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통계’ 본 성남ㆍ용인 고령운전자 현주소
이제는 시니어에게 친근한 교통 문화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용인 1위…자가운전 높아진 만큼 교통 환경 변화 필요
용인 죽전에 사는 이지희(38)씨는 운전경력 10년이 넘는 동안 이렇다 할 사고경력이 없어 스스로를 베테랑 운전자라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경험했던 아찔한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도로를 운전하다가 앞차가 깜박이도 켜지 않고 차선을 급하게 바꾸고, 갑자기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접촉 사고를 낼 뻔했어요. 심지어는 주행하다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으로 가는 차량을 보고 황당했던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이런 차량 대부분은 노인들이 운전하고 계시더라고요”
이런 사례는 실제 교통 사고로도 이어져 2008년 분당구 금곡동에서 도로를 건너던 보행자가 승용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승용차를 운전했던 사람은 60대 노인으로 경찰은 운전 부주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용인 1위, 성남도 상위권
도로교통공단 ‘2009년 지역별 교통사고 통계’자료를 보면 2008년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가 발생 시킨 교통사고는 1만 132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21.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 집계 이후 해마다 늘고 있는 양상으로 92년도에 비해서는 10배 이상이 증가한 수치다. 또 고령 운전자 사고의 사망률도 전체 사고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나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망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성남과 용인시의 경우도 노인운전자의 사고율이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어 위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08년 기준, 용인시의 경우 노인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는 전체 86건에 사망 5명, 부상 125명으로 경기도 내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성남시의 경우도 전체 82건에 사망3건, 부상 109명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성남과 용인의 노인인구 증가와 맞물려진 수치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고령운전자의 자가운전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운전면허 소지자 통계를 보면 경기도 내 60세 이상 면허 소지자는 45만 5천 여명으로 노인 2명 중 1명은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가운전비율을 엿볼 수 있는 자동차 등록대수는 성남이 29만 5천 여대로 1.3세대 당 1대꼴의 비율을 보였고 용인시도 28만 5천 여대를 기록해 가구 당 1대 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ㆍ용인 세대 당 1대꼴로 자동차 보유, 고령자 자가운전비율 높아져
이런 수치로 봤을 때 은퇴 후 자녀세대와 동거하지 않고 단독 세대가 많은 성남ㆍ용인 고령 세대의 자가운전비율은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용인으로 유입되는 노인세대가 지자체 중에서는 아마 가장 높을 겁니다. 또 요즘은 소득수준도 높아져 노인들도 자가운전을 많이 하고 계신만큼 그만큼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봐야죠.” 용인경찰서 교통관리계 교통안전담당 문우철 경장의 설명이다.
문 경장은 “경찰도 노인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안전 예방 교육 등 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용인경찰서는 각 지구대 파출소 경찰까지 합류해 노인 교통사고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어 2009년에는 고령자 교통 사고율이 다소 감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위험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유발 원인에 대한 이해나 분석 없이 단순한 안전교육은 형식적인 것에 그친다는 것. 또 고령운전자가 ‘운전하기 편한 도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할 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분당구 구미동의 김재홍(68)씨는 “서울에 살다가 은퇴 후 분당으로 이사를 왔는데 아무래도 교통 여건이 서울보다는 좋아 자가용을 운전하는 횟수가 많아졌다”며 “그래도 도로 모양이 자주 바뀌고 차선도 좁아졌다 넓어졌다 들쑥날쑥한 환경 때문에 운전을 하면서 긴장을 많이 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 씨는 또 “가뜩이나 야간에는 도로 표지판도 잘 보이지 않고 간판이나 기타 현란한 장애물이 많아 시야가 어지러울 때가 많다.”며 “노인들에게 운전 잘 하라고 얘기하기 전에 도로부터 들여다볼 것”을 주문했다.
