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새터

“밥 타는 줄 모르고 책 수다를 떨어요.”

서수원도서관 주부독서회 새터

지역내일 2009-10-30
요즘 아이들은 책도 경쟁적으로 읽어야 한다. 형형색색의 스티커를 붙여 주고, 달콤한 보상을 제시하면서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강요하는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가을, 엄마들이 먼저 책을 드는 건 어떨까? 서수원도서관의 주부독서회 새터 회원들은 말한다. “컴퓨터와 TV에 빠져드는 아이들을 잔소리로 책 앞에 붙들지 말고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새로운 터전에 자리 잡은 새터, 자기발전을 향해 나아가다
2006년에 탑동에 서수원도서관이 생긴 뒤 이듬해 3월, 새로운 터전을 만든다는 의미의 주부 독서회 ‘새터’가 생겼다. 아이들 교육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자 엄마들이 자발적인 독서모임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는 10여명의 엄마들의 자기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독서회의 기본 모임도 주별로 주제를 달리한다. 첫 주는 역사관련 인물을 조사하고 각자 읽은 책 발표하기. 둘째 주는 청소년이나 성인 도서 읽고 토론. 셋째 주는 매주 수요일 ‘와글와글 이야기 도서관’ 운영을 위한 그림책 선정과 연구. 넷째 주는 한 달의 활동사항 돌아보고 토론하는 시간. 다섯째 주는 DVD나 영화를 시청하는 문화의 주. 그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새터만의 짜임새다.
도서관에서의 봉사활동도 빼 놓을 수 없다. ‘와글와글 이야기 도서관’에서는 영상으로 된 동화책을 보면서 책을 읽어 주고,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내려 애쓰고 있다. 도서관 ‘겨울독서교실 행사’ 때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전통놀이나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신문·화폐 박물관, 역사 유적지 등으로의 체험활동, 자신들의 능력개발을 위한 다양한 강좌 수강 등도 회원들이 함께 하는 일이다. 아이의 발전을 위해 시작한 일이 어느새 나의 지식과 역량강화를 위한 디딤돌이 되고 있다.

책 수다는 마음 맞는 지기들과 대화하며 숨을 쉬게 하는 산소방
새터는 언제든지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친화력을 가졌다는 회장 김연나 씨. “흔히 밥 타는 줄 모르고 수다 떤다고 하잖아요. 우리는 ‘밥 태우는 책 수다’라고 바꿨어요.” 어린이 동화책, 청소년 및 성인 문학도서, 역사서적을 읽는 것 외에도 TV드라마나 사회적 논란거리 등 그 수다의 범위는 넓기도 하단다.
정은주 씨는 “나에게는 숨을 쉬게 하는 산소방 같다. 마음이 맞는 지기들과 책과 자녀교육 등 공통의 관심사에 관해 마음껏 수다를 떨다 보면 평소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저절로 풀린다”고 전했다. 다른 동화구연동아리에서도 활동하고 있다는 최선영 씨. 유아책의 선정에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다양한 주제의 책들로 인해 각종 정보까지도 얻어 간다고.
함께 모여 하는 책 수다는 사람의 성향을 바꾸기도 한다. 이효정 회원은 쉬운 책만 골라 읽으며 독서에 그다지 흥미를 갖지 않았단다. 그러나 과제로 정해진 책은 강제로라도 읽게 돼 이젠 여러 종류의 저서를 자연스레 섭렵하고 있다. 조소영 회원도 단지 책 읽는 것만을 생각했었는데 독서토론, 독서지도 수강 등을 통해 어느덧 전문성까지 지니게 된 자신을 보게 됐다.

바람직한 독서법은 물론 자녀와의 대화에도 영향을 주다
회원들은 독서회 활동으로 책과 관련된 부분에서 자녀와의 대화까지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역사의식이나 삶을 간접체험하게 하는 책이 우리 정서에도 맞고 더욱 큰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책을 주제나 작가 별로 연계해 읽으면 아이들이 오랫동안 기억해요.” “아이가 크더라도 원할 때까지 책을 읽어주는 것이 필요하더라고요. 문자만 읽어 버리면 그림에서 받을 수 있는 감성, 상상력과 호기심 등을 놓쳐버리죠.” 신영숙, 최선영 회원이 ‘새터’로 인해 터득한 독서방법을 들려준다. 송현숙 씨도 전질을 사다 놓고 억지로 읽히던 방법에서 벗어나 한 권씩 아이가 원하는 책을 읽히게 된 경험을 털어 놓았다. 이은경, 김인숙 회원은 자녀와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이다. 어린 자녀는 물론 사춘기 자녀와도 문학과 역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해졌단다.
새터는 지금까지의 활동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 ‘죽도록 책만 읽는’이라는 서평책 안에 소개된 도서를 읽고, 각자 나름의 서평을 담은 문집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작은 흔적을 남겨보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가 읽었던 책 중에서 감명 깊었던 부분을 타인에게 알려주는 문학책 낭독행사도 생각중이다.
“새터는 아이들의 교육과 독서, 자기개발에 관심이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적극적으로 자기의 생각을 나누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분들을 기다린다”는 김연나 회장은 새터가 보다 활성화되기를 소망했다.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반가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새터 회원들. 그녀들의 책 수다 때문에 어디선가 고소한 밥 타는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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