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카피 김 사장은 요즘 들어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평소 일하느라고 꾹꾹 눌러놨던 ‘소망’ 하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감독을 맡는 ‘일산 다이겨스(Ilsan Daigyes)’ 야구팀이 곧 창단하는 것이다. 우연히 지인들과 만난 술자리에서 ‘사회인 야구팀’을 제안했는데, 순식간에 15명이 모였다. 김 감독은 ‘일산 다이겨스’팀을 ‘순수 아마추어 신생팀’이라고 강조한다. 즉, 동네에서 야구공 잡아본지 10년 이상 지난 사람들이 처음부터 같이 훈련하고 마이너 경기 뛰면서 실력을 차츰 키워가는 팀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사회인 야구팀에게 야구실력을 묻는 것은 실례다. 그들은 평생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남자들’로도 충분한 것이다.
폭발하듯 증가하는 ‘사회인 야구팀’
고양시에는 현재 공공 야구장이 단 1곳 있다. 대화야구장(일산 리틀 야구장)이다. 내년에 국가대표 야구구장을 세운다는 계획이 발표되었지만,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 외 대학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 야구장은 4곳이 더 있다. 야구장에서는 사회인 야구팀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리그를 운영한다. 연간 200~270만원의 회비를 내는데,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하다.
고양시에서 대략 활동하는 사회인 야구팀은 80개 팀 정도. 주말 교통이 편리한 점 때문에 서울 지역에서도 많이 오고 있다. 그런데 이 팀들 중 절반 가까이는 3년 사이에 생겨났다. 리그 운영자들은 야구의 폭발적인 인기를 절감할 정도라고 말한다.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팀의 선전이 중년 남성들 가슴에 불을 댕겼고, 올해 한국 시리즈의 스릴과 재미도 열기를 더했다. 한두 번 ‘아빠경기’ 보러 온 가족들은 조금 지나면 야구 마니아가 되어 ‘아빠’가 경기하지 않는 날도 찾아와 구경할 정도가 된다. 경기관람 측면에서는 프로야구보다 더 재미있다는 사회인 야구팀. 인생에서, 야구에서 시원한 ‘만루 홈런’을 꿈꾸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야구동호회 1- 새도우 나이츠
“아빠 안타 쳤는데, 봤어?”
지난 주 일요일 오후, ‘MUL’팀과의 경기. 1회 말 공격이 끝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어빠 선수들은 예외 없이 가족들에게 자신의 활약을 확인시켰다. 아내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잘했어~!” 말하기도 한다.
39.8세. 섀도우 나이츠의 평균 연령이다. 살짝 중후한 복부를 보이는 그들도 1997년 창단 때는 몸 가벼운 청년들이었다. 고양시 사회인 야구팀 중에 가장 오래된 섀도우 나이츠지만, 아직도 건재한 실력을 자랑한다. 올해 고양시장배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었고, 지난 2년간 생활체육연합회 회장기 우승을 모두 독차지했을 정도다.
오늘 경기는 GBA(고양시 야구협회) 풀리그 경기 중 하나로, 이 경기를 이기는 것은 물론 앞으로 남은 다섯 경기를 모조리 이겨야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하다.
‘딱~!’
‘MUL’팀의 타격전선이 또 한번 불을 뿜어 3회 초 점수는 9대 1. 4회부터 10점 이상 점수가 벌어지면 콜드게임으로 경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금 섀도우 나이츠가 점수를 내야할 상황. 마침 주자 만루에서 김정환 선수가 만루 홈런을 쳐서 4점이 났다. 이어서 주자들이 줄줄이 안타를 쳐서 3점을 더 추가했다. 기 죽어있던 덕아웃은 순식간에 축제분위기. 단번에 9대 8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공격이 살아나자, 수비도 완벽해졌다. 4회 초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끝났다. 이어서 섀도우 나이츠는 2점을 추가하며 결국 역전했다. 하지만, 역전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5회 초 물 팀이 다시 6점을 내며 경기를 앞서나갔는데, 섀도우 나이츠는 2점을 보태며 아쉽게 경기를 접어야 했다. 원래 7회까지 경기지만, 2시간을 초과하면 바로 경기는 종료된다. 다른 팀의 경기가 연속해서 있기 때문이다.