고령운전자의 신체적, 정서적 눈높이에 맞는 교통 환경 만들어야
이렇듯 고령운전자의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은 캠페인 성에서 한발 나아가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실제 시니어 운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고령운전자의 신체적, 정서적 눈높이에 맞는 도로여건이나 환경개선에도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용인 성복동의 이기숙(62)씨는 “아파트나 관공서에 주차 라인이 좁아 불편하다.”며 “대형마트의 경우 대리 주차나 콜을 부르면 이동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분당 경찰서 교통 관리계 최선미 경장은 “고령 운전자들의 안전교육 뿐 아니라 도로 여건 개선에도 많은 노력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아직은 다소 미흡한 점이 있지만 문제를 아는 것이 해결의 첫 걸음이듯 앞으로도 여러 기관과 협력해 고령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단독사고율 높아
도로교통공단 ‘2009년 지역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08년에는 교통사고가 다소 증가 했으나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21.7%, 사망자는 9.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령운전자 사고의 치사율은 5.5로 전체 사고 2.7에 비해 2배가량 높게 나타나는 등 고령운전자 사고가 상대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이할 점은 14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90년대 12.5%에서 2008년 2.7%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데 반해 61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80년대 6.5%에서 90년대 17%, 2008년에는 35%로 월등히 높아지고 있어 두 연령층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차종 별로는 승용차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았으며 사고 유형별로는 차대차(74.9%)가 가장 높았고 차대 사람사고가 23.1%, 차량 단독사고는 6.2% 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운전자의 차량 단독사고가 전체 사고에 비해 1.5배가량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야확보나 신체운동능력 퇴보, 순발력 저하 등 고령운전자의 특성이 사고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법규위반별로는 전체사고와 마찬가지로 안전운전불이행(51.4%)으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았으며 전체사고에 비해서는 신호위반 및 중앙선 침범, 교차로 운행방법위반 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시간대는 주간에 70.5%가 발생해 전체사고 51.2%에 비해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운전자 대부분이 밤 보다 낮 시간대에 운전을 하는 생활 패턴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인교통사고 사망자의 사고 상황을 분석해보면 보행중이 52%에 달했고 자동차 승차 중이 11.4%, 이륜차 승차중이 12.3%, 자전거 승차중이 10.1%였다.
<인터뷰-분당 경찰서 교통관리계 차선미 경장>
“분당, 교통사고 제로를 위해 달리겠습니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교통 사고율은 경기도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분당도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분당 경찰서 교통관리계 차선미 경장은 “분당역시 고령 인구가 많아지는 만큼 자가운전비율도 높아지고 그만큼 사고가능성도 예전에 비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분당 고령운전자의 사고원인은 안전운전불이행이 가장 많았으며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고령 피해자의 경우는 대부분 무단 횡단이 원인인 보행자 사고가 많았다. 최 경장을 통해 분당경찰서의 고령자 교통 사고율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계획을 들어보았다.
“정자동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은 새벽예배를 마친 노인들이 바로 앞에 있는 육교를 이용하지 않고 무단횡단하는 사례가 많았어요. 사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라고 판단해 육교 옆에 횡단보도를 새로 만들었지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과 사고 유발 환경 점검 등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분당 경찰서는 교통사고와 범죄피해에 취약한 노인에 대한 보호활동 강화를 위해 작년 11월 대한노인회 분당구지회와 자매 결연식을 체결하고 분당관내 경로당 170개소에 대해 1경 1노(1警1老)를 추진하고 있다. 교통 경찰과 지역 경찰이 1인당 1개소의 노인정을 방문해 최근 노인 교통사고 사례를 전달하면서 사고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형태다.
“보행 중에 노인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을 알려드리고 무단횡단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는 교육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또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이 밤에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야광으로 된 목걸이와 지팡이, 반사지 등을 나눠드리고 있어요.”
또 “심야시간대 지하철 역사 통로 폐쇄로 성남대로에서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이 아주 높아요. 그래서 야탑역과 정자역, 오리역 3곳을 개방할 수 있도록 성남시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 중에 있습니다.”
노인운전자의 경우 운전감각이 떨어져 즉각적인 대응조치가 어렵고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운행하면 주변 운전자들이 방어운전을 하게 되는 것처럼 고령운전자들의 ‘실버스티커’ 부착 또한 같은 효과를 줘 사고 예방을 위한 좋은 방안 중 하나라고 봅니다.”
현재 분당 경찰서는 1경1노 추진으로 경로당을 방문 할 때 고령운전자 차량에 부착할 수 있도록 ‘노인께서 운전 중입니다’라는 스티커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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