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동아리

주엽고등학교 응원단 ‘히어로’

지역내일 2009-11-04
어느 분야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들이 있다. 최근 국내 ‘응원계’에서는 혜성처럼 나타난 고교 응원단이 화제다. 고양 주엽고등학교의 응원단 ‘히어로’가 그 주인공. 연습시간이 부족한 인문계 고등학교의 한계를 뛰어넘어, 3년 전부터 응원대회마다 뛰어난 실력을 드러내고 있는 응원단. 그들은 어떻게 뛰어난 ‘치어리더’가 되었을까? 주엽고를 대표하는 동아리, ‘히어로’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야구부 없어지고 응원단만 남아
응원팀 ‘히어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응원단을 창단하고 8년째 이끌고 있는 김명형 교사다. 대학시절 응원단 단장이었던 그는 2002년 임용시험에 합격해 체육교사로 주엽고등학교에 처음 왔다. 마침 그 해 주엽고에서 KBS <도전 골든벨="">이 열렸는데, ‘최후의 1인을 응원하라’는 코너에서 교사 응원팀이 서기로 했다. 그러나 과도한 안무를 소화해내지 못하고 교사 응원팀은 와해되었고, 골든벨 담당 PD는 “학생 응원팀이라도 세워 달라”며 김 교사에게 매달렸다. 급하게 2학년 중에 ‘착한 애들 몇 명’ 뽑아 연습을 감행했다. 그것이 주엽고 응원단, 히어로 1기의 탄생이었다.
야구 경기장의 주연이 야구팀이라면, 응원단은 그들을 응원하는 조연이다. 처음에 히어로는 주엽고 야구부를 응원했다. 4월부터 9월까지 야구부 성적에 따라 응원단이 서는 무대가 달라졌다. 응원단 결성 3년만인 2004년에 드디어 야구부가 전국 청룡기고교야구대회에 출전했고 덩달아 히어로도 동대문 운동장에서 관중 앞에 설 수 있었다. 당시 고교 야구팀에 응원단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2년 연속 개막전 경기에 주엽고가 출전하는 ‘특혜’도 누렸다. 또, 야구부를 따라 해외원정도 갔다. 2005년 일본 톳토리현 야구장에서 요나서고교와 원정 경기, 이듬해 연세대에서 요나서고교 야구부가 초대되어 경기할 때 항상 히어로가 같이 했다.
하지만, 2006년 야구부가 아쉽게 해체되면서 ‘주엽고 야구부 응원팀’은 야구부 없는 응원단이 되었다. 이 때 김명형 교사는 응원단의 주된 활동을 국내 응원대회 출전으로 다시 정했다. 국내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치어리더 대회는 고교팀끼리 겨루는 대회부터 대학팀까지 같이 하는 큰 대회까지 있다. 이후 경기장 응원에 주력했던 히어로는 화려한 기술과 안무로 ‘무대 위 쇼’를 준비하게 되었다.

응원전은 체력전
주엽고 성지관의 평일 오후 5시, 방과후 시간. 실내 체육관은 음악과 고함 소리로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응원대회를 코앞에 두고 8기(2학년)는 ‘벼락 연습’ 중이고, 9기(1학년)는 내년 대회를 위해 ‘맹연습’ 중이었다. 안무는 동작 하나하나가 절도 있게 끊어지면서 시원시원하게 쭉쭉 뻗었다. 가만히 있어도 심장 박동이 춤추듯 빨라지고, 음악과 재빠른 응원 몸짓에 보는 사람들은 마냥 흥겹다. 순식간에 흘러가는 빠른 노래에, 큰 동작을 맞춰야 하니 체력이 좋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 없을 것 같다. ‘응원전은 체력전’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안효재(2학년) 단장은 “연습이 워낙 고되다 보니 신입생을 뽑을 때도 다른 것은 보지 않아요. 간혹 머리가 길어야 하느냐, 춤을 잘 춰야 하느냐고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오직 ‘열정’ 하나예요. 고된 연습을 극복할 ‘열정’ 말이죠”라고 말한다.
응원에서 빠지지 않는 것으로, 일명 ‘탑 쌓기’라 불리는 ‘아크로바틱’이 있다. 경기 응원에서 무대 응원으로 바꿀 때 히어로가 가장 먼저 연습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기술이다. 그만큼 응원대회에서 빠지지 않고 선보여야 할 고난도 기술인 것이다.
체육관 중앙에서는 매트 위에서 5명의 학생들이 아크로바틱을 연습하고 있었다. 아크로바틱 공연을 주도하는 윤혜영(부단장, 2학년)양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몸 가벼운 이지영(2학년)양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덤블링을 ‘뱅그르르’ 돈 후, 남학생들의 손깍지를 밟고 위로 튀어 올랐다.
순식간에 이양은 탑의 꼭대기에 올라섰고, 밑에서 든든하게 받치는 남학생들이 입을 꽉 다물었다. 최민기 군은 “안 무거운 척 표정 관리하는 것도 기술이죠”라며 장난기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히어로는 4년 전부터 한국응원연구소에서 실시하는 여름방학 스턴트 교육을 받아 왔고,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그 기술을 전수하면서 점점 더 대담해지고 다양해졌다.

올해 MBC ESPN 전국 치어리딩 경연대회 1등
응원대회에서 한 팀당 주어지는 시간은 7분. 라면 하나 끓일 정도의 짧은 시간에 좌중을 압도하는 화려한 안무, 서커스를 능가하는 아크로바틱 기술, 관객의 뇌리에 남을 퍼포먼스를 해야 한다. 관객들이 화려한 응원을 계속 보다보면 ‘그 팀이 그 팀’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퍼포먼스를 찾는 것은 항상 중요하다.
히어로가 2007년에 MBC ESPN 전국 치어리딩 경연대회에서 ‘1등’과 2008년 롯데월드배 전국치어리딩 페스티발 ‘대상’에 이어 올해도 ‘1등’의 영광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도 특별한 퍼포먼스를 기획하는 능력덕분이다. 응원 안무로 일관하지 않고 뮤지컬쇼처럼 코믹 연기를 하고, 실내를 점등한 후 야광봉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등 ‘기발한 응원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 그러나 이것은 모두 연습시간이 부족한 인문계 고교 응원단이 생각해낸 궁여지책의 일환이다. 10대 특유의 발랄함이 한계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요즘 히어로는 지역에서 인기 스타다. 공연 요청이 밀려오고, 공중파 방송도 자주 탄다. 아직 학생들이라 수업이나 시험기간이 겹치면 무대에 설 수 없는 게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꼭 챙기는 행사도 있다. 장애인 휠체어 농구대회, 경진학교 장애학생들의 행사, 소아암어린이, 백혈병 어린이 돕기 행사 등이다. 공연 후 수고비는 전액 기부하는 그들, 응원단 히어로를 보면, 맑은 땀방울만큼 순수한 10대 영웅들을 보는 것만 같다.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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