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실천하는 이웃을 만나다 ③

고양시자원봉사대회에서 특별한 수상한 이태원씨

지역내일 2009-12-31

2009 고양시자원봉사대회에서 ‘ARS 기부부문’ 특별상을 수상한 이태원씨는 ‘ARS전화’가 아닌 ‘통장계좌이체’로 틈틈이 기부를 해서 올 한 해 1000만원을 기부한 사람이다. 평일에는 연구와 출장으로 스케줄이 꽉 찼다는 그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설비풀랜트 연구실로 찾아가 어렵게 만났다.
겉에서 보면 단층주택 같은 그 곳에서 이태원 박사는 주택의 난방에너지 절감을 연구하며 평일을 바쁘게 보낸다. 하지만, 주말이면 지역의 자원봉사 현장을 부지런히 돌고, 부족한 점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는 적극적인 자원봉사자로 바뀐다. 공학박사 이태원씨가 10년간 자원봉사했던 스토리는 개인이 어떻게 값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지 좋은 본보기가 된다.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이야~ 통닭왔다!”
10년 전, 이태원 박사가 처음 봉사를 결심한 것은 월급 외 수입이 조금씩 나서였다. 에너지 절감 장치를 연구·개발하면서 자문료, 기술이전료 등이 발생하는데 그 돈이 불규칙적이어서 ‘어디다 기부를 하는 게 좋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고양시자원봉사센터’가 있었고, 직접 찾아가 돈을 전달했다. 그걸로 끝이었으면 지금의 적극적인 자원봉사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오려는데, 센터 분들이 같이 기부하러 갈 곳이 있다고 해요. 그 때 따라간 곳이 ‘천사의 집’이었어요. 텔레비전에서 장애인들을 보살피는 어려운 시설을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가서 보니까, ‘참 이런 데가 다 있나’ 싶었지요. 집에 와서도 자꾸 생각이 나서 그 뒤로 혼자 몇 번 더 찾아갔어요. 그러다 설 당일에 갔는데,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 고향으로 가고 없는 겁니다. 원장님이 40명 분 설거지를 어렵게 부탁해서 시멘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하게 되었어요. 손은 시리고, 발은 다 젖고 무릎은 뻐근하고…. 한 시간 해 보고 나니 ‘이게 큰 일이겠구나’ 싶어서 한 끼만이라도 수고를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10년간 매 달 셋째 주 화요일에는 간단한 식사를 준비해 갑니다.”
통닭 15마리, 김밥 30줄, 피자 6판을 10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가져갔고, 이제는 그가 오는 날을 모든 천사의 집 식구들이 손꼽아 기다린다. 그 반가움을 “이야~ 통닭왔다!” 하고 소리치고 부둥켜안는 걸로 표현하지만, 그는 그것이 더 없이 좋단다. 그 동안 물가도 많이 올라서 처음엔 7~8만원이면 사던 것을 지금은 18~20만원은 주어야 살 수 있다.
지금은 천사의 집뿐 아니라 고양시종합자원봉사센터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왼손이 하는 일, 오른 손도 알게 하라
“저도 처음엔 봉사하는 것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조용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그 생각이 아마추어였음을 알게 되었어요.”
천사의 집을 조용히 돕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그 곳의 겨울철 난방비가 턱 없이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일러와 석유난로 5개에 들어가는 석유 값만 한 달에 250만원. 50명이 사용하니 1인당 5만원의 난방비가 들어가고 있었다.
“아파트에서는 한 집당 5만원 정도 나올 때였어요. 이건 너무 하다 싶어, 마침 그 쪽이 전공이라 난방시설을 확인해 봤더니, 깜짝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거예요. 시급한 문제는 보일러가 오래 돼서 석유가 새고, 그 위로 성냥 하나만 그으면 몽땅 다 죽게 생긴 거였어요.”
한 달에 250만원씩 난방비가 나오는 이유를 자원봉사 센터에 알리고, 비슷한 시설들도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조언했다. 그의 예상대로 5군데 시설을 둘러본 결과, 모두 노후 되고 효율이 떨어지는 난방 시설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는 제가 혼자서 여기 저기 아는 사람을 모아 고쳐줄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자원봉사센터에서 집 고쳐주는 봉사팀이 있다며 난방 시설을 교체해 주시는 거예요. 그 후로 겨울철 난방비는 100만원대로, 절반 이상 떨어졌죠. 그 때 깨달았습니다. 봉사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말이죠. 각계각층에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하는 특기가 있는데, 그런 것을 잘만 활용하면 얼마든지 값진 정보와 아이디어를 줄 수 있고, 기부하는 만큼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후 이 박사는 봉사하는 단체가 행정적 어려움을 당할 때면 시·구청에 가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회사에서 뜻이 있는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봉사의 경험과 기쁨을 소개하는 등 활발한 봉사자가 되었다.

개인들이 공식기관 거쳐 기부·봉사하는 문화 만들어가야
“저는 지금까지도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여러 단체에 기부하고 있어요. 그것이 좋은 점은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연말이면 소문을 듣고 전화가 와서 단체에 기부해 달라고 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홍보를 잘 하는 단체나, 교회와 연관된 곳, 정치인들에게 홍보효과를 주는 곳은 봉사와 기부가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극적인 곳은 몰라서도 못 가죠. 공식 자원봉사 기관은 그런 것을 형평성 있게 관리할 수 있기에 저는 자원봉사 센터를 통해서 처음부터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센터에서 제 활동을 제한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부분에서 조언과 도움을 주니 더 좋았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되어 천사의 집 식구들에게 패딩조끼를 한 벌씩 선물할 예정인 이태원 박사. 연구실 탁자 위에는 50여 벌의 조끼가 그득히 쌓여 있고, 한 쪽에서는 그가 개발한 에너지절감 난방장치가 따스하게 실내를 덥혀 주고 있었다.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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