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송원고등학교가 광주 최초로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되면서 과학고에 이어 자사고가 탄생했다. 이명박 정부가 공약한 ‘고교다양화 프로젝트’가 광주에서도 현실화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아직 엇박자다. 기존 송원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인지 선뜻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반응과 지역에 명문학교가 생겨 광주 교육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쪽의 의견이 서로 분분한 실정이다. 미심쩍은 견해를 갖고 있는 학부모들의 우려는 까딱하다가는 전남외고 같은 무늬만 특목고인 학교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것. 그렇다면 과연 송원고는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율형사립고로 등극할 수 있을까.
자율형사립고 송원고는 차선책?
올해 특목고 입학을 목표로 자녀를 뒷바라지하고 있는 김 군의 어머니는 송원고가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됐다는 소식에도 무관심했다. “특목고 갈 실력이 되는데 왜 굳이 지역 학교에 보내느냐”며 아예 고민해볼 여지도 없었다고. 게다가 이제 갓 생겨 ‘학교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교육 수요자를 만족할 만한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지’ 등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믿고 자녀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이 많다. 일반고였을 당시에도 송원고를 기피했던 학부모들의 반응은 더 예민하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송원고 입학원서를 받아왔다.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됐다고는 하지만 납입금을 일반학교 기준의 300%를 내면서까지 지역에서 보낼 의향은 없다”며 “차라리 일반고에 보내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학원가의 반응도 아직 피동적이다. 봉선동에 있는 학원관계자는 “소수 상위권 학생들은 일단 특목고를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 특목고를 떨어진 경우나 특목고에 합격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송원고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 정도로 여기고 있는 형편이지만 막상 원서 접수할 때는 지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에 명문학교가 생긴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 학원장은 “명문대학에서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하면서 수월성·영재성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타 지역으로 우수인재가 유출돼 왔다. 자율형사립고는 학교장의 교육 마인드에 따라 판가름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학교장이 당선된 이상 송원고가 명문고로 등극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학교장 마인드에 따라 명문학교 판가름
자율형사립고는 학교장 재량이 확대됐다. 따라서 학교장 교육 마인드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송원 재단은 공모를 통해 학교장 선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수도권 외고에서 입시관련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인력을 영입했다. 그는 취임식도 하기 전에 설명회를 연이어 두 차례 실시하는 등 학부들에게 높은 교육 의지를 전달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송원고 박현수 교장은 “17년 간 외고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커리큘럼과 프로그램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할 것”이라며 “또한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를 수렴해서 최대한 수용하는 자세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교육과정이 특목고 보다 자율성이 많기 때문에 사실 유리한 점도 많다. 박 교장은 이를 최대한 활용할 방안이다. 우선 수학·영어·과학 등의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이수단위를 증배했다. 특히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영어 과목을 기존 34단위에서 44단위로 10단위 증배했다. 수학과 영어의 경우 일 년 교육과정을 한 학기에 마치는 ‘집중 이수제’를 실시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올림피아드나 각종 경시대회를 겨냥해 전문 교과를 신설해 심화학습도 지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입전형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창의 활동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1인 1악기 연주’와 체력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무도 교육’도 지원한다.
향후 모집요강 까다로워 질 것…올해 지원이 유리
모집요강을 살펴보면 특목고에 비해 학생선발 기준이 느슨한 편. 중학교 내신 30%에 해당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추천으로 선발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수월성 교육을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장의 귀띔. 그래서 2011학년도부터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재능 있는 학생을 우선 선발할 계획도 내비쳤다. 그렇게 되면 학생선발 기준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면을 고려할 때 올해 미리 지원하는 것도 유리할 수 있을 터. 원서 접수는 이달 22~26일까지다. 교과부는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도 입학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송원고는 요즘 교육 수요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교실리모델링과 기숙사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자율형사립고 목적에 맞는 우수 교원 확보도 숙원 과제다. 박현수 교장은 “반드시 일류대를 나온 교사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며 “인력 구성에 따라 교육의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다면적 검토를 통해 신중히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송원재단 고제철 이사장은 “자율형사립고 송원고가 건학이념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명문학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물적·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4면>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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