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임차인이 돈을 들여 지은 건물의 철거

지역내일 2010-01-21
돌아가신 아버지가 들려주신 옛날 이야기 중 도깨비 얘기가 생각난다.

도깨비들은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도 하지만 가끔 사람들에게 속는 바보이기도 하다. 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도깨비가 준 물건이나 돈이 있으면 얼른 땅을 사 놓는 것이 좋다. 나중에 속은 것을 안 도깨비들이 찾아와 돌려달라고 하면 땅을 가지고 가라고 하면 되고, 도깨비들은 땅에 말뚝을 박고 영차 영차하면서 땅을 가지고 가려고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옛날이야기다. 요즘에는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토지 사기단이 땅 서류를 위조하여 팔아먹는 경우도 있고, 세금도 많이 나와 땅 소유자들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땅은 많지만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임차인이 돈을 들여 건물을 지었다가 나중에 임대기간이 끝나면 건물 소유권을 넘겨주겠다고 제의하면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하여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거나 건축허가 명의를 임대인 이름으로 해 놓는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나중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축사를 지어 소를 키우겠다는 사람에게 1년에 임대료 30만원을 받기로 하고 5년을 빌려준 사람이 있었다. 임차인은 축사를 짓되 계약기간이 끝나면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그런데 막상 계약기간이 끝났을 때 임차인은 축사를 보상해 달라고 하였다.

실제 재판에서 축사의 가격을 감정해 보니 시가는 약 3천만 원 이상이었다. 5년간의 임대료가 고작 150만원인데 필요도 없는 축사 값으로 3천만 원을 보상해 준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될 것이다.

원래 토지를 임차하여 건물을 지은 임차인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으면 건물을 매수해 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민법에서는 임차인이 이러한 권리를 포기하는 각서를 썼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한다.

토지를 빌려 음식점을 지은 경우 임차인이 미리 건물의 소유권 포기각서를 써 주었다고 해도 이는 무효이다. 토지를 임대할 때 건물을 짓도록 하는 것은 나중에 더 큰 돈을 물어줄 위험이 있음을 명심하자.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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