이기든 지든 그들의 얼굴은 즐거워 보였다. 이상진(외야수) 선수는 “원래 팀 분위기가 좋다. 10년 이상 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초창기 멤버인 이왕엽(1루수)선수는 “팀이 처음에는 실력이 비슷비슷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신입도 들어오고 해서 팀 안에서도 1부, 2부 팀이 나뉘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실력이 올라 1부에 편성되고 그런다”고 말한다.
현재 섀도우 나이츠가 가입한 리그만 3개. 연세대 야구장, 동국대 야구장, 고양시 야구장 리그다. 팀원 20명이 골고루 뛰기 위해서는 3개 리그 정도는 기본이다. 이렇게 일요일마다 아빠를 야구장에 뺏기는 가족들은 서운하지 않을까?
‘주부서포터즈’ 김민경씨는 “야구 유니폼을 입은 남편 모습이 정말 멋지다. 바람도 쐴 겸 주말에 같이 와서 아이들은 풀어놓고, 나는 야구를 관람한다. 프로야구도 좋아하지만 아마추어 야구가 순간순간 더 스릴이 더 있어 참 재밌는 같다”며 얼굴가득 미소를 지었다.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야구동호회 2- 와일드버커스
지난 10월 25일 새벽 6시 40분에 행주동에 위치한 BC 구장을 찾았다. 안개가 드리운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야구 유니폼을 입은 많은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7시 20분에는 BC리그(www.sportsin.co.kr) 서부팀인 와일드버커스와 노브레인의 경기가 치러질 예정.
와일드버커스는 두 개팀으로 나눠져, 한 팀은 BC 구장에서 노브레인과 경기하고, 다른 팀은 김포구장으로 옮겨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26명의 선수들로 이뤄지다 보니 두 개팀으로도 나눠 경기가 가능하단다. 선수들은 누구의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몸을 풀고 스윙 연습, 투구 연습이 한창이다. 와일드버커스(www.buckers.co.kr) 팀의 방경만 감독을 만나 그들만의 야구 세상 이야기를 들었다.
순수 아마츄어 선수, 열정은 프로
와일드버커스는 2003년 5월에 창단해, 현재 방경만 감독 이하 2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사회인 야구 동호회이다. 81년생부터 53년생까지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그들은 야구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모여,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패션사업을 하는 방경만(57) 감독은 자타가 인정하는 야구 광팬이다. LG트윈스 팬클럽 회장에, 원정 응원까지 갈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직원이 야구 동호회 단장 자리를 제안하며, 또 다른 야구 인생이 시작됐다.
“아들뻘 되는 회사 직원들이 동료, 친구들과 야구 동호회를 만들 계획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내 유니폼까지 맞춰와 단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야구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야구 유니폼을 입는 것이 꿈인데, 내심 기분이 좋아서 흔쾌히 승낙했죠. 단장보다는 감독 자리를 달라는 옵션까지 붙여서 말이죠.(웃음)”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디 감독 뿐이랴. 와일드버커스 선수들의 열정은 프로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주중에는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몸을 만들거나 서너 명씩 짝을 지어 야구 연습을 하고, 주말이면 지역이 멀어도 몸이 피곤해도 언제나 구장으로 달려온다.
“구리에서 오는 선수도 두 명이나 되고, 호프집을 운영하는 선수는 장사를 끝내고 바로 야구장으로 달려올 정도로 열정이 넘쳐요. 또 군산으로 파견 근무 나갔던 선수는 부인에게 출장이라 속이고 야구장에 나오기도 하지요.(웃음) 26명 회원이 모두 활발히 참여하고 운동하니, 매년 연말에 출석률을 체크하면 개근한 사람이 두 명은 꼭 나와요. 선수들의 열정과 성실성을 보면 무척 흐뭇해지지요.”
승부근성으로 각종 대회 석권
열정적인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이 모여 시작한 야구 동호회. 처음에는 돌이 굴러다니는 공터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을 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서로 할 말은 많았다. 선수들끼리 투구 자세, 타구 자세 등을 봐주며 스터디 하듯 야구를 익혔다고. 몇 개월 후에는 프로 선수 출신에게 자문을 구하며 실력을 쌓았다. 하지만 방 감독은 연습만으로는 야구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한다고 느껴, 창단한 지 6개월 만에 리그에 가입하고 본격적인 승부의 세계에 입문했다.
“어떤 운동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승부를 떠나서는 의미가 없어요. 승부욕이 있으면 경기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실전에 바로 뛰어들었지요.”
