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ㆍ용인 시니어 ‘즐겨 찾기’ 매장의 서비스 탐색

그곳에 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니어 정서와 눈높이 맞는 서비스가 관건…공짜도 빚이란 생각 강해

지역내일 2010-01-31 (수정 2010-01-31 오후 5:18:03)


100년만의 폭설이 남긴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월의 어느 날. 농협하나로 클럽 성남점 주차장은 빼곡히 들어선 차들 때문에 빈곳을 찾기 어려웠다.
어렵사리 주차를 하고 매장에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여기저기에서 카트를 밀고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런데 평일 오후 시간대라 주부들로 붐빌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농산물을 고르고 계산대에 줄을 선 사람들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시니어들이다. 노부부가 함께 카트를 밀고 채소를 고르는 모습, 매장 한편에 마련된 체험 부스에서 땀을 빼는 사람들, 그리고 분식코너에서 만두와 찐빵으로 요기를 달래는 사람들까지…
간간히 보이는 젊은 사람들도 시니어와 동반한 사람들이 전부다. 가히 시니어들의 집결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일반 마트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이곳. 이처럼 시니어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협 하나로 클럽 성남점… 단층 매장에 넓은 주차장, 문화센터도 단골 만들기 역할 



“농협이라는 브랜드 네이밍도 중요하지만 층이 없는 단일매장에 넓은 야외 주차장, 60세 이상 시니어 할인 정책 등이 전반적으로 고르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농협하나로 클럽 성남점 김 경윤 대리의 설명이다. 실제 하나로 클럽에서 분석한 고객 데이터를 보면 월 평균 방문 고객의 70% 이상은 시니어 고객으로 이쯤 되면 명실상부 시니어 단골 매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에도 하루 최대 인원 500명에 이르는 시니어 회원들이 모이고 있어 문화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회원들의 평균 나이는 55세 이상, 많게는 83세의 고령 시니어들도 열정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어 한겨울의 추위가 무색할 정도다.
문화센터 담당자 이일순씨는 “분기별 수강료가 3만원에서 9만원 대로 비교적 저렴한 것과 시니어 회원 눈높이에 맞는 인기 프로그램이 많아 이용률이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회원들의 참새 방앗간 역할을 해주는 식당도 한 몫을 차지.
분당구 금곡동의 김정자(68세)씨는 “강좌를 듣기 전 문화센터 식당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며 “저렴하면서도 맛깔난 밥을 먹고 강좌도 들으면 하루가 뿌듯하다”며 만족해 했다.
실제 이곳 식당에서는 4천 원의 비용으로 깔끔하고 정갈하게 차려 나오는 가정식 식사를 할 수 있어 일부러 찾아와 먹는 사람까지 생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눈높이 맞지 않는 베풀기 식 우대 서비스는 사절

이처럼 농협 하나로 클럽은 시니어 고객들의 고유한 정서와 눈높이에 맞는 친근한 서비스가 적절하게 모여 시너지를 만들고 또 단골매장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시니어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 일방적 서비스는 외면을 당하기도 한다. 분당구청이 주관한 ‘어르신 우대업소’가 대표적인 경우. 2006년부터 실시된 ‘어르신 우대업소’는 식당과 안경점, 이ㆍ미용실과 영화관 등 분당구청과 협약을 맺은 관내 업소에서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가격 할인을 제공하는 일종의 경로우대 서비스다. 만 3년 동안 약 100여개 업소가 참여할 정도로 초기엔 관심을 모았으나 2010년 1월 현재 이용율 저조와 참여 업소 주인들의 반발로 사업을 종료한 상태다.
분당구청 사회복지 담당자 한은미씨는“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할 수 있는 업소를 임의로 선정해 우대업소를 권유하는 형태”였다며 “업소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니라서 적극적인 서비스가 부족했고 이용률도 저조해 결국 사업을 폐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장이며 종업원이며 우리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말로만 우대 정책이지 마음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되레 거북스러워요. 우리가 이 나이에 눈치 보며 밥 먹으러 갈일 없잖아요.” 어르신 우대 업소를 이용해봤다가 낭패를 겪었다는 이용수(70ㆍ정자동)씨의 항변이다.

익숙한 환경 선호하는 시니어 정서 코드, 한번 좋으면 영원한 단골 고객 

이처럼 시니어들이 즐겨 찾는 곳이나 애용하는 업소에는 이들과 코드가 맞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간 회원 1만 명에 달하는 시니어 회원들의 즐겨 찾기 명소인 마사회 분당점 문화센터에서 그 해답의 힌트를 엿볼 수 있었다.
문화센터 담당자 이동수씨는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시작한 문화센터의 취지에 맞게 이곳은 회원 가입과 동시에 원하는 강좌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어 시니어 회원들에게 크게 어필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곳을 이용하는 시니어 회원들은 가격이 싸거나, 무료라는 점은 관심을 끄는 수단이지 핵심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회원들의 정서적 눈높이와 요구를 나눌 수 있는 적절한 소통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실제 이곳은 프로그램 강사를 선정할 때에도 회원들이 참여하는 공개 오디션으로 진행하고 있다. 원하는 강사를 스스로 뽑을 수 있어 강좌 만족도는 당연히 높다.
모든 회원들에게 안전사고에 대한 보험이 들어 있는 건 물론, 연습실엔 방음 방염 시설이 완벽히 갖춰져 있다. 수강실의 모든 설비와 장비도 최신식 시스템이다.
책상과 테이블은 바퀴가 달려 이동이 자유롭고 칠판에는 백묵가루 대신 최신 레이저 빔이 설치되어 있다.
회원들은 강좌를 무료로 수강하는 대신 봉사조직을 구성해 지역사회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받은 만큼 지역사회에 돌려주고 있으니 마음의 부채도 해결되는 셈이다.
분당구 수내동의 김경원(66세)씨는 “노인이라고 무조건 대접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받는 것 는 것은 싫다.”며 “우리도 정당하게 낼건 내고 받을 건 받고 해야 기분이 좋지. 어쭙잖은 경로 의식으로 베푸는 서비스는 사양”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시니어를 단골로 만드는 친근한 서비스는 단순한 시혜적 경로가 아닌 이들에게도 역할을 주고 떳떳이 누릴 수 있는 정서적 편안함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시니어 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덧붙여 시니어들의 고유정서와 행동적 특징을 읽는다면 오늘 방문한 시니어 고객 한명이 내일은 3~4명이 되어 되돌아 올 것임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ZOOM IN 시니어가 즐겨 찾는 명소 마스터들의 말말말!


