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진 수석 교사.
엄 교사는 서울교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30여 년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초등학교에 영어 과목이 도입된 이후부터 영어를 전담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해외 파견 교사로 뽑혀 영국 브리스톨 교육대학원에서 교육상담과 TESOL을 전공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시작하면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영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영어 교육에 들인 시간과 공력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듣기 실력이 크게 나아지는 것 같지 않고 어느덧 아이들에게 영어가 지겨운 과목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도 영어 실력이 생각만큼 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공교육 현장에서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통해 이유를 듣고 싶었다.
서원주초등학교(교장 최월기)에서 영어 전담 수석교사를 역임하고 있는 엄태진(50) 교사를 만나 영어 공부의 노하우에 대해 알아보았다.
## 정확한 발음이 영어 공부의 기초
언어는 소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듣기가 기본이다. 영어를 비롯한 언어 공부에서 듣기를 강조하는 이유도 듣기가 되지 않으면 소통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들리기 시작하면 공부의 반은 끝낸 것이나 같다. 말도 자연히 터지고 공부도 재미있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영어를 최소한 3~4년은 공부했는데 듣기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태진 교사는 “파닉스를 제대로 잡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1970~80년대 영어교육 방식에서는 발음을 문자로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소리는 소리로 떠올려야 합니다. 소리를 소리로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확히 발음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정확한 발음이란 영어식 발음대로 제대로 발음하는 것이다. 서양인의 구강 구조와 발음 방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충 얼버무려 우리식 발음으로 혀만 굴리는 식의 파닉스 공부를 하다 보니 듣기가 잘 안 된다는 것이 엄 교사의 진단이다.
그래서 엄 교사는 학교 수업에서도 소리 내어 제대로 발음하기에 중요한 방점을 찍어 교육한다. 앞으로의 연구 과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파닉스 교육법을 확립하는 것에 두고 있다.
##회화만 해서는 사상누각···기본 문법을 익혀라
발음이 제대로 잡힌 후에는 기초 문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시절에 기본적인 문법을 익힌 경우 독해력이 높아지고 말하기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상황 중심의 회화 위주 공부 방식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엄 교수의 지적이다. 단어와 문장의 뉘앙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해 온몸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많은 문장을 하는 것 보다는 분량이 적은 문장을 끊임없이 반복해 영어의 상황과 어감을 깨우쳐 입에서 자연히 터져 나올 때까지 숙성시키는 공부가 좋다고 조언한다.
##소리 내어 따라 하기
자신에게 적당한 듣기 교재를 골라 반복해서 듣는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그대로 따라 발음하면서(이때쯤에는 문자를 접해도 좋다) 외우는 것이 좋다.
완벽하게 익숙해지면 다른 교재로 옮아간다. 분량이 많고 어려운 책을 여러 권을 하는 것 보다는 간단하고 쉬운 교재를 한 권씩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것이 좋다. 확실하게 다지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얹기만 해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
‘한 권의 책이나 비디오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듣기. 들으면서 따라 하기(이때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으로 장면 연상하기, 익숙해진 후에는 스스로 줄거리 말해보기.’
엄 교사는 위 과정을 통해 기본 영어 단어 1500자를 완벽하게 소리 낼 줄 알고 제대로 이미지화해 가지고 놀 정도가 되면 영어의 단계가 한 차원 올라 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므로 영어는 학원이나 해외연수에 목매기 보다는 꾸준하게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 엄 교사의 생각이다. 듣기 교재는 EBS에 구비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해외연수 보낼까 말까?
엄 교사는 자신의 자녀들을 해외연수 보내기도 하고 해외연수를 다녀온 학생들도 많이 보았다. 그런 엄 교사가 학업이나 근무 등 특별한 목적 외에 영어 공부만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연수는 성과를 얻기가 힘들다고 조언했다.
유학 간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지 못해 거의 대부분 왕따를 당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를 위해 아이들이 희생해야 할 부분이 너무 크다는 것.
왕따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한국에 돌아오면 영어의 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다가 그나마 영어를 제대로 배워오는 경우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는 것.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일상회화 정도의 수준 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어 공부만을 위한 해외연수는 가격 대비 성과가 너무 적으니 그 노력으로 열심히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것이 실력 면에서나 비용 면에서나 이득이라고 조언했다.
수석교사제란?
수석 교사란 교감이나 교장 등의 관리직으로 승진하지 않고도 일정한 대우를 받고 교육에 전념하는 초·중·고등학교의 교사를 말한다.
교사가 ‘가르치는’ 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하도록 돕는 제도다. 수석교사는 학교의 관리 및 행정 업무를 맡지 않고 수업 및 교사 지도 등의 임무만을 담당한다.
