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ㆍ용인 시니어의 봉사 활동 트렌드

“나이는 가라, 우리는 행복한 시니어 봉사대”

지역사회 크고 작은 봉사로 사회 참여 의지 높여,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아

지역내일 2009-12-27 (수정 2009-12-28 오후 10:13:56)


한해가 저물어 간다. 12월은 아쉬움과 설렘 등 복잡한 마음이 교차하는 달이다. 날씨마저 쌀쌀해 자칫 우울해 질 수 있는 요즘. 그래도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것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온정이 남아 있기 때문. 남을 위한 봉사라고 하면 일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주변에서 꾸준히 봉사와 선행을 이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이웃들. 재력이 있어서, 남다른 특기가 있어서가 아닌 열린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60세 이상 시니어들이 많은 분당용인지역은 봉사활동에 있어서도 이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다. 성남시 자원봉사센터의 올해(2009년 5월 현재) 통계를 보면 60세 이상 시니어 봉사회원의 비율이 전체 등록 회원의 약 8%정도다. 수치상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학교 봉사점수 자료로 제출해야 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40%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로 실질적인 봉사활동은 40~50대 이상 중ㆍ장년층에서 많이 하고 계세요. 의료봉사나 호스피스활동, 독거노인 급식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이분들의 활약이 많으신 편이죠.” 성남시 자원봉사센터 이동수 씨의 설명이다.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봉사로 존재감 확인하는 시니어 

자녀양육을 마치고 현업에서 은퇴해 비교적 시간이 많은 시니어들의 경우 봉사 시간이 길고 지속 적이라는 점, 또 봉사에 임하는 자세나 책임감도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2일 실시했던 성남시 자원봉사센터의 연말 우수 봉사자 시상식에서도 전체 수상자 중 60% 이상을 시니어 회원이 차지 해 남다른 위상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시니어들의 봉사참여가 높아지는 가운데 ‘건강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상적인 문화’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약 1만 명에 달하는 시니어회원들이 문화여가 공간으로 참여하고 있는 마사회 분당지점(지점장 이철호) 문화센터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케이스. 전체 회원 중 약 500명의 시니어 회원들이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봉사활동에 일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 마사회 분당지점 문화센터의 홍보담당 이동수씨는 “생활에 안정을 갖춘 분당지역 시니어들의 경우 여가시간을 향유하고 누리려는 문화적 욕구가 강하다.”며 “그런 만큼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사회 참여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의지도 강하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마사회측도 봉사활동에 참여 할 수 있는 다양한 계기들을 만들고 있다. “문화센터 강좌를 수강할 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분들은 3개 강좌까지 수강 할 수 있도록 열어주었죠. 인기 있는 강좌에도 참석하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어 어르신들 반응이 좋습니다.” 이렇게 시니어 회원들은 ‘사랑의 밑반찬 배달 봉사활동’이나 ‘독거노인 생신잔치에 공연 봉사활동으로, 탄천 및 지역 거리 청소에서, 어린이날 행사 지원 등 봉사 기동대 회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적극적인 지역사회 참여는 시니어의 봉사 활동이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예술봉사대, 생명보듬이 상담활동 등 노쇠 시니어 찾아가 봉사 

한편 이 같은 시니어들의 지역 봉사활동은 비교적 건강한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노쇠하고 열악한 환경의 노인들을 찾아가 봉사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인들의 여가 생활문화공간인 노인종합복지관 등에서 이 같은 봉사 활동은 더욱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분당노인종합복지관의 ‘Re-Start 예술봉사대’는 시니어들이 중심이 된 문화 예술 봉사대로 지역사회에 병들고 소외된 노인들을 찾아가 문화 봉사활동을 벌이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복지관의 오현미 사회복지사는 “주로 복지관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적 소양을 익혔거나 젊어서부터 악기나 노래 등 취미 활동을 꾸준히 해 오신 건강한 어르신들이 중심으로 예술 봉사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실버 에어로빅, 사물놀이, 오카리나, 라인댄스, 실버 마술 등 다채로운 문화 공연 팀을 조직해 치매 노인 요양 시설이나 지역의 소외되고 힘겨운 이웃들을 찾아가 웃음과 활력을 전해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다양하고 조직화 된 시니어들의 봉사활동이 지역의 생활문화와 밀착돼 있어 더욱 바람직하다”며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발생되는 여러 노인문제를 풀 수 있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권미영 리포터myk31@paran.com

