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즐기는 은퇴 후 여가 활동

같이 있어 든든하고 함께 동(動)하니 그지없어라

은퇴 후 중요한 존재로 부각되는 부부, 소소한 일상 함께 하면서 애정 확인

지역내일 2009-12-11 (수정 2009-12-14 오전 11:10:18)
 
(김충수, 황옥심 부부)                    (한정일, 김화순 부부)                    (강세원, 이영미 부부)


다양한 취미 여가생활은 물론 사회 참여로 바쁘고 활기차게 인생 후반을 살아가는 ‘액티브 시니어’ 에게도 삶의 질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는 중요한 화두다. 그 중 부부관계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 과제. 특히 자녀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자기 생활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시니어일수록 은퇴 후 부부관계의 재정립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이들은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부부만 남게 되면서 그동안 소원했던 부부 관계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분당구 정자동의 김원길(63세)씨는 “예전에는 나 혼자 바쁜 것처럼 정신없이 살았는데 은퇴하고 나니 집사람이 더 바쁘더라. 집에 있는 남편은 아랑곳없이 취미활동이다, 모임이다 밖으로만 나도는 아내가 불만”이라고 토로했다. 반대로 부부가 여가 취미 활동을 함께 하면서 소원했던 관계에 회복을 가져온 경우도 있다. 용인 죽전동의 김희숙(61세)씨는 “그동안 사업체 운영으로 바쁘던 남편이 은퇴하면서 혼자 하던 댄스 스포츠와 수영을 권유해 함께 하면서부터 싸움의 횟수가 줄고 서로의 존재감이 부각되었다.”고 말한다. 실제 다양한 취미 여가 활동의 장을 앞서 만들어 놓은 아내들이 은퇴 후 남편을 동참시켜 함께 즐기는 경우도 많아졌다. ‘분당댄스스포츠학원’을 운영하는 김성열씨는 “클래스에 6~7쌍 정도는 50~60대 시니어 부부들이 차지한다.”며 “음악에 맞춰 손을 잡고 춤을 추면서 스킨십이 이뤄지고 호흡과 스텝이 중요해 서로를 더 배려하고 살피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이가 좋아지는 부부를 많이 보게 된다.”고 전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문화 강좌를 함께 듣는 부부도 많아졌다. 경기도 박물관의 ‘박물관 아카데미’를 담당하는 이지희씨는 “봄과 가을 학기 2번에 걸쳐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에 60대 이상 시니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300명의 정원 중 시니어 부부가 약 30%를 차지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씨는 “해마다 시니어 부부들의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이번 수료식에도 8년간 함께 강좌를 들어온 시니어부부가 대표로 수료장을 받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평생 서로 잘 모르고 살던 부부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로 부각된다.”면서 “이 시기에는 서로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려는 노력들이 관계 회복에 중요한 매개가 됨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ZOOM IN : 함께하는 여가생활로 제 2신혼기 엮어가는 시니어 부부

  “우리는 댄싱커플, 인생은 아름다워~” 
김충수ㆍ황옥심 부부 (65ㆍ68세, 용인 성복동) 

“2006년 정년퇴직 후 술 담배와 스트레스로 망가진 몸을 헬스클럽과 수영장을 오가며 추스르고 있을 때 비슷한 연배의 지인이 댄스스포츠를 권했어요. 마침 집 가까운 곳에 댄스스포츠 과정이 개설돼 있어 안사람과 함께 등록을 했고 지금은 삶의 활력을 주는 없어서는 안 될 취미가 되었지요.” 지난 12월 첫 주 ‘분당댄스스포츠학원’에서 열린 동호회 송년 파티. 파티 중간 김충수ㆍ황옥심 부부가 초대돼 멋진 ‘자이브’ 댄스를 선보여 주었다. 이들이 보여주는 현란한 몸동작은 60을 넘긴 시니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만큼 아찔하고 황홀했다. “사실 시작은 안사람이 먼저 했어요. 그런데 별로 드러내지 않더라고요. 댄스스포츠를 사교춤과 혼동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저 한태도 적극 표현을 안 해왔던 거죠.” 그렇게 몇 년이 흐른 후 은퇴 한 김 씨도 댄스 스포츠를 시작하게 되자 부부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빠르게 춤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 “남편이 춤을 배워 어느 순간 같이 즐기게 되니 정말 좋았어요. 간혹 부부싸움을 해도 춤을 추려면 호흡을 맞춰야 해서 금방 화해를 하고 또 공통의 취미 때문에 대화가 많아지다 보니 싸울 일도 적어지더라고요.” 꽃 중년(?)의 외모로 시니어 잡지의 표지 모델을 하기도 했던 남편과 매일 손을 잡고 춤을 추면서 신혼 때로 돌아간 것처럼 설레고 흥분된다는 황옥심 씨. 이들은 춤이야 말로 부부가 함께 하기 좋은 취미활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은퇴하고 남편은 골프 치러 나가고 부인은 각종 모임 때문에 바쁘다보면 서로 만날 일이 없고 그러다보면 소원해지기 쉽잖아요. 저희는 일주일에 5일 이상은 함께 춤을 추면서 새록새록 부부 정을 확인하고 있답니다. 운동도 되고 음악도 즐기고, 부부 정도 깊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지요.” 김 씨 부부는 요즘 서너 개의 부부 동호회 모임을 만들어 댄스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일요일을 빼고 하루 2~3시간씩 거의 매일 댄스스포츠를 즐긴다는 이들 부부. “춤을 추게 될 거라 상상도 못했던 내 인생에서 댄스스포츠를 만난 건 무엇보다 큰 행운입니다. 게다가 아내와 함께 춤을 추니 인생이 그저 아름다울 수밖에요. 하하.” 