와일드버커스는 2004년 코리아리그 실버리그에 처음 참가해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리그 관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았다. 2006년에는 BC리그 알파와 베타리그에 참가해 정규리그 1위와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으니, 그야말로 사회 야구 동호회계에서 야생마처럼 힘차게 달려 나갔다.
“창단 후 처음 참가한 코리안리그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12경기 중 전반기에 1무5패로 전패했었는데, 후반기에는 심기일전해 5승1패의 결과를 거뒀죠. 우리에게 첫 승리를 안겨준 경기는 코리안리그 우승팀과의 대결이었는데, 그 팀은 11승 1패의 성적에서 1패는 우리 팀에게 패배한 것이죠.”
승부욕이 강했던 감독과 선수들은 ‘한번 패한 팀에게는 두 번 패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전반기 상대팀 기록을 보고 분석하면서 그에 적합한 대응 방법을 구상하고 실천해 승리를 이끌어냈던 것이다.
즐거운 야구·예의바른 야구
와일드버커스는 매주 일요일에 야구를 한다. 인원이 많다보니 2개 구장 3개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리그마다 1년에 12번의 경기를 하는데, 3개의 리그를 뛰면 추운 한철만 빼면 매주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방 감독은 가능하면 주말 첫 경기를 뛰려고 노력한다.
“내 기억을 더듬어 봐도, 가족들은 야구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요. 일요일 새벽에 야구를 하고, 이후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죠. 그래서 야구가 끝나면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는 것으로 정리하고, 회식 같은건 하지 않아요. 경기 전후의 분석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지니 보다 활발하게 운영할 수 있어요.”
스스로 무서운 감독이라고 말하는 방 감독. 야구는 부상 위험이 큰 운동이라 경기중에 선수들이 잠시라도 방심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비속어나 욕설을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고 매너 좋은 경기를 유도한다고.
이날 경기도 별 부상없이 서로 유쾌하게 웃으며 끝마쳤다. ‘1회만 막으면 승산있다’고 주문한 방감독의 말처럼, 1회에 1점 차이로 앞서가다 3회초 동점 상황까지 갔지만, 끝내 16대 8로 와일드버커스가 승리했다. 이날의 MVP는 3타수 2안타 1홈런 5타점을 친 와일드버커스의 모지훈 선수다.
경기마다 매번 달라지는 것이 MVP이지만, 사회인 야구 동호회의 MVP는 즐거운 야구, 예의바른 야구 세상을 이끄는 와일드버커스의 모든 선수와 감독으로 변함없을 것이라 굳게 믿어본다.
김영미 리포터 ymnkt75@naver.com
[야구 배울 수 있는 곳]
▶능곡 사거리에 위치한 ‘야구만들기’는 김포리틀야구팀의 김대문 감독이 운영하는 야구 용품점이다. 이곳에서는 야구용품뿐만 아니라 레슨장이 따로 마련돼 선수 출신 감독에게 직접 야구를 배울 수 있다. 김 감독은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전문가에게 기본부터 탄탄하게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140g의 공을 잘못 던졌을때는 어깨가 5급 장애까지도 날 수 있다”며 기본기를 강조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3개월 정도 기본기를 갖추면 치고 던지는 것을 무난히 할 수 있다고.
문의 031-979-9918 덕양구 당동 888-10번지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에 위치한 야구 연습장. 100평의 창고 건물로 내부는 인조 잔디가 깔려있어 야구 동호회 선수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상주하는 코치가 2명 있어 개인 교습도 가능하다. 평일에는 개인 교습을 주로 하고, 주말에는 단체팀에게 대여한다. 평생회원제로 운영돼 한번 회비를 납부하면 된다.
문의 010-2979-0130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35번지
▶고양시 생활체육 협의회에서는 ‘무료 야구강습’을 올해 초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수요일 오전 7시부터 대화야구장에서 2시간 정도 진행된다. 개인장비는 글러브와 스파이크(야구신발) 정도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간단한 캐치볼 연습을 하고 한 달쯤 지나면 각 포지션별로 연습한다. 재능과 희망에 따라 포지션을 정해서 간이 게임도 한다. 현재 25명 정도 참여하고 있는데, 소속팀이 있지만 훈련 양이 모자라서 오는 사람, 야구를 처음 해 보는 사람 등이 이용하고 있다. 기은근 강사는 “평일 오전 시간이 되는 분들은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 야구에 관심있는 여성들도 환영”이라고 말한다.
