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파트 숲 사이사이 적절히 들어 선 도서관을 보면 예전에 비해 한결 책읽기 편해진 세상이란 생각이다. 물론 이것은 지역차이가 현저하다. 신도시 특성상 아파트 밀집 지역엔 크고 작은 도서관이 한두 개씩 들어서 있다. 하지만 아파트 신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도서관은 물론이며, 아이들이 마땅히 찾아가 마음 놓고 놀만한 공간도 흔치 않은 사각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낮은 키의 주택들이 밀집돼 있는 곳, 대형마트도 동네 놀이터도 흔치 않은 그 곳의 아이들은 어디에서 꿈을 키울까?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낮은 키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 곳, 한쪽엔 신도시의 상징인 뉴타운 아파트가 이제 막 들어서고 있었다. 아파트 문화에 익숙해 제법 길을 잘 찾는다고 생각했는데 골목길을 들어설 때마다 비슷비슷한 모양의 집들과 가게들 때문에 한참을 헤맸다. 그러다 찾아간 곳이 어린이 도서관 책놀이터다. 그리고 그 곳엔 책놀이터의 지킴이이자 아줌마의 주인공인 박미숙 관장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행복한 일
어른이 되고 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도 행복하다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어서. 책놀이터 박미숙 관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들의 글쓰기를 지도했다. 그 때 접한 책이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였다. 어릴 적부터 예쁘고 바른 글쓰기로 각종 글짓기 상을 휩쓸었던 그가 진짜 글쓰기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예쁜 미사여구를 사용하기보다 담백하고 솔직하게 삶을 담아내는 글쓰기가 아이들에게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는 어린이 글쓰기와 동화책에 깊이 빠져들게 됐다. 학교 밖 글쓰기 선생님으로 오랫동안 일 했으며, 동화 읽는 어른모임 일산지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던 그가 문득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 적이 있었다. 괜찮은 사회적 조건의 직업들이 그를 유혹했지만 그는 자신에게 힘을 주고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박미숙 관장은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행복하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작은 도서관의 꿈을 키우다
그는 덕양구 관산동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다. 어느 날 동네에 하나뿐인 서점이 문을 닫는 모습을 보며 도서관도 없는 우리 동네 아이들은 어디서 책을 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나마 신도시 일산은 시립 도서관과 크고 작은 개인 도서관들이 많아지면서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신도시 외곽의 동네에는 도서관이 귀했다. 그 때 그는 막연하지만 작은 도서관을 만들 꿈을 꾸었다. 한달에 20~30만원 어치씩 어린이 도서를 사서 모아 작은 방에 쌓아두며 5년을 모았다. 그리고 비교적 도서관 환경이 열악한 동네를 찾아 발품을 팔며 도서관을 열 공간을 찾았다.
“당시 주교동에는 시에서 급식비 지원을 받는 아이들이 고양시에서 가장 많았어요. 맞벌이 가정도 많아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혼자 집을 지키거나 길거리를 배회했지요. 시립도서관도 거리가 멀어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싶어도 그러기 힘든 환경이었답니다.”
그는 독서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적용되는 현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고심한 끝에 그는 2005년 주교동 현재 위치에 어린이도서관 책놀이터를 열었다. 적어도 책으로 소외받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그의 소망이 이뤄진 것이다.
마을 공동체를 꿈꾸는 작은 도서관
책놀이터를 시작한 지 어느덧 4년. 우리나라에서 돈 없는 개인이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이를 운영해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걸어왔나 싶을 만큼 고단한 시간도 있었지만 그 시간은 책놀이터에서 만난 여러 인연들이 기쁨으로 채워주었다.
책놀이터에는 다양한 모임들이 있다. 자원봉사자 모임과 도서관 지킴이 모임, 저소득층 아이들의 독서활동을 도와주는 모임, 어린이 책을 공부하는 모임 등이다. 모두 책놀이터를 통해 소중한 인연이 된 사람들이고 책놀이터를 이끌어 가는 가장 큰 힘이자 바로 책놀이터의 진짜 주인인 사람들이다.
박미숙 관장은 “책놀이터는 박미숙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도서관이지만 내 이름으로 등록만 된 것일 뿐 책놀이터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책놀이터를 사랑하는 회원들”이라며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책놀이터가 꾸는 꿈”이라고 전했다.
박미숙 관장은 처음 책놀이터의 문을 열며 도서관의 책이 1만권을 넘어서면 무료 회원제로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월 3000원의 유료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올해 초부터 회원들과 함께 1만권 운동을 펼쳐 조만간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1만권 운동을 위해 자신의 돼지저금통을 내놓은 아이들과 지갑 속에 숨어 있던 문화상품권을 내놓은 회원, 자신의 비상금을 선뜻 내놓은 회원들 덕분에 책놀이터는 내년부터 무료 회원제로 운영된다.
