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반신마비가 되고 학업마저 중단했는데도 가해자가 종합 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찾아오지도 않고 사과 한마디 한 적 없다면 피해자나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교통사고를 낸 경우 신호 위반, 음주 운전 등 12가지 항목을 위반한 경우에는 처벌되지만, 위반 항목에 해당되지 않고 종합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위와 같은 비인간적인 일이 발생한다.
운전자가 중대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 중상해를 입혔음에도 종합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 교통사고로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고도 종합 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운전자의 형사적 책임까지 공소를 면제해 주는 나라는 선진국에는 없다.
운전자들은 종합 보험만 가입해 놓으면 어떠한 책임감 없이 보험 처리만 해주면 된다는 인식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중상이나 불구로 만들어 놓고도 도의적인 책임감 없이 ‘보험회사에서 해결해 주면 될 것 아니냐?’고 하면 다 되는 것인가?
일단 종합 보험에 가입하면 교통사고를 일으키더라도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것은 운전자의 죄의식과 책임 의식을 희석시키고, 나아가 운전자의 주의력을 떨어뜨려 교통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가해 운전자가 종합 보험을 무기삼아 사죄나 반성 없이 보험 처리만 하면 된다는 비인간적인 태도를 보일 때 법에 대한 배신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물론 보험에 가입했다고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교통사고는 도로 조건에 의하여 영향을 더 받는다는 주장도 있고 사고 피해자들이 교통사고를 빌미삼아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부작용도 있다. 그
러나 우리나라는 1만대 당 사망자가 3.2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 이상이다. 교통사고의 중상해 비율이 높은 것은 교통사고에 대한 안전의무 소홀과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특례법이 큰 원인이다.
1997년 헌법재판소에서는 4:3으로 합헌 결정을 했지만 지난 2009년 초에 다시 위헌 결정을 했다. 위 위헌 결정 때문에 올 해 사망사고, 중상해 교통사고가 얼마나 줄어들지 기대해 본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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