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자율형사립고 송원고등학교 박현수(54) 교장

“차별화된 교육과정으로 경쟁력 갖출 것”

지역내일 2009-10-13 (수정 2009-10-13 오전 9:57:45)


한영외고·경기외고 등 특목고 전담 경력만 무려 17년
광주일고와 서울대 사범대 영어교육과에서 학·석사 학위
송원고가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되면서 교장 공모가 최대 관심사였다. 유력한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사람은 다름 아닌 서울 한영외고에서 고3 학년부장과 연구부장을, 경기외고(전 명지외고)에서 설립 교감을 역임했던 특목고 전문 인력이다. 그런 그가 광주로 이직을 결심한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었다. 박 교장의 고향은 전남 광양. 광주일고를 다니면서 광주로 유학 온 것이 지금의 인연으로 이어진 것이다. 무등산만 봐도 마음이 포근해진다며 제2의 고향을 찾은 소감을 대신했다.  

“높은 교육열에 반해 선도학교 없어”
포근한 마음도 잠시 광주교육의 기대가 그에게 달린 만큼 어깨도 무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학력 성취도 평가나 수능 성적에서 광주가 최고의 결과를 자랑하고 있기는 하지만 선두그룹으로 나설 명문학교 하나 없다는 것도 광주의 현실이었다. “그래서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하지만 고향에 온 이상 후진 양성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죠. 그 동안 특목고를 운영했던 노하우와 설립 관련 자료 등을 활용해 명문학교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러자면 차별화된 교육과정부터 재편성해야 했다. 서울권에 있던 외고들이 명문학교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야간자율학습’이었다. 하지만 광주는 공·사립을 불문하고 모두 10시까지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실행하고 있는 터라 특성화 할 교육 방안부터 다시 구상해야 했다. “광주 최초 자율형사립고에 걸맞게 특화된 교육과정을 개발해서 학생들의 학력증진과 진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수준별 무학년제 학습’이다. 특기적성교육과 야간 특강 등을 이용해 학생들이 직접 학습 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편성할 참이다. 영어교육도 대폭 강화한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영어교육 시간을 늘리고 영어 동아리 활동도 내실 있게 운영할 방침이다. 또한 방학 중에는 자매결연학교와 연계해 해외 어학연수도 계획하고 있다. 
   
인성교육 무시한 수월성 교육 의미 없어
박 교장은 학생들에게 지성뿐 아니라 인성도 주문했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리더라면 바람직한 인간성을 먼저 갖춰야 합니다. 학습 위주의 교육 편성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특화교육을 통해 예의바른 생활습관과 감성을 지닐 수 있도록 지도하겠습니다.” 전교생에게 ‘1인 1악기 연주’와 ‘무도교육’으로 감성과 강인한 정신을 심어줄 생각이다. 체력 증진을 위해 주변 월드컵 경기장 시설 등을 활용할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인성교육의 잣대인 봉사활동도 활성화 할 생각이다. 박 교장은 “대입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비교과 영역의 가산점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봉사활동의 경우 지원학과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한 경우에 가산점이 부여되기 때문에 다양한 대입전형에 대처하기 위해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신규 교사를 채용할 때도 인성은 중요한 평가 대상이다. 교사의 인성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에 자체 인사를 통해 우수 인력 선발 기준에 포함시킬 생각이다. 특히 우수교원 확보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박 교장의 교육 철학이다. 그는 “신규 교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교과 지도 능력이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먼저 실력자를 2배수 선발한 후 열정과 봉사정신 있는 인력풀을 최종 선발 기준으로 활용할 것이다”고 귀띔했다.  
이제는 수월성과 영재성 교육에 주목할 때
외고 등 특목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은 서로 ‘경쟁’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박 교장은 2010학년도 학생 모집 선발권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외고처럼 자체 선발권이 주어져 있지 않고 중학교 내신 30%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무작위 추천을 통해 선발하기 때문에 선두 그룹 학생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박 교장은 2011학년도부터 학생 선발 요강을 개편할 생각이다. 입학사정관제를 벤치마킹해 특정 과목에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렇게 되면 송원고에 입학할 수 있는 문이 좁아져 자율형사립고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교장은 “그 동안 광주는 평준화 교육을 모범적으로 실행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 흐름이 수월성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발맞춰 자율형사립고 송원고가 명문고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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