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나의 해 - 20년 편두통을 이겨낸 김계숙 씨

예전엔 ‘남’을 봤지만 이젠 ‘나’를 봐요

지역내일 2009-12-25
두통에 시달려본 사람만이 ‘차라리 머리를 잘라버렸으면 좋을 것만 같은’ 두통의 고통을 안다. 20대에 시작된 편두통으로 고통 받아 온 김계숙(40·행구동)씨.

30대가 되자 두통은 더 심해져 심한 날은 2~3일을 꼬박 누워 지내기도 했다. 횟수도 잦아져 1주일이 멀다 하고 편두통이 찾아왔다. 통증이 심해질수록 약 복용량도 늘었다.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아도 그때 뿐, 머리를 짓누르는 두통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토록 지긋지긋하게 김계숙 씨를 따라다니던 편두통이 올 여름부터 차차 잦아들더니 지금은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가끔씩 머리가 무거워지는 두통의 전조증상이 찾아오면 마음을 이완하는 자율훈련법을 통해 약 없이 스스로 통증을 다스리고 있다.

“편두통의 원인이 내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아이들이 문제고, 남편이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내 문제임을 깨달아가면서 두통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 아이가 아니라 내가 바뀌었어요

올해 5학년인 아들과 2학년 딸, 5살짜리 딸까지 세 아이를 둔 김계숙 씨. 아이들을 잘 양육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또래보다 말도 빠르고 숫자 감각도 뛰어난 아들을 위해 공부 스케줄과 공부 범위까지 일일이 챙겼다. 아이의 하는 일 모두 도와줘가며, 잘 안될 땐 가차 없이 매도 들면서 세심하게 신경 쓴 아들은 2학년까지는 별 무리 없이 따라 왔지만 3학년이 되면서부터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큰 아이와 성향이 비슷한 막내 아이의 행동이 첫째와는 너무나 다른 걸 보면서 ‘이게 아니다’ 싶었어요”. 자기 할 일 알아서 잘 하고 말과 행동이 예쁜 딸들과는 달리 가장 신경 써서 키운 큰 아들은 말도 거칠고 친구들을 때리기도 하고 수업 태도로 산만했다.

아들 문제로 고심하다가 올해 1월부터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가 바뀐다’를 모토로 한 균형심리학습연구소(소장 이균형·원주시 원동 소재)의 부모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나를 바꾸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김계숙 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들에게 ‘잔소리 하지 않기’다. 내 말을 하기보다 아이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의 영역을 빼앗고 내 조바심을 아이에게 투사했기 때문에 아이가 힘들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하자 아이의 표정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사실은 아이가 바뀐 게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바뀐 거죠. 어른인 나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우리 아이만의 능력이 있을 거고, 그걸 믿고 기다려 주기로 했어요.”

남편도 변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힘든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남편과 가감 없이 소통하려고 노력하자 그토록 술 좋아하던 남편이 스스로 술을 끊었다.

“예전엔 남을 봤지만 이젠 나를 봐요. 1년 동안 꾸준히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서 내 근심과 두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깨달았어요.”
‘나를 바꾸어 세상을 얻는 능력’, 김계숙 씨가 손에 넣은 마법의 열쇠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김계숙 씨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고 있다.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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