[야구 전문 용품점]
·야구와사람들 031-918-4909 일산동구 장항동 754 중앙하이츠빌 203호
·월드스포츠 031-902-8636 일산동구 정발산동 1353번지 1층
·야구만들기 031-979-9918 덕양구 토당동 888-1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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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듯 증가하는 ‘사회인 야구팀’
고양시에는 현재 공공 야구장이 단 1곳 있다. 대화야구장(일산 리틀 야구장)이다. 내년에 국가대표 야구구장을 세운다는 계획이 발표되었지만,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 외 대학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 야구장은 4곳이 더 있다. 야구장에서는 사회인 야구팀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리그를 운영한다. 연간 200~270만원의 회비를 내는데,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하다.
고양시에서 대략 활동하는 사회인 야구팀은 80개 팀 정도. 주말 교통이 편리한 점 때문에 서울 지역에서도 많이 오고 있다. 그런데 이 팀들 중 절반 가까이는 3년 사이에 생겨났다. 리그 운영자들은 야구의 폭발적인 인기를 절감할 정도라고 말한다.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팀의 선전이 중년 남성들 가슴에 불을 댕겼고, 올해 한국 시리즈의 스릴과 재미도 열기를 더했다. 한두 번 ‘아빠경기’ 보러 온 가족들은 조금 지나면 야구 마니아가 되어 ‘아빠’가 경기하지 않는 날도 찾아와 구경할 정도가 된다. 경기관람 측면에서는 프로야구보다 더 재미있다는 사회인 야구팀. 인생에서, 야구에서 시원한 ‘만루 홈런’을 꿈꾸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야구동호회 1- 새도우 나이츠
“아빠 안타 쳤는데, 봤어?”
지난 주 일요일 오후, ‘MUL’팀과의 경기. 1회 말 공격이 끝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어빠 선수들은 예외 없이 가족들에게 자신의 활약을 확인시켰다. 아내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잘했어~!” 말하기도 한다.
39.8세. 섀도우 나이츠의 평균 연령이다. 살짝 중후한 복부를 보이는 그들도 1997년 창단 때는 몸 가벼운 청년들이었다. 고양시 사회인 야구팀 중에 가장 오래된 섀도우 나이츠지만, 아직도 건재한 실력을 자랑한다. 올해 고양시장배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었고, 지난 2년간 생활체육연합회 회장기 우승을 모두 독차지했을 정도다.
오늘 경기는 GBA(고양시 야구협회) 풀리그 경기 중 하나로, 이 경기를 이기는 것은 물론 앞으로 남은 다섯 경기를 모조리 이겨야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하다.
‘딱~!’
‘MUL’팀의 타격전선이 또 한번 불을 뿜어 3회 초 점수는 9대 1. 4회부터 10점 이상 점수가 벌어지면 콜드게임으로 경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금 섀도우 나이츠가 점수를 내야할 상황. 마침 주자 만루에서 김정환 선수가 만루 홈런을 쳐서 4점이 났다. 이어서 주자들이 줄줄이 안타를 쳐서 3점을 더 추가했다. 기 죽어있던 덕아웃은 순식간에 축제분위기. 단번에 9대 8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공격이 살아나자, 수비도 완벽해졌다. 4회 초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끝났다. 이어서 섀도우 나이츠는 2점을 추가하며 결국 역전했다. 하지만, 역전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5회 초 물 팀이 다시 6점을 내며 경기를 앞서나갔는데, 섀도우 나이츠는 2점을 보태며 아쉽게 경기를 접어야 했다. 원래 7회까지 경기지만, 2시간을 초과하면 바로 경기는 종료된다. 다른 팀의 경기가 연속해서 있기 때문이다.
이기든 지든 그들의 얼굴은 즐거워 보였다. 이상진(외야수) 선수는 “원래 팀 분위기가 좋다. 10년 이상 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초창기 멤버인 이왕엽(1루수)선수는 “팀이 처음에는 실력이 비슷비슷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신입도 들어오고 해서 팀 안에서도 1부, 2부 팀이 나뉘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실력이 올라 1부에 편성되고 그런다”고 말한다.