<마사회 분당점 문화센터 이동수씨 >

지역 시니어들은 우리세대와 다르게 돈이 있어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어려운 나라 경제를 허리띠를 졸라 매며 일궜던 분들이라 그런지 돈의 쓰임, 소비문화를 배우고 익히지 못한 것이 습관처럼 몸에 남아 있지요. 충분한 재력을 갖고 있는 분들이 센터 내 무료골프연습실이나 헬스장 등을 열심히 이용하시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분들도 무조건 공짜를 원하지는 않으세요. ‘받은 만큼 빚을 졌다’는 마음이 강하시죠. 장소를 무료로 이용하신 동호회 회원들이 연말쯤이면 불우이웃 성금에 써달라고 돈을 모아오시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웃에 대한 봉사나 역할로 빚을 갚으려는 분들이 많고 정을 나누려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 농협하나로 클럽 성남점 김경윤 대리
“저희지점에 시니어 고객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단일매장이라는 특징과 또 1층의 넓은 주차장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니어들은 복잡한 복층구조를 싫어하기 때문이죠. 또 5만원 이상 구입한 시니어 고객에게 상품권을 증정 하는 이벤트도 매주 월ㆍ화요일에 진행하고 있는데 매일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 농협하나로 클럽 성남점 문화센터 ‘국선도’ 강사 신춘순씨  
국선도 강좌를 맡은 지 7년째가 되어가는 데 처음 수업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제 수업을 듣고 계신 어르신들이 계세요. 더러는 5년 이상 수업을 듣는 분들도 여러분 계시고요. 연세도 많으신데 이렇게 저 한태 충성을 보여주셔서 열심히 할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또 본인들이 수업을 듣고 좋으면 대개는 친구들을 모시고 오세요. 입소문 전도에선 시니어 분들이 가장 확실하시죠.”

* 씨너스 분당점 슈퍼바이저 장용수씨
“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 할인혜택으로 일반 관람 비용의 절반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해서인지 여가를 즐기기 위해 오시는 시니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분들 중에는 장르 구분 없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영화를 즐기는 마니아층도 많습니다. 주변에 문화센터가 많아서인지 강좌 앞뒤로 짬이 날 때 영화를 보는 시니어들이 많아진 것을 보면 이분들의 문화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 경기도 박물관 아카데미 담당자 이지희씨
“봄과 가을 학기 2번에 걸쳐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에 60대 이상 시니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수강생의 8~90%는 시니어 회원들로 매 수업마다 300명 가량이 참여해 열심히 수업을 들으시지요.
8년 동안 진행한 인문학 강좌를 빼놓지 않고 듣는 열혈 수강생들도 많으시고요. 단순히 여가 시간이 많아서 참석율이 높은 것 같지는 않아요. 이분들은 지식과 정보를 얻고 채워 가는 것에서 또 다른 희열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취재 중 만난 분당ㆍ용인시니어들의 ★★(별별) 행동 트렌드>

* 문화센터 수강 과목 불패의 1위는 ‘노래교실’
☞ 마사회 분당점 문화센터 연간회원 중 절반 이상이 노래교실 수강. 한번 수강에 500명 이상은 기본. 농협 하나로 클럽 문화센터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수강 200명 정원의 ‘노래교실’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밖에 신세계 경기점 문화센터 시니어 전용강좌 중 1위 역시 ‘노래교실’이 차지하고 있다.

* 시니어들은 공짜를 좋아해?!
☞ 가격이 저렴하거나 무료로 진행되는 강좌나 매장 이용률이 높다. 마사회 분당점 문화센터, 경기도 박물관 아카데미 등에 시니어들이 대거 몰리며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싸거나 저렴하다고 무조건 오케이는 아님. 역할을 하고 나눌 수 있는 교류 지점이 있어야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받은 만큼 어떤 형태로든 빚을 갚아야 한다는 심리가 시니어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 한번 단골은 영원한 단골.
☞ 한번 신임을 준 강사는 끝까지 의리를 지켜 함께 가려는 마음이 강하다. 인기 강사의 수업엔 7~8년씩 장기 출석하고 해당강사의 외부 강의까지 원정 가서 듣고 올 정도로 충성심이 강하다. 마찬가지로 한번 단골이 된 식당이나 매장은 웬만한 변수가 없고서는 끝까지 단골로 남는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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