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들의 이야기’

지역내일 2009-11-06 (수정 2009-11-13 오후 12:37:49)
최근 일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공동육아가 절실한 때에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 지향적’인 아빠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아빠와 함께 놀이를 하고, 여가를 보낸 아이들의 사회성과 행복지수가 높다는 연구결과와 함께 프렌디(friend+daddy=friendy)라는 신조어가 생긴 지도 오래다. 또, 언젠가부터 ‘좋은 아빠 되기’라는 아주 생소하고, 신선한 프로그램이 생기더니, 이제는 아예 아빠들이 두 손 걷어 부치고 아이들의 육아 현장에 직접 나섰다. 바로 공동육아를 하는 아빠들이다. 공동육아를 하는 아빠들은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직책을 맡아 정기적으로 회의나 아빠 모임에 참석하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따로 술자리를 갖거나 조기 축구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독서 토론회를 하거나, 일일 교사체험에도 적극적이다. 항상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을 중요시하는 이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등산이나 가족 캠핑을 떠나기도 한다.
우리 인근에도 공동육아를 하는 아빠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보다 육아에 적극적인 열혈아빠 3인방을 만나 그들만의 특별한 육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아지 똥’, ‘큰바구니’, ‘하늘땅’으로 통하는 아빠들, 지금 그들과의 인터뷰가 시작된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여럿이 함께’의 ‘강아지똥’ 배성진씨
“아이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격려자이고 싶어요”

현재 ‘여럿이 함께’ 아빠모임의 회장인 배성진(39)씨 별명은 ‘강아지똥’이다. 섭외 과정에서 회장님이라는 호칭 대신 강아지똥이라는 별명으로 소개 받고, 한참을 웃었다. 별칭문화를 실제로 접하니 정감 있고,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배성진씨는 일곱 살 서윤이와 세 살 서우의 아빠이다. 아내와 공동으로 아이를 돌보며, 많은 활동에 참여해야 함에도 여전히 즐겁기만 하다는 그는 둘째도 네 살이 되면 공동육아를 하는 어린이집에 보낼 예정이란다.
서윤이를 공동육아로 키우면서 아내와 육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그는 지나고 보니 아이와 더불어 부부 역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거 같다고 회상한다. “신영복 선생님과 고병헌 선생님, 그리고 정병호 선생님 등 저명한 분들의 강의도 듣고, 그를 계기로 터전 일도 더 열심히 재미나게 했어요. 그러면서 우리 부부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현재 배씨는 봄·가을 매주 수요일이면 아빠들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축구교실’에 참여한다.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고봉산, 심학산, 국사봉 등으로 도시락을 싸서 ‘아빠들과 함께하는 나들이’에 가서 신나게 놀고 온다. 엄마에게 자유 시간을 주고, 아빠는 아이와의 시간을 가지면서 엄마와 교사의 입장을 더욱 이해하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고. 또 일일교사체험인 아마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특별히 ‘아빠 데이’라고 해서 아빠 6명이 아이들과 같이 놀고, 아빠들이 맛단지가 되어 아이들 급식을 담당하는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2008년 5월 5주년 개원 잔치 때 아빠들이 머리에 꽃을 단 머리띠를 하고, 노래와 율동을 하는 공연을 했었습니다. 2009년 2월 졸업식에서도 흰 와이셔츠에 청바지, 붉은 나비넥타이를 하고, 기타반주에 율동까지 곁들인 공연을 했었습니다.(웃음)”라며 그날의 즐거움을 전한다.
엄마와 달리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 아이에게 최대의 후원자이자 격려자가 되어주고 싶다는 배성진씨는 2005년 지인을 통해 공동육아를 처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 공동육아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자연히 대안교육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첫째 아이 서윤이의 진학을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육아에 적극적인 배성진씨. 신나게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모습에서 아이를 생각하는 따뜻한 아빠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야호’ 어린이집의 ‘큰바구니’ 이영훈씨
“특별한 아빠보다 친구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