현재 섀도우 나이츠가 가입한 리그만 3개. 연세대 야구장, 동국대 야구장, 고양시 야구장 리그다. 팀원 20명이 골고루 뛰기 위해서는 3개 리그 정도는 기본이다. 이렇게 일요일마다 아빠를 야구장에 뺏기는 가족들은 서운하지 않을까?
‘주부서포터즈’ 김민경씨는 “야구 유니폼을 입은 남편 모습이 정말 멋지다. 바람도 쐴 겸 주말에 같이 와서 아이들은 풀어놓고, 나는 야구를 관람한다. 프로야구도 좋아하지만 아마추어 야구가 순간순간 더 스릴이 더 있어 참 재밌는 같다”며 얼굴가득 미소를 지었다.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야구동호회 2- 와일드버커스
지난 10월 25일 새벽 6시 40분에 행주동에 위치한 BC 구장을 찾았다. 안개가 드리운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야구 유니폼을 입은 많은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7시 20분에는 BC리그(www.sportsin.co.kr) 서부팀인 와일드버커스와 노브레인의 경기가 치러질 예정.
와일드버커스는 두 개팀으로 나눠져, 한 팀은 BC 구장에서 노브레인과 경기하고, 다른 팀은 김포구장으로 옮겨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26명의 선수들로 이뤄지다 보니 두 개팀으로도 나눠 경기가 가능하단다. 선수들은 누구의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몸을 풀고 스윙 연습, 투구 연습이 한창이다. 와일드버커스(www.buckers.co.kr) 팀의 방경만 감독을 만나 그들만의 야구 세상 이야기를 들었다.
순수 아마츄어 선수, 열정은 프로
와일드버커스는 2003년 5월에 창단해, 현재 방경만 감독 이하 2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사회인 야구 동호회이다. 81년생부터 53년생까지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그들은 야구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모여,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패션사업을 하는 방경만(57) 감독은 자타가 인정하는 야구 광팬이다. LG트윈스 팬클럽 회장에, 원정 응원까지 갈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직원이 야구 동호회 단장 자리를 제안하며, 또 다른 야구 인생이 시작됐다.
“아들뻘 되는 회사 직원들이 동료, 친구들과 야구 동호회를 만들 계획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내 유니폼까지 맞춰와 단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야구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야구 유니폼을 입는 것이 꿈인데, 내심 기분이 좋아서 흔쾌히 승낙했죠. 단장보다는 감독 자리를 달라는 옵션까지 붙여서 말이죠.(웃음)”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디 감독 뿐이랴. 와일드버커스 선수들의 열정은 프로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주중에는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몸을 만들거나 서너 명씩 짝을 지어 야구 연습을 하고, 주말이면 지역이 멀어도 몸이 피곤해도 언제나 구장으로 달려온다.
“구리에서 오는 선수도 두 명이나 되고, 호프집을 운영하는 선수는 장사를 끝내고 바로 야구장으로 달려올 정도로 열정이 넘쳐요. 또 군산으로 파견 근무 나갔던 선수는 부인에게 출장이라 속이고 야구장에 나오기도 하지요.(웃음) 26명 회원이 모두 활발히 참여하고 운동하니, 매년 연말에 출석률을 체크하면 개근한 사람이 두 명은 꼭 나와요. 선수들의 열정과 성실성을 보면 무척 흐뭇해지지요.”
승부근성으로 각종 대회 석권
열정적인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이 모여 시작한 야구 동호회. 처음에는 돌이 굴러다니는 공터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을 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서로 할 말은 많았다. 선수들끼리 투구 자세, 타구 자세 등을 봐주며 스터디 하듯 야구를 익혔다고. 몇 개월 후에는 프로 선수 출신에게 자문을 구하며 실력을 쌓았다. 하지만 방 감독은 연습만으로는 야구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한다고 느껴, 창단한 지 6개월 만에 리그에 가입하고 본격적인 승부의 세계에 입문했다.
“어떤 운동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승부를 떠나서는 의미가 없어요. 승부욕이 있으면 경기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실전에 바로 뛰어들었지요.”
와일드버커스는 2004년 코리아리그 실버리그에 처음 참가해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리그 관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았다. 2006년에는 BC리그 알파와 베타리그에 참가해 정규리그 1위와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으니, 그야말로 사회 야구 동호회계에서 야생마처럼 힘차게 달려 나갔다.
