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과 삼성역 사이의 테헤란로를 오가면서 사진속의 작품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잊지 못할만한 작품일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은 빌딩 앞에 저마다 놓여있는 조각품들 중에서도 유난히도 이 작품이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작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건물의 3∼4층 정도의 높이를 자랑하는 이 어마어마한 작품을 만든 작가는 현대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유명한 <프랭크 스텔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번 전시회를 가진 바 있는 그는 현대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세기 미술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가이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인텔리인 그는 졸업 후 미술계에 입문하여 회화와 조각 등 많은 추상작품을 남겼다. '아마벨'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포철이 97년 10월 프랭크 스텔라로부터 180만 달러(약 20억원)를 주고 구입한 스테인리스 조각품으로서 작가의 명성만큼이나 추상성이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아마벨'은 고급 미술품을 감상할 기회를 줌으로써 문화적 측면에서 회사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회사 이미지에 손상을 주었다. 포철에서 철강 소재를 사 가는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깨끗한 첨단 철강재가 아니라 고철덩이 같은 아마벨은 포철의 업종과 위상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하루에도 몇 번씩 조형물 앞을 지나다니는 인근 주민들로부터도 조형물을 철거하고 좋은 휴식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마벨을 예술적 가치가 높은 조형물로 여겼지만 일반 대중은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서에도 맞지 않는 흉물스런 고철덩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것은 프랭크 스텔라가 작가의 주관과 무의식과 감성에 지나치게 충실해서 일반인들을 미술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인데다가 아마벨이 바로 그런 유형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뢰인의 취지에 맞춰야 하는 맞춤 조형물임에도 불구하고 아마벨에는 작가의 다른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작품의 제목인 '아마벨'은 프랭크 스텔라의 절친한 친구로서 당시 국제철강협회 사무총장이던 렌하드 홀슈 씨의 딸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아깝게도 19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때마침 포철로부터 조형물 제작 의뢰를 받아 완성한 프랭크 스텔라는 친구 딸의 죽음을 애도하는 뜻에서 조형물에다 '아마벨'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실제로 이 조형물에는 '꽃이 피는 구조물-아마벨을 추억하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결국 포철은 원래의 제작의도와는 많이 달라진 이 작품은 국립현대 미술관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관람자의 기호나 수준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주는 '아마벨'을 권위 있는 미술관에 전시하게 함으로써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더욱 높이기로 한 것이다. 워낙 거대한 작품이라 옮기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충분한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작가인 프랭크 스텔라는 작품의 설치 장소를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조각품이 포철 소유이므로 포철이 작품을 이설하는데 관여하지는 않겠으며 이설해야 한다면 세심하게 절단해 옮기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게는 초현대적인 조형물로서 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일반인들에게는 혐오감을 주는 이 '아마벨'은 오늘날의 난해한 미술계의 현재를 잘 알려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고유나 리포터 yn1210@hanmail.net프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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