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을 고양시키고 생명과학 분야의 영재를 발굴하기 위한 한국생물올림피아드 대회가 있었다. 사실 고등부 수상자의 대다수는 과학고나 영재학교 재학생으로 일반계 고교생이 수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청명고(수원영통소재)에 다니는 백학준(고2) 군은 그런 통념을 깨고 09년 대회에서 금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고2지만 올해 KAIST 입학을 준비 중이라는데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린 시절부터 영근 과학자의 꿈
학준이는 네다섯 살 때 ‘우리 몸의 과학’이라는 책의 내용을 외우고 다녔다. 동식물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식물원이나 공원의 생물들을 깊이 관찰하기 좋아한 것도 과학자가 되고 싶어서였단다. 중2때 영재학급에 들어갔고, 중3때 생물올림피아드 은상 수상을 계기로 생물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무렵이라고 밝힌다. “중학교 때 우수한 친구들과 수학, 과학을 공부하면서 함께 과학고에 지원했어요. 중학교 내신이 좋지 않아 각오는 했었지만, 막상 입시에서 친구들은 합격하고 나는 실패하자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수학, 과학 실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혹여 자신의 열정이 정체되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가졌다고. 하지만 그때 그를 잡아 준 것은 생물 올림피아드라는 목표였다. 목표를 가지고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면서 수학과 과학 분야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마침 청명고가 과학 특성화 고등학교라 1학년 때의 ‘Be Scientist’동아리 활동은 전반적인 과학 지식을 얻고 실험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가 가진 재능이 다른 특목고 학생들과 비교할 때 부족함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했어요.”그 결과 특목고 학생들과 겨루어 생물 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일반계 고교에 진학한 것이 오히려 자신의 실력에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단다.
매 순간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
모든 일이 그렇지만 공부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학준이에게도 예외는 아닐 터. 하지만 오히려 “매 순간 배우는 것에 대해 즐거움을 가지려고 한다. 좋아하는 분야를 재미있게 느끼며 공부한 것이 실력을 쌓게 했다”며 즐기는 공부의 묘미를 전해준다. 더불어 무엇보다 개념과 중심내용부터 확실하게 파악한 뒤 파생내용의 문제까지 알아 가는 자신의 비법도 소개했다. 생물 올림피아드를 준비할 때도 생물은 범위가 방대한 탓에 다 외울 수가 없어 책을 여러 차례 읽고 또 읽었다. 그러면서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맥락을 짚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집요함도 필요하단다. “남에게 도움을 청하면 쉽게 알 수는 있지만 완전히 내 것은 안 되더라고요.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오히려 나중에는 투자가 되는 것 같아요.” 그 끈기와 집념은 여러 곳에서 보여 졌다. 지난해 KAIST 주최의‘화학탐구 프런티어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때가 특히 그랬다. 연구 주제가 ‘식물의 주기성과 그것을 조절하는 물질’이어서 여름방학은 끝없는 실험의 연속이었다. 식물의 주기를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이나 자정에도 학교에서 시간을 체크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힘은 들었지만 모든 실험과정들을 끈기를 가지고 즐겁게 해냈다. 소중한 노력의 대가는 장려상으로 돌아왔고, 예비과학자의 꿈에 한층 다가가게 되었다.
부모의 역할은 자신의 길을 찾아 가도록 믿고 기다리는 것
고등학생답지 않은 차분함과 사려 깊음이 느껴지는 학준이를 보면서 부모님의 교육관이 궁금해졌다. 아버지 백종헌 씨는 “원만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는 아이로 키우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책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고 채워주려 한 것이 힘을 발휘한 것 같다”고 전했다. 조기교육의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초등 저학년 때까지는 예체능 교육을 충분히 하면서 인성을 길러주려고 애썼다. 그것이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되어 지치지 않고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백 씨는 학준이의 학교 성적이나 점수에 그리 연연하지 않았다. “믿고 기다리는 부모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무엇이든지 강요보다는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각종 대회나 올림피아드의 목표도 함께 세워 나갔습니다.”하지만 기초 실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신경도 함께 기울였다. 영어·수학 경시 등을 통해 자신의 한계와 부족한 부분을 느껴보게 하는 등 부모의 역할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부모의 사랑과 믿음, 학준이의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학준이는 조기 졸업 후 KAIST 입학을 계획하고 있다. 연구대상을 거시적으로 보는 생태학에 매료된 탓에 그 분야를 전공한 후 교수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각각의 구성요소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집합의 복잡함을 생태학 외의 다른 생물분야에서 관찰하기는 힘들어요. 생태학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포괄하는 학문이라 더 흥미롭기도 하고요.”생태계의 풀리지 않은 문제와 인류가 당면한 환경적 과제의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는 학준이. 그 미래를 향한 당찬 포부는 머지않아 만나게 될 생태학자의 모습을 미리 엿보게 했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어린 시절부터 영근 과학자의 꿈
