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알코올 중독자서 `기부천사''로

지역내일 2009-10-06
26년 구두닦이 이창식씨 "기부로 새삶 찾아"9년째 매월 1% 기부…후원계좌도 5개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26년째 골목길에서 구두를 닦으며 `1% 기부''를 이어오는 사람이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이창식(52)씨가 그 주인공.
6일 아름다운재단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1년 1월부터 매월 꼬박꼬박 자신의 한달 수입에서 1만 원씩을 떼어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이씨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기부를 하며 새 삶을 살게 됐다"고 덤덤히 말문을 열었다. 서른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 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3년여 만에 성격차이로부인과 이혼을 한 뒤 어린 딸을 경기도의 홀어머니에게 맡기고 혼자 술에 빠져 살았다.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남 탓으로 돌리며 하루 5∼6병씩 소주에 의지해 살던 이씨가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신세를 진 것만도 여러 차례다.
그렇게 술로만 살던 이씨는 어느날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지체 장애인이 리어카를 끌면서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그 사람을 보고 `사지 멀쩡한 내가 이렇게 살면 되겠나'' 싶었다. 나이 드신 노모와 어린 딸을 떠올리니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이씨는 그 길로 집에 달려가 술병을 치워버리고 다시 구두닦이 일을 시작했다.

2001년 새해를 앞두고 어머니는 이씨에게 "이젠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앞으로는 남을 도우면서 새 삶을 살면 어떻겠냐"고 물었고, 이씨는 어머니 뜻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부터 들쭉날쭉한 한달 수입을 100만원에 맞추고 매달 1만원씩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
나누는 삶의 즐거움을 깨달은 이씨는 이후 한 군데씩 기부 단체를 늘렸고 지금은 정기 후원 계좌만 5개다.노모와 고등학생 딸을 키우면서 살림이 빠듯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이씨는 "기부로 나가는 돈은 따지지 않는다. 이웃과 나누기 시작하면서 마음은 더 행복하고 수입도 더 좋아졌다"며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기부 바이러스는 다른 사람에게도 전염된다고 했던가. 이씨의 구두수선점을 찾는 손님들도 잔돈을 기꺼이 기부 저금통에 넣고 있다.그래서 이씨 가게는 사람들 사이에 `마음에 광을 내는 가게''로 소문나 있다.
이씨는 "딸아이가 공부를 마치면 고향에 내려가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게 꿈"이라며 대화를 마쳤다.s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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