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제목:외국인 근로자 대부가 된 국세공무원

지역내일 2009-12-23

주제목:“한국이 희망의 땅이 되게 해주고 싶었다”
부제목:순천세무서 송하진씨, 5년간 ‘한글 야학당’ 교사로 봉사활동
(사진있음)제목: 외국인 말하기 대회

한 국세공무원의 사회공헌 활동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순천세무서에서 일하는 송하진씨(사진 아래 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그 주인공. 송씨는 5년째 공휴일이면 광주 하남산단 8번 도로 건물에 있는 한국어 야학당에 나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우리글 강사로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는 또 결혼이민자를 비롯 이주여성들이 한국문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으로 컴퓨터 교사가 되기도 한다. 그가 전남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광신대학교에서 실시한 급수별 한국어과정(6개월)을 수료한 외국인만 해도 23개 국가 출신 283명에 이른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 땅에서 열등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한국을 사랑합니다”를 다함께 소리 높여 외치기도 하고, 수업시간 틈틈이 ‘아리랑’을 부르게 하기도 한다.
송씨는 5년 전 잘 알고 지내던 박 모 교수의 안내로 외국인 근로자 문화센터에 첫발을 내디디게 됐다. 당시 광주지역에서는 한국어 학습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 않아 “한국어를 배우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하남산업단지 외국인 숙소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이 때 밥비야라는 베트남 이주여성이 한글 야학당을 찾아왔다. 밥비야는 한국인 남편과 살면서 말이 통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울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힘들어 하던 중이었다. 밥비야는 송씨의 지도로 1년만에 자유롭게 한국말을 구사한다. 밥비야는 그 후 두 딸을 낳아 그 아이에게 한국말을 스스로 가르치고 있단다.
송씨는 야학당 교사를 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너무 왜곡된 우리말을 배우는 현실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공장 근로현장에서 내국인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무시하며 상스러운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원인이다. 한국문화를 잘 알지 못하는 그들은 근로현장에서 듣고 배운 언어를 여과 없이 사용하고 있는 있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그는 예쁘고 바른 우리말을 가르치고 싶은 의욕에 불타기도 한다.
휴일을 잊은 활동 덕분에 이제 송씨는 광주 하남공단과 평동공단 인근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대부가 되었다. 그를 신뢰해 어떤 외국인 근로자들은 꼬박꼬박 모은 돈을 맡겨놓기도 하고 산재사고를 당하면 제일 먼저 그를 찾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송씨는 산재처리가 안 되거나 사망자가 생기면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며 백방으로 뛴다. 주변에서는 이런 그를 보고 “외국인 사망자까지 도와야 하느냐”며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얼마나 고생하며 지내는지 직접 지켜본 그로서는 모른 척 할 수가 없다.
송씨의 야학당 교사 활동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학당이라야 지방자치단체에서 무료급식소로 이용하는 조립식 가건물을 세 낸 것이라 겨울철에는 난방비가 부족해 강사나 외국인 학생 모두 추위 속에 덜덜 떨며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래도 잘 가르치고 잘 배우고 싶다는 일념만이 열악한 환경을 오히려 훈훈하게 데운다.
송씨는 “얼마 전 한글을 배운 우즈베키스탄 근로자 제자 3명이 귀국해 초청장을 보내왔지만 공무원 신분이라 초청에 응할 수 없었지만 가슴이 뿌듯했다”며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 근로자들이 꿈을 이루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를 위한 소중한 인적자원이 되리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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