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에서 찾는 자녀와 부모 갈등의 탈출구

“우리 아이는 문제없다? 함부로 판단하지 마세요!”

성남 분당 학부모, 아이 정신건강 문제의식 낮아 … 문턱 낮은 지역 상담센터 이용 필요

지역내일 2009-12-04 (수정 2009-12-06 오후 10:04:33)
“넌 기말고사가 코앞인데 걱정도 안 되니? 왜 아직도 네 스스로 공부를 안 하는 거야? 도대체 네가 책상 앞에서 집중하는 시간이 하루에 몇 시간이나 되니?” “에이 씨~ 잔소리 지겨워 죽겠네. 엄마 시험이야, 내 시험이지? 내가 알아서 하면 될 거 아니에요? 에이~ 시험은 왜 또 보는 거야.” 오늘 아침도 언성 높여 한바탕 말싸움을 하고 아들을 학교에 보낸 고민경(40·분당 구미동)씨. 갈수록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이 밉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서로의 아침을 망쳐버린 일상이 서글프기만 하다. “되도록이면 잔소리를 안 해야지 하면서도, 애가 빈둥거리는 꼴을 보면 못 참겠어요. 왠지 늘 아이를 보면 불안한 마음이 앞서요. 아이의 학업능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아니면 제게 문제가 있는 걸까요?” 고씨는 요즘 아들과의 관계가 점점 나빠지자 이런 상태에서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사춘기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렵기까지 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요? 관계가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기 전에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서라도 아이와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요. 그런데 어디에 가서 도움을 받아야 하나요?” 

분당지역 학생들 정신과 진료 경험 매우 높아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와 겪는 정신적인 갈등도 커진다. 어느 집이나 다 겪는 갈등이라고 생각한다면 별로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 아이에게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굳이 전문기관의 검사나 상담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지극히 일상적인 갈등이 쌓여 나중에는 심각한 스트레스와 참담한 병적 증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7~19세 아동 청소년 정신질환 진료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와 성남 분당구 등 부유한 지역 또는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초·중·고생들의 정신과 진료 경험이 높다고 한다. 분당구 학생들의 경우 100명당 3.74명이 정신질환 진료경험이 있어 강남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성남시소아청소년정신보건센터 틔움’에서는 올해 초부터 성남시내 총 10개 초·중·고등학교 3762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진단검사사업을 추진하고 지난 9월 24일 그 결과보고회를 가졌다. 정신건강 종합검진과 ADHD(주의결핍과잉행동장애), 게임중독 등에 대한 진단을 실시한 결과 초등학생의 경우 28.4%, 중학생은 31.1%, 고등학생 40.1%가 2차 정밀검진이 필요한 대상으로 나타났다. 2차 검진대상이 평균 30.6%로 지난해 진단율 25.6%보다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2차 검진을 개별적으로 의뢰했을 때 대상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2차 검진 대상자들의 31.5%만이 2차 검사에 참석했는데 지난해 13.6%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해 자녀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체 대상자에 비하면 여전히 2차 검진 참석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한편 2차 검사 거부유형에 대한 결과도 흥미롭다. 40% 이상이 ‘우리 아이는 문제없다’라고 판단을 하는 부모가 대부분이라는 것. 그밖에 ‘시간이나 상황이 어렵다’(13.2%), ‘나중에 가겠다’(12%)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학부모들이 자녀의 정신건강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결과다. 

문제의식을 갖고 노력하는 학부모들 

반면, 아이와의 건강한 관계형성을 위해 유아 시기부터 학부모 강좌를 듣거나 자녀교육 공부를 하며 준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또 지역의 상담지원센터나 사설기관을 통해 아이와 엄마의 심리테스트, 성격유형검사, 인성검사 등을 하며 서로를 파악하고 이해해가는 노력을 보이는 학부모도 많이 있다. 실제로 무료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테스트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지역 상담센터의 경우, 서비스 요청이 너무 많아 내년 2월까지 대기 순위가 밀려있을 정도. 그래서 지역 상담센터에서는 학부모를 위한 부모교육교실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성남시소아청소년정신보건센터 틔움’에서는 부모 정신건강교실이 열렸다. 성남 거주 학부모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주이야기’ 저자 박남희씨의 강의가 진행됐다. 그런데 이날 강의에 참석한 박찬숙(36·성남 산성동)씨의 한마디가 폐부를 찔렀다. “요즘 부모교육은 학원에 정통한 옆집 아줌마가 다 시킨다잖아요. 그런 얘기 듣고 오면 아이들을 들볶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강의를 듣고 나니 엄마인 제게 문제가 많았다고 반성이 되네요. 신경안정제를 하나 맞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이의 말을 잘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학부모강좌는 정기적으로 들어야겠어요.”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인터뷰 - 성남시 소아청소년정신보건센터 유희정 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아이의 정신건강, 지역사회가 책임져야 

“오늘 여기 학부모 강좌에 오신 분들은 앞으로 자녀들과 큰 갈등 없이 잘 해내실 거예요. 자녀의 정신건강에 대한 첫걸음은 문제점부터 인식하는 것이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머니들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매우 건강한 겁니다.” 유희정 교수는 지난 1년간 성남시 소속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정신건강진단사업’을 실시했다. “1차 진단 후, 2차 정밀검사가 필요한 학생에게 진단을 권하면 참석률이 30% 이하로 저조해져요.” 유 교수는 상담을 거절하는 학부모의 반응에 걱정이 많다. “센터에서 무료로 정밀검사를 해준다는데도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문제없다, 학원 스케줄 때문에 안 된다’고 하세요. 자녀의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의식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공부가 우선인거죠.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일상과 밀접합니다. 병적 수준을 부모가 자의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유 교수는 부모가 문제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학부모 진단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 청소년의 정신건강은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그래도 문턱이 낮은 지역 상담센터를 십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남시에서 부모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

* 성남시소아청소년 정신보건센터 틔움 : 부모 정신건강교실우리아이와 건강한 관계 만들기031-751-2445~6
 *성남시청소년지원센터 : 학부모대상교육특강, 자녀상담031-756-1388
 *정자청소년수련관 : P·E·T(효과적인 부모역할훈련)부모-자녀 갈등 이해와 문제해결 연습031-783-4300
 *서현청소년수련관부모교육자녀교육에 대한 방법론적인 교육031-781-6182~5
 *지역사회교육협의회 성남지회 : 부모교육지도자과정부모자녀대화법 자녀 감성능력 키우기 
    (내년 3월 1년 과정 모집)031-707-8377
 *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 : 확장이전 기념 무료부모교육우리아이 킹왕짱으로 키우기 
    (12월 22일 오전 10시)031-706-1417
 
 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