“인문학의 숲, 함께 거닐면 충족감 가득입니다”
 강세원ㆍ이명미 부부 (62ㆍ58세, 용인 보정동)

 은퇴 후 여러 가지 소일을 하다가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박물관 대학을 알게 된 강세원ㆍ 이명미 부부. 평소 차를 좋아해 다도와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던 강 씨 부부는 박물관 대학에서 운영하는 인문학 강좌에 매료돼 8년이란 시간을 열공(?) 할 수 있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됐는데 와서 보니 공부하던 옛날의 풋풋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좋고요. 특히 우리 나이엔 뇌세포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강좌를 들으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만큼 충족감을 줘요.” 서양미술사, 건축, 명화, 도자기, 다도 등 다채로운 인문학 강좌에 매료된 부부는 봄과 가을 학기 2번에 걸쳐 진행되는 박물관 강좌에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를 꼬박 붙어 공부에 열중해왔다. “부부가 같이 참여하는 분들이 저희 말고도 많아요. 그런데 8년을 같이 다닌 부부는 아마 저희가 유일할 겁니다. 하하.” 공통의 취미와 관심사가 두 부부의 인문학 공부에 기름칠을 해준 것도 있지만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함께 하려는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같이 공부하러 나오니 대화 소재가 생겨 좋고요. 또 1년에 2번씩 현장 답사를 가는데 유명사찰이나 궁, 차 재배지 등을 함께 소풍갔다 오면 그것도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렇게 함께 공부하며 사귄 부부들과 모임도 꾸려 정기적으로 만남도 가지니 사교폭도 넓어졌다고 흐뭇해하는 강 씨 부부. “주위에 남편과 함께 강좌 듣는 걸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친구 부부에게도 소개하고 권하는데 그것도 각자의 취미와 성향에 맞아야 오래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8년간 좌석 옆자리를 지키는 짝꿍 남편을 둘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명미 씨는 특히 이젠 장성한 자녀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 흐뭇하다. “20년을 서울에 살다가 은퇴 후 분당으로 이사와 우연히 이곳 경기도 박물관을 알게 되었고 또 박물관 대학의 강좌를 알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취미와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해준 아내가 있어 더욱 좋고요. 이렇듯 훌륭한 강좌가 모두 무료로 진행되니 얼마나 좋습니까? 좀 더 많은 분들이 저희 부부처럼 인문학의 숲을 함께 거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두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 연료는 사랑엔진” 
한정일ㆍ김화순 부부(61ㆍ65세, 분당 수내동)

7년 전 은퇴 후 취미 활동 겸 여가 생활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집 근처인 탄천에 나가 바람도 쐬고 운동도 할 겸 시작한 것이 벌써 7년.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구르는 맛도 좋았고 사계절 주변 경관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며 몸도 건강해지니 이만큼 좋은 여가활동이 없었다. 내친김에 한복 의상실을 경영하다 은퇴한 아내에게도 권해봤다. 처음엔 겁도 내고 어려워 선뜻 응하지 않던 아내가 어느새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하는 동료가 되어 주었다. 자전거와 만나 인생후반을 멋지게 달리고 있는 한정일ㆍ김화순 부부의 지난 소회다. “결혼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아무래도 애정이 식게 되잖아요. 그런데 자전거 타면서 취미활동을 같이 하다 보니 서로 보살피고 격려해주며 도와주는 관계가 돼 예전보다 관계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에 나서는 한 씨 부부는 자전거 동호회 ‘중원 클럽’을 이끄는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저희 동호회 회원이 총 26명인데 그중 10명이 부부 회원이에요. 다들 은퇴하고 저희처럼 여가 활동을 함께 하는 부부들이랍니다. 보통 부부가 따로 동호회 활동을 많이 하는데 우리는 혼성 클럽이고 게다가 부부가 많아서인지 분위기도 훨씬 좋답니다. 하하.” 매주 화요일 정기 라이딩을 통해 모임을 갖고 가까운 한강부터, 서울 상암 경기장, 더러는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자전거 여행을 함께 하는 한정일 씨 부부. “나이 들면 부부가 함께 추억을 만드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침에 먹을 것 챙겨 나서면 중간에 쉬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음식 나눠먹고, 불편한데 없는지 서로 돌봐 주면서 새록새록 추억들이 만들어지니까요. 더구나 세상 곳곳 자전거로 돌아보니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보는 맛도 좋고요.” 자전거를 타면 건강과 여가, 추억이라는 선물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며 적극 추천하는 한 씨 부부. “은퇴 후 나이가 있다고 겁낼 필요는 없어요. 야간 전조등과 깜박이, 헬멧 등 기본 안전 장비만 철저히 한다면 관절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가장 좋은 운동이 바로 자전거랍니다. 부부가 함께 탄천을 달리면 사랑엔진에도 가속이 붙을 거예요. 하하.”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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