 <미니 인터뷰-용인시 자원봉사센터 이경숙 팀장> 

자원봉사센터 등록해 자부심 갖고 봉사하세요



 얼마 전 성남용인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다른 시도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일부 지역보다 자원봉사 비율이 뒤진다는 지적에 대해 용인시자원봉사센터의 이경숙 팀장은 “단순히 인구 대비 자원봉사원 비율로 따지는 통계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통계.”라며 “실제 우리지역 봉사 참여율도 타 시도에 비해 결코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특히 용인은 비교적 경제적 여유와 안정적인 생활 여건을 마련한 시니어들이 많이 유입되는 편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이 팀장의 견해다. “수지 죽전 등 새로 조성된 아파트가 많은 지역엔 한 달 평균 1~2천 명의 인구가 새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분들이 생활환경에 정착 하기 전에 봉사처를 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또 봉사처 대부분이 농촌지역인 처인구에 몰려 있어 거리상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활동의 제약이 되고 있습니다.” 이 팀장은 “인구 유입율 가장 높은 용인은 1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이처럼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대비 통계는 자칫 열심히 활동하는 봉사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자원봉사센터의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분들이 개별적인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분들까지 가세한다면 실제로 자원봉사 인구는 더 많겠죠.” 한편 용인시 자원봉사센터는 2009년 12월 현재 330여개의 봉사단체와 5만 7천 여 명의 봉사자가 등록되어 있다. 센터 회원으로 가입되면 자원봉사 상해보험 가입지원, 자원봉사 마일리지통장 및 봉사증 발급, 자원봉사 할인가맹점 이용, 봉사단체 우수프로그램 사업비 지원, 우수단체 및 자원봉사 유공자 표창 등 봉사자들이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문의: 031-335-7757 

ZOOM IN - 봉사로 행복 에너지 전달하는 성남용인 시니어

 # 상담봉사로 달라진 아이 눈빛에 희열 느껴 (상담전문 카운슬러 홍종희 씨)

30년 넘게 교직 생활을 하면서 학교 상담 전문 카운슬러로 활동했던 홍종희 씨. 교직 은퇴 후에도 다양한 지역사회 상담 봉사를 자원해왔다. “교직에 있을 때 ‘인성개발 연구원’ 소속회원으로 학교 부적응 학생들의 심성훈련을 진행해 왔어요. 처음엔 바닥에 침을 함부로 뱉고 인사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던 아이들이 상담을 통해 차차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학교, 기업체, 종교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20년이 넘도록 상담 활동을 펼쳐온 홍씨.퇴직 후에는 교도소 수감자들에서 치매 가족 상담까지 봉사활동의 범위를 넓혀 갔다. “최근까지 송파 노인복지관 ‘치매 가족 센터’에서 상담을 맡아 진행했어요. 가족 중 한분이 치매에 걸리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힘겨워 하시죠. 그분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효율적인 케어 방법, 시설연계, 도우미 연결까지 상담을 통해 도와드리는 역할이었어요.” 70을 넘긴 나이로 체력 적인 한계가 오기 시작한 금년 가을 이후로 잠시 봉사활동을 쉬고 있지만 홍씨는 봉사가 결코 남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른 이들을 돕는 과정에서 내가 얻는 행복은 아마 몇 배 이상일 거예요. 그래서 봉사는 결국 자기가 행복해지는 지름 길이죠.” 

#10년은 더 웃음 줄 수 있어요. (오카리나 연주봉사 이행자 씨)

 지난 12월 11일 분당노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는 200여명의 ‘Re-Start 예술봉사대’ 회원들이 모여 한해 활동을 정리하는 사업 평가회를 가졌다. 대부분 60~70대 시니어들로 구성된 봉사대 회원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연히 오카리나 소리를 듣고 매료돼 복지관 사회교육 프로그램에서 연주를 배웠던 이행자씨. 열심히 취미로 배웠던 오카리나 실력이 일취월장해질 무렵 복지관 예술 봉사대 회원으로 지역사회에 봉사를 나가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지난 1년간 봉사가 없는 날에도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는 등 최선의 열정을 뿜었던 이 씨. 봉사대 대표로 뽑혀 1년 동안의 소감을 발표 하는 시간을 가졌다. “취미 활동이 봉사로 이어졌던 지난 1년의 과정에 크나큰 보람을 느낍니다. 비록 미약한 실력이나마 공연을 보고 환호해주며 앵콜곡을 청해 주었던 정신 병동의 환우들. 반짝이는 댄스 복에 빨간 모자를 쓰고 춤을 추는 우리들에게 보내주었던 70~80세 어르신들의 환한 미소. 유아부터 노인까지 기쁨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가 공연을 펼쳤던 덕분에 내 다리는 달인의 경지가 되었고 춤추는 삐에로가 되었지요.” 이 씨는 아직은 건강한 다리가 있어 앞으로 10년 동안은 봉사활동의 기쁨을 더 누리고 싶다며 희망찬 포부도 덧붙였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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