아이들이 힘들 때 떠올릴 수 있는 책놀이터 되길
어려서부터 그는 책벌레라는 말보다 책 중독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만큼 책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삶의 힘겨운 시간이 찾아 올 때마다 책은 그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었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아픔과 절망 등 우여곡절의 시간을 묵묵히 책을 통해 위로 받았고, 이제는 그 경험을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단다. 요즘처럼 아이들도 어른 만큼 지치고 힘겹게 사는 현실에서 그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책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자신이 읽었던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삶이 즐거워진다면 좋은 일이지요. 힘든 시간도 책을 통해 지혜롭게 이겨낸다면 더 바랄 것이 없고요. 하지만 더 힘든 시간이 찾아와 아이들이 가출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책놀이터였으면 합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이 힘겨운 시간을 잘 넘기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고마운 것이지요.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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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행복한 일
어른이 되고 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도 행복하다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어서. 책놀이터 박미숙 관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들의 글쓰기를 지도했다. 그 때 접한 책이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였다. 어릴 적부터 예쁘고 바른 글쓰기로 각종 글짓기 상을 휩쓸었던 그가 진짜 글쓰기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예쁜 미사여구를 사용하기보다 담백하고 솔직하게 삶을 담아내는 글쓰기가 아이들에게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는 어린이 글쓰기와 동화책에 깊이 빠져들게 됐다. 학교 밖 글쓰기 선생님으로 오랫동안 일 했으며, 동화 읽는 어른모임 일산지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던 그가 문득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 적이 있었다. 괜찮은 사회적 조건의 직업들이 그를 유혹했지만 그는 자신에게 힘을 주고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박미숙 관장은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행복하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작은 도서관의 꿈을 키우다
그는 덕양구 관산동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다. 어느 날 동네에 하나뿐인 서점이 문을 닫는 모습을 보며 도서관도 없는 우리 동네 아이들은 어디서 책을 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나마 신도시 일산은 시립 도서관과 크고 작은 개인 도서관들이 많아지면서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신도시 외곽의 동네에는 도서관이 귀했다. 그 때 그는 막연하지만 작은 도서관을 만들 꿈을 꾸었다. 한달에 20~30만원 어치씩 어린이 도서를 사서 모아 작은 방에 쌓아두며 5년을 모았다. 그리고 비교적 도서관 환경이 열악한 동네를 찾아 발품을 팔며 도서관을 열 공간을 찾았다.
“당시 주교동에는 시에서 급식비 지원을 받는 아이들이 고양시에서 가장 많았어요. 맞벌이 가정도 많아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혼자 집을 지키거나 길거리를 배회했지요. 시립도서관도 거리가 멀어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싶어도 그러기 힘든 환경이었답니다.”
그는 독서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적용되는 현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고심한 끝에 그는 2005년 주교동 현재 위치에 어린이도서관 책놀이터를 열었다. 적어도 책으로 소외받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그의 소망이 이뤄진 것이다.
마을 공동체를 꿈꾸는 작은 도서관
책놀이터를 시작한 지 어느덧 4년. 우리나라에서 돈 없는 개인이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이를 운영해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걸어왔나 싶을 만큼 고단한 시간도 있었지만 그 시간은 책놀이터에서 만난 여러 인연들이 기쁨으로 채워주었다.
책놀이터에는 다양한 모임들이 있다. 자원봉사자 모임과 도서관 지킴이 모임, 저소득층 아이들의 독서활동을 도와주는 모임, 어린이 책을 공부하는 모임 등이다. 모두 책놀이터를 통해 소중한 인연이 된 사람들이고 책놀이터를 이끌어 가는 가장 큰 힘이자 바로 책놀이터의 진짜 주인인 사람들이다.
박미숙 관장은 “책놀이터는 박미숙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도서관이지만 내 이름으로 등록만 된 것일 뿐 책놀이터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책놀이터를 사랑하는 회원들”이라며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책놀이터가 꾸는 꿈”이라고 전했다.
박미숙 관장은 처음 책놀이터의 문을 열며 도서관의 책이 1만권을 넘어서면 무료 회원제로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월 3000원의 유료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올해 초부터 회원들과 함께 1만권 운동을 펼쳐 조만간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1만권 운동을 위해 자신의 돼지저금통을 내놓은 아이들과 지갑 속에 숨어 있던 문화상품권을 내놓은 회원, 자신의 비상금을 선뜻 내놓은 회원들 덕분에 책놀이터는 내년부터 무료 회원제로 운영된다.
아이들이 힘들 때 떠올릴 수 있는 책놀이터 되길
어려서부터 그는 책벌레라는 말보다 책 중독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만큼 책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삶의 힘겨운 시간이 찾아 올 때마다 책은 그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었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아픔과 절망 등 우여곡절의 시간을 묵묵히 책을 통해 위로 받았고, 이제는 그 경험을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단다. 요즘처럼 아이들도 어른 만큼 지치고 힘겹게 사는 현실에서 그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책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자신이 읽었던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삶이 즐거워진다면 좋은 일이지요. 힘든 시간도 책을 통해 지혜롭게 이겨낸다면 더 바랄 것이 없고요. 하지만 더 힘든 시간이 찾아와 아이들이 가출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책놀이터였으면 합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이 힘겨운 시간을 잘 넘기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고마운 것이지요.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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