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왜 유난을 떠나

지역내일 2000-10-19 (수정 2000-10-19 오후 9:17:18)
" 아셈인지... 앗산지...좋지요. 그런데 국제행사만 했다하면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야 합니까."
지난 19일 12년째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정 모(52)씨는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졌다. 오전 11시 30분
쯤 광화문에서 강남병원을 가기위해 탄 택시가 오후 1시가 넘도록 가다서기를 반복했다. 외국손님들
한테 잘보인다고 이곳저곳에서 안내판도 없이 교통을 통제하고 도로를 도색하느라 길이 막힌 때문이
다.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아무죄도 없는 도로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다.
이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앞 도로. 임신 9개월인 윤정희(38)씨는 "어디에 차가 있는지 몰라 20분
을 걸었지만 들어오는 택시가 없다"고 짜증을 냈다.
20-21일 이틀동안 진행되는 ASEM을 위해 정부와 서울시는 한달전 부터 부산을 떨었다.
오래전부터 서울시내 도로는 여기저기 파헤쳐졌다. 이로인한 시민들의 불편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조 모(37)씨는 오전 8시부터 어깨띠를 두르고 피켓을 든채 길거리에
서 줄을 섰다. ASEM 기간내에 시행되는 차량2부제 홍보를 위해서다. "공무원은 봉이지요. 위에서 지시
하는데 어떻게 거절합니까."
ASEM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수없이 올라있다.
내실이 없는 형식의 꾸밈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시민들은 ASEM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기대하
고 있다. 행사를 치르다 보면 불가피하게 시민들에게 불편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도 잘알고 있다.
그렇지만 행사 당국은 이같은 통제가 당연하도 여겨서는 안된다.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함
을 가져야하며 그런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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