교육 공무원인 이영훈(39)씨는 그들의 터전 야호에서 ‘큰바구니’로 통한다. 머리가 큰 바구니만하다고 해서 아이들이 직접 지어준 이름이란다. 그가 공동육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윤서와 종헌이 쌍둥이 남매를 낳으면서이다. 두 돌이 될 무렵 어린이집을 찾게 되었는데, 맞벌이를 하던 터라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아이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보육시설이 필요했다고.
“아토피가 약간 있고, 워낙 저체중으로 태어난 쌍둥이라서 건강이 최우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직장 동료로부터 공동육아를 소개받아, 조금씩 공동육아에 대해 알아보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공동육아를 선택하게 된 것은 아스팔트와 시멘트에 둘러싸인 도시를 벗어나 산으로 들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좋았고, 텔레비전 보도를 통해 간간히 들어왔던 먹거리 사고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곳이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일산이라는 대도시 근처에 ‘흙 퍼먹고 마음껏 뒹굴 수 있는’ 곳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어 행운이라는 이씨는 공동육아를 하면서 아이보다도 많이 달라진 건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다. “부모가 즐거워야 아이들이 행복합니다.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 간의 교류와 모임이 많아지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데, 그러면서 자연히 다른 가족의 모습을 살펴보고 우리의 삶도 살펴보게 되었지요. 대부분 공동육아를 하는 아빠들은 가사 일을 분담하는데 지금 저 역시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노력한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영훈씨도 정기적으로 아빠들과 모임을 갖고, 주말 아침이면 친목을 위해 축구를 함께 한다. 또 매달 독서토론회에 참여해 다른 부모들과 육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1년에 4번 정도 있는 일일교사 아마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해 아이들의 생활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요즘 그가 관심을 두는 건 바로 캠핑! 주말이면 다른 가족과 함께 산으로 들로 ‘가족 캠핑’을 떠난다. “특별한 아빠가 되기보다 늘 옆에 있는 친구 같은 아빠이고 싶다”는 그는 “가족이야말로 빌딩숲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며, 수학·한글 등의 인지 교육보다는 생태 나들이를 통해 자연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둔다고 전한다. 그리고 육아에 있어 “항상 아내와 상의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자연히 가족 간의 소통이 원활해져 그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것 같다”고 한다.

#‘나무를 키우는 햇살’의 ‘하늘땅’ 하태진씨
“더불어 사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아이들이 ‘하늘땅! 하늘땅!’ 부르며 따라다닌다는 하태진(43)씨는 여섯 살 난 승훈·승희 쌍둥이 남매의 아빠이다. 네 살 봄부터 공동육아를 시작해 올해로 만 3년째인 그 역시 아내를 통해 처음 공동육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인터넷과 관련서적을 통해 내용을 들여다보고, 참교육에 대한 믿음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그는 현재 어린이집에서 교육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어린이집의 전반적인 운영과 교육 내용은 물론, 아마활동과 아이들 소풍도 함께하는 그는 아빠들의 체육활동인 축구모임과 친목 도모를 위한 아빠들의 술자리에서도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등 공동육아의 많은 장점들을 제쳐두고라도, 다른 곳엔 없는 아빠들의 존재, 그것만으로도 육아에 많은 변화가 있다고 말하는 그는 공동육아에 대해 밤을 새워 이야기해도 모자란다고 한다. 보통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열배 이상 아빠들의 참여가 높을 거라는 그는 “공동육아를 하다보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논의 하고, 합의하고, 때론 갈등도 빚고 하면서 발전해 가는데, 설사 논의를 하다 갈등을 빚더라도 아빠들끼리는 평소의 친목 덕분에 술 한 잔 먹고, 쉬이 털 수 있다”고.
“일례로 엄마들끼리 의견이 분분하여 갈등이 있은 적이 있었는데요. 아빠들이 나서 그 갈등의 중심에 있는 엄마의 남편을 불러내어 술자리를 갖고, 의견을 나누면서, 웃으며 푼 일도 있습니다.” 아빠의 육아참여가 주는 장점이다.
하태진씨 역시 공동육아를 통해 달라진 자신을 발견한다고 한다. “첫째, 아이들이 터전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교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지낸다는 점입니다. 보통 아빠들은 엄마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공동육아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많은 부분을 알게 되고, 알아야 하니까요. 둘째는 아빠가 단순히 내 아이들의 아빠로 끝나는 게 아니고,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내 친구와 형과 동생들이 다 잘 아는 동네 아저씨라는 개념이 생겨 참 좋습니다.”
그에게 아빠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아이들이 세상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큰 밑그림을 그려주는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을 위해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고, 그저 아빠가 터전 일에 참여하고, 터전의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아이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레 공동체와 함께 나누고 살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몸으로 보여주고 아이들은 어깨 너머로 배우는 교육이야말로 참교육의 출발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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