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아카데미하우스 입구 숯불구이집-농우

“눈앞엔 환상적인 전망이, 입속엔 꽃등심이 사르르”

지역내일 2009-12-30
초고급 한우 보증...저렴하고 푸짐한 생삼겹살, 갈비탕 메뉴도

별로 육식 체질이 아닌 사람들도 가끔 몸보신을 해야할 것 같은 때가 있다. 특히 주말에는 답답한 시내를 벗어나 가족들과 콧바람을 쐴 겸 드라이브도 하고 싶다. 이럴 때 너무 멀지 않고, 경치도 좋은 곳에 정갈한 숯불구이 집이 없을까 하고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딱 알맞은 집이 있다.

바로 수유리 4·19묘지 입구에서 아카데미 하우스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한우 구이집 ‘농우’가 그곳. 백련사 입구 맞은 편인 농우는 깎아놓은 밤처럼 예쁜 집이다. 왁자지껄한 고기집 보다는 단아한 한정식집이나 전원카페 풍이다.

전원카페풍 정갈한 고깃집

전용 주차장에 차를 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양 옆의 통유리를 통해 뒷마당의 소나무,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게 보이고 앞쪽으로는 삼각산 진달래 능선의 겨울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더 멀리는 백운대, 인수봉 바위까지 눈에 들어온다. 전망이 정말 끝내준다.

농우 사장 황군모 씨는 “가게가 너무 고급스럽다며 들어오기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다”며 “저렴한 가격대와 맛있는 음식 솜씨를 널리 알려 달라”고 신신당부한다.

이 집의 주 메뉴는 꽃 등심, 등심이다. 한우 전문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 없이 육질. 150g 기준 3만 4000원으로 국내산 1등급 최고급만 취급한다. 고기는 황 사장의 고향인 충북 괴산 연풍면에서 친동생이 키우는 한우 등을 가져다 쓴다. 신뢰를 높이려 부엌에서 음식 준비하는 것을 볼 수 있게 했다.

이밖에도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제주 돼지 생삼겹살(170g 기준 1만원), 훈제오리구이(한 마리 4만원)등을 부담 없이 맛볼 수 있게 했다. 고기를 먹고 난 후 공기 밥을 시키면 맛있게 끓인 된장찌개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무, 양파, 생강을 넣어 푹 고은 갈비탕(5천원)도 준비했다.

이곳에서 만 5년째 영업중인 황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며 오랫동안 사우디, 두바이 등 중동에서 일했다. 가게 곳곳에는 주인의 애정 어린 손길이 느껴진다. 조명도 그냥 형광등이 아니고 따스한 자연광 느낌을 주는 전등을 달았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모은 수석과 틈틈이 취미로 배우는 분재도 놓아뒀다.

“원래 한우 구이를 좋아하고 맛에 까다로운 미식가”였다는 황 사장은 “처음에 가게를 보러 왔다가 바로 앞에 계곡이 흐르고 북한산이 한눈에 보이는 게 마음에 들어 덜컥 계약을 했다”고 귀띔한다. 식당 뒷마당의 담쟁이 덩굴, 대나무부터 기차 침목을 깔아 만든 2층 야외 데크까지 잔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여름엔 뒷마당서 야외바베큐도

하지만 고급스런 건물과 예쁜 인테리어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볼 때도 있다. ‘비쌀 것 같아서 잘 못 들어오겠다’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갈비탕만 먹고 가서 죄송합니다’하고 미안해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황 사장은 “더러 식사를 다 끝내고도 경치가 너무 좋다며 1시간을 더 앉았다 가시는 분들도 계신다. 우리 집을 사랑해주시는 그런 분들이 너무 고맙고 언제든지 대환영”이라며 사람 좋게 웃는다.

3층에는 회갑, 고희연 등 가족모임을 위한 연회석이 마련돼 있다. 밑반찬은 양념게장, 겉절이, 나물 무침 등 10가지가 넘게 넉넉하게 내놓는다. 고기 맛을 좌우하는 숯불은 반드시 두 번 구운 참숯을 써서 불티가 날지 않고 향이 좋다고.

여름에는 가게 뒷마당에 설치된 테라스에서 야외 바비큐도 가능하다. 길 건너 바로 계곡이 흘러 아이들과 함께 물장난을 치거나 700미터 거리의 백련사까지 가볍게 산책하는 것도 이곳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집이 광장동이라 출퇴근을 하는데 여기 공기가 좋아 12시간 넘게 일해도 전혀 피곤한 줄을 몰라요. 서울이면서 깊은 산 속이고 사람들 인심도 시골처럼 정겹고 소박하기 그지 없다”며 동네자랑이 한창이다.

승용차로 올 경우 4.19국립묘지를 지나 아카데미하우스 방향으로 직진하다 보면 오른편에 간판이 보인다. 버스를 타고 오려면 수유역 1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1번, 6번 출구에서 1119번을 타고 백련사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허윤주 리포터 krar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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