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대부분 아이가 말을 잘 들으면 흐뭇해하고, 잘 듣지 않으면 몹시 걱정을 한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면 아이가 주관이 뚜렷하다는 증거며, 말을 잘 듣는다면 아이가 주관이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진정한 내면의 힘! ‘주관 있는 아이로 키우기’에 대한 올 가이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로 돌변한 승원이(15).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고 무섭게 책만 읽어대더니 갑자기 “학원에 다닐 의미가 없다”고 선언하지 않나, 학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농구와 축구, 야구 등 스포츠에 빠져 지내다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아들을 설득해보려 해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면 절대 항복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속이 타기도 여러 번이었단다.
고집인지 주관인지 모를 승원이의 대쪽 같은 면모가 진가를 발휘한 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 여전히 학원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공부를 해보겠다고 하더니 1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전교 36등을 한 것. 세계 최대 갑부 빌 게이츠의 아버지 역시 자서전에서 아들을 키우는 과정이 ‘악몽’이었다고 표현했다. 학교 공부와는 담 쌓고 컴퓨터와 관련 책에만 빠져 있었으며, 결국 하버드 법대를 중퇴하고 컴퓨터 회사를 차렸을 정도니 빌 게이츠는 부모 마음에 쏙 드는 모범생은 아니었을 듯싶다. 그렇다면 어떤 아이가 ‘주관’이 있는 아이일까?
주관 있는 아이 vs. 주관 없는 아이
한국리더십센터 남관희 교수는 “주관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힘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생각이 맞든 틀리든 의견을 표현하고 행동을 시도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을 보고 ‘주관 있는 사람’이라고 평한다는 것. 하지만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소홀히 하고 컴퓨터에만 빠져 있는 아이를 ‘그대로 둬도 나중에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빌 게이츠는 비록 부모에게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반항아’였을지언정 하버드 법대에 입학했다는 것만으로도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변 관리를 잘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아이가 주관 있는 아이라는 얘기. 반면 주관이 없는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 하는 것을 찾기보다 ‘어떻게 하면 부모가 좋아할까’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성향은 자신이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만 존중 받고 그렇지 않을 때는 존중 받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얻은 결과물. 물론 부모는 아이에게 옳고 그른 것이나 바람직한 것과 바람직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별을 가르치기 위해 그렇게 했겠지만, 자칫 ‘주관 없는 아이’라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주관’과 ‘고집’은 다르다!
부모의 뜻을 꺾고 자기 생각을 강하게 표현하는 아이를 두고 ‘개성이 강한 아이’ 혹은 ‘원래 고집 센 아이’라고 좋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부모들이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신철희아동청소년상담센터 신철희 소장은 “주관이 있는 아이의 주장은 논리적이면서 합리적이다. 따라서 남을 설득할 수 있는 호소력을 갖추고 자신의 주장을 위해 상대방 의견을 듣고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부모교육센터 이동순 소장은 “주관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보다 나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꺼이 승복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있는 반면, 고집은 타협이 없다”고 전한다. 이 소장은 덧붙여 자기 의견이 강한 자녀와 갈등을 줄이는 방법으로 “아이의 말을 들어줄 거면 흔쾌히 들어주라”고 조언한다.
내 아이 ‘주관’ 키워주는 부모 코칭법
coaching 1. 시행착오에 투자하라 신철희 소장은 “주관은 사소한 생활 습관에서 스스로 하는 것들이 많아져야 생긴다”고 조언한다. 생활 습관은 부모가 뭐든 알아서 척척 해주고 생각만 주관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이가 좀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고, 그 때문에 시간이 낭비되는 것 같아도 시행착오를 겪도록 지켜봐주는 부모의 모습이 필요하다. 진정 ‘자기 것’이 무엇인지 알려면 시행착오는 반드시 겪어야 하는 필수 코스.
coaching 2. 경청이 우선 주관에 힘을 실어주는 핵심 요소는 ‘자신감’. 자신감의 바탕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원활할 때 견고히 다져진다. 부모에게 자신이 ‘이해’ 받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끔 충분히 아이 의사를 존중해주고, 아이가 무슨 말을 해도 귀 기울여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용이 좀 미진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경험이 반복돼야 자신감을 갖기 때문이다.
coaching 3. 질문의 기술도 필요 송지희 강사는 “부모의 태도 중 가장 중요한 건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말을 삼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정답을 주려 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답을 끄집어내도록 질문 하는 것이 포인트.
정주연 리포터 missingu93@naver.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