학준이는 네다섯 살 때 ‘우리 몸의 과학’이라는 책의 내용을 외우고 다녔다. 동식물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식물원이나 공원의 생물들을 깊이 관찰하기 좋아한 것도 과학자가 되고 싶어서였단다. 중2때 영재학급에 들어갔고, 중3때 생물올림피아드 은상 수상을 계기로 생물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무렵이라고 밝힌다. “중학교 때 우수한 친구들과 수학, 과학을 공부하면서 함께 과학고에 지원했어요. 중학교 내신이 좋지 않아 각오는 했었지만, 막상 입시에서 친구들은 합격하고 나는 실패하자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수학, 과학 실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혹여 자신의 열정이 정체되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가졌다고. 하지만 그때 그를 잡아 준 것은 생물 올림피아드라는 목표였다. 목표를 가지고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면서 수학과 과학 분야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마침 청명고가 과학 특성화 고등학교라 1학년 때의 ‘Be Scientist’동아리 활동은 전반적인 과학 지식을 얻고 실험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가 가진 재능이 다른 특목고 학생들과 비교할 때 부족함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했어요.”그 결과 특목고 학생들과 겨루어 생물 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일반계 고교에 진학한 것이 오히려 자신의 실력에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단다.
매 순간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
모든 일이 그렇지만 공부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학준이에게도 예외는 아닐 터. 하지만 오히려 “매 순간 배우는 것에 대해 즐거움을 가지려고 한다. 좋아하는 분야를 재미있게 느끼며 공부한 것이 실력을 쌓게 했다”며 즐기는 공부의 묘미를 전해준다. 더불어 무엇보다 개념과 중심내용부터 확실하게 파악한 뒤 파생내용의 문제까지 알아 가는 자신의 비법도 소개했다. 생물 올림피아드를 준비할 때도 생물은 범위가 방대한 탓에 다 외울 수가 없어 책을 여러 차례 읽고 또 읽었다. 그러면서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맥락을 짚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집요함도 필요하단다. “남에게 도움을 청하면 쉽게 알 수는 있지만 완전히 내 것은 안 되더라고요.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오히려 나중에는 투자가 되는 것 같아요.” 그 끈기와 집념은 여러 곳에서 보여 졌다. 지난해 KAIST 주최의‘화학탐구 프런티어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때가 특히 그랬다. 연구 주제가 ‘식물의 주기성과 그것을 조절하는 물질’이어서 여름방학은 끝없는 실험의 연속이었다. 식물의 주기를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이나 자정에도 학교에서 시간을 체크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힘은 들었지만 모든 실험과정들을 끈기를 가지고 즐겁게 해냈다. 소중한 노력의 대가는 장려상으로 돌아왔고, 예비과학자의 꿈에 한층 다가가게 되었다.
부모의 역할은 자신의 길을 찾아 가도록 믿고 기다리는 것
고등학생답지 않은 차분함과 사려 깊음이 느껴지는 학준이를 보면서 부모님의 교육관이 궁금해졌다. 아버지 백종헌 씨는 “원만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는 아이로 키우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책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고 채워주려 한 것이 힘을 발휘한 것 같다”고 전했다. 조기교육의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초등 저학년 때까지는 예체능 교육을 충분히 하면서 인성을 길러주려고 애썼다. 그것이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되어 지치지 않고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백 씨는 학준이의 학교 성적이나 점수에 그리 연연하지 않았다. “믿고 기다리는 부모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무엇이든지 강요보다는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각종 대회나 올림피아드의 목표도 함께 세워 나갔습니다.”하지만 기초 실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신경도 함께 기울였다. 영어·수학 경시 등을 통해 자신의 한계와 부족한 부분을 느껴보게 하는 등 부모의 역할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부모의 사랑과 믿음, 학준이의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학준이는 조기 졸업 후 KAIST 입학을 계획하고 있다. 연구대상을 거시적으로 보는 생태학에 매료된 탓에 그 분야를 전공한 후 교수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각각의 구성요소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집합의 복잡함을 생태학 외의 다른 생물분야에서 관찰하기는 힘들어요. 생태학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포괄하는 학문이라 더 흥미롭기도 하고요.”생태계의 풀리지 않은 문제와 인류가 당면한 환경적 과제의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는 학준이. 그 미래를 향한 당찬 포부는 머지않아 만나게 될 생태학자의 모습을 미리 엿보게 했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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