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프로그램 중심, 좋아하는 것에 큰 비중 둬
대학입시에 있어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2007년부터 실험적으로 연구되고 진행되어온 입학사정관제. 2007년 10개 대학 254명을 시작으로 올해는 90개 대학(독자실시대학 포함)에서 2만4702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다.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많은 대학 중에서도 그 시스템과 선발과정, 관련인프라 구축 등이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학교는 바로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201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일찌감치 ‘대입합격’에 안착한 양용조(강동고3·카이스트합격)군과 김형연(강동고3·포항공대기계공학부합격)군, 그리고 그들의 담임인 서주연(30·수학)교사를 만나 입학사정관제 합격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결과를 위한 과정보다 내실 있는 과정이 중요
“두 학생 모두 학교수업을 충실하게 했다는 것과 나름대로의 생활 또한 착실하게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를 목표를 스펙을 쌓아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 보니 다양한 스펙이 구축된 거죠.”
두 학생을 1년 간 지도한 서주연 교사의 말이다.
또 서교사는 “학생들이 입학사정관제를 위해 3년 동안의 성적, 다양한 봉사활동, 경시대회와 영어인증시험, 리더십, 외부 단체활동 등 많은 것들을 제시하지만 정작 대학교에서는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얼마나 자신의 일에 충실하냐’는 성실성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 캠퍼스에서 모든 면접이 실시된 포항공대와 달리 입학사정관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1차 면접이 이뤄진 카이스트의 경우 교장, 담임, 학생과의 직접면접이 진행됐다.
교장과의 인터뷰에서는 그 학교의 교육목표와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 교육과정의 전체 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담임교사에게는 학생의 잠재력과 학교교육에 얼마나 충실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주가 됐다. 즉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공교육만으로 얼마나 많은 결실을 맺었는지를 살펴봤다는 것.
특히 사정관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강동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독서기록장’. 이 학교가 실시하고 있는 독서기록장은 학생들이 읽은 책들을 학생 스스로가 기록하는 독서포트폴리오로 3년 동안의 많은 독서활동과제와 그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봉사활동하며 화학에 관심 가지게 됐어요 … 양용조 군
카이스트는 1차 학교장 추천으로 150명을, 2차 일반전형으로 750명을 선발하는데 모두 입학사정관제로 이뤄진다. 양용조 군은 학교장추천을 받아 서류전형, 1차(일반)·2차(심층)면접을 거쳐 합격했다.
양군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꾸준한 봉사활동과 우수한 성적, 다방면에 걸친 학습활동 등이다. 양군은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노인복지관에 꾸준히 봉사활동을 다녔다. 1년 반 동안 300시간에 가까운 봉사활동을 했으니 거의 매주 빠뜨리지 않고 활동을 한 셈이다. 봉사활동을 하며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용조군에게 크게 와 닿은 것은 복지관 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리고 봉사자들이 몸으로 느끼는 불편함이었다.
“기저귀로 인해 할아버지, 할머니들 몸에 생긴 욕창을 보며 더 나은 신소재개발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됐어요.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보조도구들 역시 더 가벼웠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화학 분야에 큰 관심이 생기게 됐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생활의 작은 불편들이 양군의 미래 전공학과에까지 영향을 준 것.
봉사활동에서 보여준 양군의 이런 성실함은 학업에도 이어졌다. 양군의 내신은 2.1등급으로 한자도 2급을 따 놓을 만큼 학업에 충실했다.
별다른 사교육 없이 학교에서 실시하는 특별 프로그램에 착실하게 참여한 것도 입학사정관제에 도움이 됐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자연논술프로그램과 수학심화구술스터디 수업은 성적은 물론 심층면접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서교사는 “봉사활동을 하며 보여준 성실함과 균형 있는 여러 활동들이 용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공학도를 꿈꾸면서 한자와 독서활동 등 문학적인 분야까지 관심을 두며 공부하는 모습에서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스펙관리가 됐어요 … 김형연 군
포항공대는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기타 우수성 입증자료, 면접평가 결과로 합격이 좌우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전형요소에 사용되지 않는다. 1단계 서류평가에 이어 2단계 잠재력평가 면접, 수학과 과학 심층면접이 진행된다.
김형연 군은 뛰어난 학교성적과 더불어 다양한 경시대회 참가 경험, 꾸준한 학생회 활동, 학교선생님과의 특별 수업 등이 눈에 띄는 학생이다.
1.3이라는 높은 내신등급과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전국장려(서울동상), 한국수학경시(KMC) 장려, 제16· 17회 전국수학학력경시대회(성균관대) 장려 등의 시상경력을 갖고 있다.
김 군은 “수학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다양한 경시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어 대회에 참가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에서의 꾸준한 학생회활동도 형연군의 리더십을 보이기에 좋은 자료가 됐다. 김군은 1학년 때 홍보부장을, 2학년 때에는 총무부장을 하며 학생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용조군과 함께 학교에서 진행하는 자연논술프로그램과 토요 수학심화구술스터디 수업도 빠지지 않았다.
물리에 관심있는 형연군을 위해 학교 물리선생님이 이끌어준 대학물리 특별수업도 큰 몫을 차지했다.
김군은 “한양대 강사로 나가시는 물리선생님께 대학물리를 배웠는데 물리에 대한 흥미는 물론 포항공대에서 있었던 과학심층면접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교사는 “형연이도 학교수업에 충실하며 학교에서의 특별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잘 활용한 경우”라며 “학교수업을 중심으로 학업에 몰두하며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것에 많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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