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왜 중요할까?

지역내일 2009-11-07
한 개체로서 힘이 없어 스스로를 지키기 어렵다면 남들과 뭉치는 것은 매우 좋은 전략이다. 생명체의 이런 전략은 자연계에서 보편적이라서 잡풀들이나 송사리, 멸치, 날벌레들은 모두 집단을 이룸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작은 공통점들, 즉 각종 연고를 기회로 사람들이 모임을 조직하는 것이 바로 그렇다. 혈연, 지연, 학연, 종교, 취미, 각종 사업 등의 알음알음으로 집단을 결성한다. 집단을 이루어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전제는 자신이 집단에 의해 전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모임에 매우 충실하다. 모임에는 으레 술이 따르므로 알코올 자체의 효과에다 집단에 대한 소속감으로 너무나 든든하여 사람들은 더욱 이에 의지하고 힘을 느낀다. 스스로 약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더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될 것이다.

도리를 잘 지켜 남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사회적 의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친다. 화합, 단결과 같은 모토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구호가 이런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풍토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성향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이내 상호 공동 의존의 관계로 빠진다. 그 바탕에 각 개인들의 의존성이 있다.

문제는 늘 뭉쳐 사는 동안 자기가 없다는 것이다. 집단은 언제나 한 개인의 비중을 무시하며 비인간화하기 때문이다. 집단 안에서 자기라는 개인을 억압하고 배제하는데 알코올은 매우 효과적이다. 즉, 음주는 단결과 자기 희생을 유도하는데 특효이다. 집단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이들이 술을 잘 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집단 논리에 따라 사는 것이 힘들 수도 있으나 그래야만 생존한다고 믿으므로 힘겹게 참고 견딘다. 이를 달래는 데 알코올이 최고다.

늘 남들을 의식하여 배려하고 잘 어울려야 하는 동안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과의 고요한 대화는 없어진다. 가족들과의 교류도 사라진다. 남들에게 충실할수록 자신에게 더 소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혼자 헤쳐 살아가기를 두려워하고, 인생의 정말 중요한 것들은 놓치고 산다.

스스로를 너무 약하다고 여기고, 남들에게 의지하여야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남들이 한없이 중요하다. 역설적인 것은 그로 인해 자주 과음하여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는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귀한 자신조차 잃어버린 후에도 여전히 남들이 더 중요할까?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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