경우도 그렇다. 서울시가 만들어 제
공한 다리라서 안심하고 건너 다녔고, 대형 백화점이 무너지는 일은 아무도 상상을 못했다.
버젓이 영업중인 시영 연수원이 무허가 시한폭탄일 줄은 모르고 지내다가 당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경우에 시민들은 그것이 운전자의 잘못인지, 도로구조의 잘못
인지, 또는 나의 잘못인지, 제도의 잘못인지 잘 모르는 가운데 부상을 당하고, 자녀를 잃고,
실업을 당하고, 감옥엘 가곤 한다.
무너진 경제를 일으켜 세운다고 비상한 노력을 시작한 지 만 3년이 되어 간다. 시장경제 원
칙을 도입하여야 한다, 그래서 경쟁을 시켜야 하고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 경제 살리기의 주요 안건이다. 그러나 시장경제 원칙이나 자동 퇴출을 새삼스
레 거론하기 이전부터 이래저래 무능한 기업들은 이미 시장의 힘에 의해 수없이 퇴출당해
왔다.
시장원리에서 제외된 공적재화 000
문제는 공적재화(公的財貨)다. 여기는 애당초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다. 비용을 지
불하는 사람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이 차별되지 못하기(non-excludability) 때문에 시장에서
는 이러한 공적재화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는다.
도심의 공원은 시민들을 위한 값진 재화이지만 그 동네 주민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려 하면
당연히 저항이 따른다. 왜냐하면 다른 동네 사람들도 같이 덕을 보기 때문이다. 국방 환경
치안 등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재화는 국가가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공
적재화는 대체재가 없다. 싫으면서도 감수해야 하고, 불안하면서도 이용해야 하는 것이 공적
재화들이다.
매번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아무런 예고 없이 합쳐지는 차선이라든가 잘못된 신호
등, 공사가 끝난 곳에 그대로 세워둔 공사중 표지판 때문에 운전자들이 감수하는 혼동과 신
호불감증은 불량한 공적재화가 낳는 폐해의 조그마한 보기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는 그러나 법과 규칙에 대한 존경심을 상실하게 만들고 요령이나 즉흥적인 임기응
변에만 능한 시민을 양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위해가 참으로 크다. 어디 그뿐인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교육 문화 건설 치안 등 모든 행정 분야에서 이들이 생산하는 재화들은
소비자의 심판으로부터 지나치게 자유로웠다.
경제를 살리려면 사적재화에 국한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돌이켜 보면 양자는 불균형적
으로 발전하였고 뒤떨어진 것은 오히려 공적재화 분야다. 시장원리도 대체상품도 퇴출도 없
었던 상황에서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소비자가 공적재화 생산자 심판할 것 000
금융개혁 기업구조조정 주가 경상수지 등등 끝없는 숙제를 홀로 안고 있는 경제 부처들이
안쓰럽다. 경제를 살리는 일은 경제 이전의 문제, 넓은 의미에서 우리의 문화를 좌우할 수
있는 여러 행정 부처들이 그들이 생산하는 재화의 품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불
가능하다. 어쩌면 경제 살리기가 경제부처의 힘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자만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가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런 문제를 현명하게 점검할 것을 국회에 간곡히 부탁한다. 공적재화를
생산하는 사람들(국회를 포함)이 언제까지나 소비자의 심판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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