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행정부의 권력독점이 문제 … 국민이 독립성 지켜줘야”
헌법과 법률로 독립성이 보장된 기구의 수장들이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법치’와 ‘국격 상승’을 강조하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용훈 “사법부 독립 지키겠다”
행정부, 입법부와 함께 헌법상 3대 권력기구인 사법부의 수장 이용훈 대법원장이 20일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강기갑 사건, MBC PD수첩 사건 등에 대한 법원의 최근 판결을 놓고 검찰과 여권이 사법부를 대놓고 비난하며 정면 공격을 펼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2장에 배치해 제4조인 정부보다 앞쪽에 놓았고 제5장 법원 편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별도의 법률로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는 한국은행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달 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정부가 기획재정부 차관을 직접 참여시키는 ‘열석 발언권’을 행사한 직후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리는 금통위원 7명이 결정한다”고 밝혀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법률상 한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인 금리정책에 대해 “인상은 안된다”며 공개적으로 개입한 데다 재정부 차관의 ‘열석’으로 “한은 독립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치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민간영역 자율도 흔들
학계 전문가들은 “독립기구 수장들이 독립성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외압이 많다는 반증”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법학)는 “헌법이 사법부의 독립을 명문화하고 한국은행법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이런 기구들이 행정권력이나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야 국민의 자유과 권리가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수장들이 독립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외부에서 독립성을 훼손하는 시도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며 “우리 사회 일부에서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이 대법원장이나 한은 총재의 발언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법적 독립성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력독점 욕구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국가운영을 기업경영과 등치시키고 효율성을 맨 앞에 내세우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차원인 권력을 행정부가 단일한 것으로 여겨 자기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용납하려 들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런 현상은 사법부나 한은 같은 공적 성격의 기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회장선임 문제로 금융당국의 압박에 몰린 ‘KB금융 강정원 사태’는 행정부의 욕심이 민간영역으로까지 뻗치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상법상 주주와 이사회의 권한인 민간금융회사 회장 선임 과정에 주식 한주 갖고 있지 않은 금융당국이 개입해 ‘관치금융’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입법부 스스로 독립성 훼손
나라의 정체성인 헌법 정신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이지만 권력분점의 한 축인 입법부는 아무런 말이 없다. 헌법은 국회가 제3장, 정부가 제4장이다. 국회의 다수를 차지한 집권여당은 입법부 독립보다는 청와대의 의중을 관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법부 수장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연말 정기국회에서 “노동법 개정안 직권상정은 없을 것”이라 했지만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난 뒤 직권상정을 강행, 입법부 독립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호기 교수는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겠다는 행정부의 자각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고 임지봉 교수는 “국민이나 언론이 사법부나 한은의 독립성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모스(Demos·능동적 대중)’의 주인의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상범 이경기 허신열 기자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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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법률로 독립성이 보장된 기구의 수장들이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법치’와 ‘국격 상승’을 강조하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용훈 “사법부 독립 지키겠다”
행정부, 입법부와 함께 헌법상 3대 권력기구인 사법부의 수장 이용훈 대법원장이 20일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강기갑 사건, MBC PD수첩 사건 등에 대한 법원의 최근 판결을 놓고 검찰과 여권이 사법부를 대놓고 비난하며 정면 공격을 펼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2장에 배치해 제4조인 정부보다 앞쪽에 놓았고 제5장 법원 편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별도의 법률로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는 한국은행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달 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정부가 기획재정부 차관을 직접 참여시키는 ‘열석 발언권’을 행사한 직후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리는 금통위원 7명이 결정한다”고 밝혀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법률상 한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인 금리정책에 대해 “인상은 안된다”며 공개적으로 개입한 데다 재정부 차관의 ‘열석’으로 “한은 독립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치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민간영역 자율도 흔들
학계 전문가들은 “독립기구 수장들이 독립성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외압이 많다는 반증”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법학)는 “헌법이 사법부의 독립을 명문화하고 한국은행법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이런 기구들이 행정권력이나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야 국민의 자유과 권리가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수장들이 독립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외부에서 독립성을 훼손하는 시도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며 “우리 사회 일부에서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이 대법원장이나 한은 총재의 발언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법적 독립성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력독점 욕구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국가운영을 기업경영과 등치시키고 효율성을 맨 앞에 내세우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차원인 권력을 행정부가 단일한 것으로 여겨 자기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용납하려 들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런 현상은 사법부나 한은 같은 공적 성격의 기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회장선임 문제로 금융당국의 압박에 몰린 ‘KB금융 강정원 사태’는 행정부의 욕심이 민간영역으로까지 뻗치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상법상 주주와 이사회의 권한인 민간금융회사 회장 선임 과정에 주식 한주 갖고 있지 않은 금융당국이 개입해 ‘관치금융’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입법부 스스로 독립성 훼손
나라의 정체성인 헌법 정신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이지만 권력분점의 한 축인 입법부는 아무런 말이 없다. 헌법은 국회가 제3장, 정부가 제4장이다. 국회의 다수를 차지한 집권여당은 입법부 독립보다는 청와대의 의중을 관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법부 수장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연말 정기국회에서 “노동법 개정안 직권상정은 없을 것”이라 했지만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난 뒤 직권상정을 강행, 입법부 독립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호기 교수는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겠다는 행정부의 자각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고 임지봉 교수는 “국민이나 언론이 사법부나 한은의 독립성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모스(Demos·능동적 대중)’의 주인의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상범 이경기 허신열 기자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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