현재 원주에는 엄태진 교사를 포함해 5명의 교사가 수석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현재 16명이 활동 중이고 서울과 경기가 56명, 부산 34명, 대구·인천은 각각 30명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2008년부터 시범 운영을 진행해 왔으며 법제화를 통해 늦어도 2011년부터는 전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엄 교사는 서울교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30여 년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초등학교에 영어 과목이 도입된 이후부터 영어를 전담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해외 파견 교사로 뽑혀 영국 브리스톨 교육대학원에서 교육상담과 TESOL을 전공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시작하면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영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영어 교육에 들인 시간과 공력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듣기 실력이 크게 나아지는 것 같지 않고 어느덧 아이들에게 영어가 지겨운 과목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도 영어 실력이 생각만큼 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공교육 현장에서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통해 이유를 듣고 싶었다.
서원주초등학교(교장 최월기)에서 영어 전담 수석교사를 역임하고 있는 엄태진(50) 교사를 만나 영어 공부의 노하우에 대해 알아보았다.
## 정확한 발음이 영어 공부의 기초
언어는 소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듣기가 기본이다. 영어를 비롯한 언어 공부에서 듣기를 강조하는 이유도 듣기가 되지 않으면 소통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들리기 시작하면 공부의 반은 끝낸 것이나 같다. 말도 자연히 터지고 공부도 재미있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영어를 최소한 3~4년은 공부했는데 듣기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태진 교사는 “파닉스를 제대로 잡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1970~80년대 영어교육 방식에서는 발음을 문자로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소리는 소리로 떠올려야 합니다. 소리를 소리로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확히 발음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정확한 발음이란 영어식 발음대로 제대로 발음하는 것이다. 서양인의 구강 구조와 발음 방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충 얼버무려 우리식 발음으로 혀만 굴리는 식의 파닉스 공부를 하다 보니 듣기가 잘 안 된다는 것이 엄 교사의 진단이다.
그래서 엄 교사는 학교 수업에서도 소리 내어 제대로 발음하기에 중요한 방점을 찍어 교육한다. 앞으로의 연구 과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파닉스 교육법을 확립하는 것에 두고 있다.
##회화만 해서는 사상누각···기본 문법을 익혀라
발음이 제대로 잡힌 후에는 기초 문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시절에 기본적인 문법을 익힌 경우 독해력이 높아지고 말하기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상황 중심의 회화 위주 공부 방식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엄 교수의 지적이다. 단어와 문장의 뉘앙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해 온몸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많은 문장을 하는 것 보다는 분량이 적은 문장을 끊임없이 반복해 영어의 상황과 어감을 깨우쳐 입에서 자연히 터져 나올 때까지 숙성시키는 공부가 좋다고 조언한다.
##소리 내어 따라 하기
자신에게 적당한 듣기 교재를 골라 반복해서 듣는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그대로 따라 발음하면서(이때쯤에는 문자를 접해도 좋다) 외우는 것이 좋다.
완벽하게 익숙해지면 다른 교재로 옮아간다. 분량이 많고 어려운 책을 여러 권을 하는 것 보다는 간단하고 쉬운 교재를 한 권씩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것이 좋다. 확실하게 다지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얹기만 해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
‘한 권의 책이나 비디오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듣기. 들으면서 따라 하기(이때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으로 장면 연상하기, 익숙해진 후에는 스스로 줄거리 말해보기.’
엄 교사는 위 과정을 통해 기본 영어 단어 1500자를 완벽하게 소리 낼 줄 알고 제대로 이미지화해 가지고 놀 정도가 되면 영어의 단계가 한 차원 올라 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므로 영어는 학원이나 해외연수에 목매기 보다는 꾸준하게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 엄 교사의 생각이다. 듣기 교재는 EBS에 구비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해외연수 보낼까 말까?
엄 교사는 자신의 자녀들을 해외연수 보내기도 하고 해외연수를 다녀온 학생들도 많이 보았다. 그런 엄 교사가 학업이나 근무 등 특별한 목적 외에 영어 공부만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연수는 성과를 얻기가 힘들다고 조언했다.
유학 간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지 못해 거의 대부분 왕따를 당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를 위해 아이들이 희생해야 할 부분이 너무 크다는 것.
왕따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한국에 돌아오면 영어의 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다가 그나마 영어를 제대로 배워오는 경우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는 것.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일상회화 정도의 수준 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어 공부만을 위한 해외연수는 가격 대비 성과가 너무 적으니 그 노력으로 열심히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것이 실력 면에서나 비용 면에서나 이득이라고 조언했다.
수석교사제란?
수석 교사란 교감이나 교장 등의 관리직으로 승진하지 않고도 일정한 대우를 받고 교육에 전념하는 초·중·고등학교의 교사를 말한다.
교사가 ‘가르치는’ 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하도록 돕는 제도다. 수석교사는 학교의 관리 및 행정 업무를 맡지 않고 수업 및 교사 지도 등의 임무만을 담당한다.
현재 원주에는 엄태진 교사를 포함해 5명의 교사가 수석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현재 16명이 활동 중이고 서울과 경기가 56명, 부산 34명, 대구·인천은 각각 30명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2008년부터 시범 운영을 진행해 왔으며 법제화를 통해 늦어도 2011년부터는 전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