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 만 5세 초등학교 조기 취학안 저출산 대책 될 수 없어

지역내일 2009-11-27
이윤경(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 의장)

25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내용 등을 골자로 ‘저출산 대응 전략’을 발표하였다. 아동의 빠른 발달상황을 고려해 만 5세아의 취학연령을 1년 낮춰 부모들의 막대한 유아교육 비용과 육아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주겠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또 저출산 고령화로 경제활동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현실을 고려할 때 취학연령을 낮추어 조기 사회진출을 통해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등의 기대효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저출산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만 집착해 취학연령 하향화로 인한 유아들의 발달을 무시한 학습 경쟁, 현 교육내용과 수준 등 교육과정 전반 및 학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과거지향적인 방안이다. 일찍이 초등입학연령 1년 단축 방안은 노무현 정부 당시 「비전 2030 인적자원활용 2+5 전략」및 학제 개편 추진과정상에서 논의 끝에 무산된 바 있다.
만 5세 초등학교 조기 취학안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인적자원개발 측면에서도 시대착오적 발상임이 명백하다.

첫째, 만 5세아의 초둥학교 취학은 아동의 성장, 발달이 빨라진 것을 학제에 반영할 만한 타당한 연구와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아동의 발달에 역행하는 것이다. 만 3세에서 5세의 유아기는 개인내 혹은 개인간 발달적 개인차가 크므로, 개별 유아의 요구에 기초한 개인, 혹은 소집단의 놀이 중심 교육이 적합하다. 반면, 만 6세에서 7세경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들어서면서 유아들은 개인 내 발달이 통합되고 동일 연령대 발달이 균등화되어 학업 중심의 집단 교육이 적합하다. 따라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은 초등학교의 집단 교육과 교과 지식 중심의 교수학습 방법의 적용이 가능한 발달적 시기에 이루어져야한다. 이는 현재 국가인적자원 개발측면에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뇌 발달 연구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화는 우리사회의 과도한 교육열을 볼 때 어린 유아들을 발달에 맞지 않는 학습 경쟁체제에 더 빨리 몰아넣을 뿐 아니라 취학전 유아교육이 1년 일찍 시작될 수 있어 오히려 조기 사교육 연령하향화 현상만 부추기게 될 것이다.
둘째, 만 5세 조기 초등학교 취학은 국가의 노동력 및 소득 측면 등 사회경제적인 면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OECD는 만 6세 이상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성인기의 노동력 및 고용효과 등에서 만 5세 이하에 입학한 것보다 그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의 부적절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세계 경제 선진국 OECD 20개국 중,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국가는 영국 1개국뿐인데 영국에서 조차도 지난 10월 케임브리지대학 교육학부 산하의 초등교육 연구기관인 케임브리지 프라이머리 리뷰는 보고서를 통해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늦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아동의 신체 발달이 빨라졌는데도 해마다 초등학교 입학을 유예하는 비율이 왜 늘어만 가고 있는지? 세계 아동권리선언문을 비준한 우리나라가 유아기에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왜 빼앗으려 하는지? 일찍 입학하여 일찍 사회에 진출하면 과연 일찍 결혼해서 일찍 아이를 많이 날 것인지?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6세로 하고 있는 세계 선진국에서는 왜 취학연령 하향화를 학제에 반영하고 있지 않는지?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여러 나라에서는 왜 유아교육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는지? 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진정으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이라면 유아들의 학습 부담을 증가시키는 취학연령 하향 방식보다는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전환하여 농산어촌 등 소외지역부터 단계적으로 만 3-5세를 무상의무교육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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