“창단 후 처음 참가한 코리안리그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12경기 중 전반기에 1무5패로 전패했었는데, 후반기에는 심기일전해 5승1패의 결과를 거뒀죠. 우리에게 첫 승리를 안겨준 경기는 코리안리그 우승팀과의 대결이었는데, 그 팀은 11승 1패의 성적에서 1패는 우리 팀에게 패배한 것이죠.”
승부욕이 강했던 감독과 선수들은 ‘한번 패한 팀에게는 두 번 패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전반기 상대팀 기록을 보고 분석하면서 그에 적합한 대응 방법을 구상하고 실천해 승리를 이끌어냈던 것이다.
즐거운 야구·예의바른 야구
와일드버커스는 매주 일요일에 야구를 한다. 인원이 많다보니 2개 구장 3개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리그마다 1년에 12번의 경기를 하는데, 3개의 리그를 뛰면 추운 한철만 빼면 매주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방 감독은 가능하면 주말 첫 경기를 뛰려고 노력한다.
“내 기억을 더듬어 봐도, 가족들은 야구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요. 일요일 새벽에 야구를 하고, 이후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죠. 그래서 야구가 끝나면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는 것으로 정리하고, 회식 같은건 하지 않아요. 경기 전후의 분석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지니 보다 활발하게 운영할 수 있어요.”
스스로 무서운 감독이라고 말하는 방 감독. 야구는 부상 위험이 큰 운동이라 경기중에 선수들이 잠시라도 방심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비속어나 욕설을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고 매너 좋은 경기를 유도한다고.
이날 경기도 별 부상없이 서로 유쾌하게 웃으며 끝마쳤다. ‘1회만 막으면 승산있다’고 주문한 방감독의 말처럼, 1회에 1점 차이로 앞서가다 3회초 동점 상황까지 갔지만, 끝내 16대 8로 와일드버커스가 승리했다. 이날의 MVP는 3타수 2안타 1홈런 5타점을 친 와일드버커스의 모지훈 선수다.
경기마다 매번 달라지는 것이 MVP이지만, 사회인 야구 동호회의 MVP는 즐거운 야구, 예의바른 야구 세상을 이끄는 와일드버커스의 모든 선수와 감독으로 변함없을 것이라 굳게 믿어본다.
김영미 리포터 ymnkt75@naver.com
[야구 배울 수 있는 곳]
▶능곡 사거리에 위치한 ‘야구만들기’는 김포리틀야구팀의 김대문 감독이 운영하는 야구 용품점이다. 이곳에서는 야구용품뿐만 아니라 레슨장이 따로 마련돼 선수 출신 감독에게 직접 야구를 배울 수 있다. 김 감독은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전문가에게 기본부터 탄탄하게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140g의 공을 잘못 던졌을때는 어깨가 5급 장애까지도 날 수 있다”며 기본기를 강조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3개월 정도 기본기를 갖추면 치고 던지는 것을 무난히 할 수 있다고.
문의 031-979-9918 덕양구 당동 888-10번지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에 위치한 야구 연습장. 100평의 창고 건물로 내부는 인조 잔디가 깔려있어 야구 동호회 선수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상주하는 코치가 2명 있어 개인 교습도 가능하다. 평일에는 개인 교습을 주로 하고, 주말에는 단체팀에게 대여한다. 평생회원제로 운영돼 한번 회비를 납부하면 된다.
문의 010-2979-0130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35번지
▶고양시 생활체육 협의회에서는 ‘무료 야구강습’을 올해 초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수요일 오전 7시부터 대화야구장에서 2시간 정도 진행된다. 개인장비는 글러브와 스파이크(야구신발) 정도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간단한 캐치볼 연습을 하고 한 달쯤 지나면 각 포지션별로 연습한다. 재능과 희망에 따라 포지션을 정해서 간이 게임도 한다. 현재 25명 정도 참여하고 있는데, 소속팀이 있지만 훈련 양이 모자라서 오는 사람, 야구를 처음 해 보는 사람 등이 이용하고 있다. 기은근 강사는 “평일 오전 시간이 되는 분들은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 야구에 관심있는 여성들도 환영”이라고 말한다.
[야구 전문 용품점]
·야구와사람들 031-918-4909 일산동구 장항동 754 중앙하이츠빌 203호
·월드스포츠 031-902-8636 일산동구 정발산동 1353번지 1층
·야구만들기 031-979-9918 덕양구 토당동 888-1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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