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다르지만 해방 전후에는 돌림병이라는 무서운 병이 있었다.
콜레라나 장티프스 또는 페스트가 마을에 들어왔다 하면 그 마을은 그야말로 병마가 휩쓸어 살아남은
사람이 드물었다. 그런 병들은 순식간에 번지고 또 막을 길이 없어서 마을 둘레에 새끼줄을 치고 격리
시키거나 아예 마을을 태워 병의 번짐을 막아야 했다. 이런 병을 유행병이라고도 불렀는데 요즈음도 가
끔씩 유행성 독감이니 유행성 출혈병이니 유행성 뇌염이니 하는 병들이 겁을 준다.
유행이라는 것은 참으로 속도가 빠르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번지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차
렸을 때는 이미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난 후이기가 십상이다.
우리 사회에는 참으로 불필요한 유행병이 곳곳에서 번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사회에 출세지향주의 병
이 유행되더니 아직까지 식을 줄 몰라 대학이 이상해지고 교육자체가 치유하기 힘들 정도로 병이 들었
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서 출세했다 하면 물불을 못 가리는 정도가 아니고 이성을 잃고 덤벼든다.
미인이 대접받는 시대가 되자 많은 여성들이 예뻐지기 위한 경쟁에 정신없이 뛰어들어 기형인 사람을
고쳐주던 성형외과는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한번쯤은 거치는 곳으로 인식되고 부모와 자녀가 전혀 닮지
않은 웃지 못할 일도 쉽사리 보게 된다.
서울에 살고 싶어하는 유행병은 시골 구석구석까지 불어 젊은이와 아이들이 없는 시골이 늘어나고 큰
아파트에 사는 유행병 때문에 좁은 땅에 옛날 고관대작들이 살았다고나 들려오던 100평짜리 아파트와
빌라가 줄줄이 세워진다.
남의 남편이 무엇을 하면 내 남편도 그리되기를 바라고 남의 아이가 무엇을 배우면 내 아이에게 똑같은
것을 가르치려고 하나.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가야하는 자동차 갖기 유행병은 너무 지나쳐 이 좁은
땅이 차로 꽉 차 기름 소비량이 세계에서 여섯 번째라고 한다. 여름휴가철이 되면 태풍이 불고 날씨가
서늘해도 피서를 가야하고 남자들에게 골프는 할 줄 모르면 야만인 취급을 받게끔 되었다.
유행병은 목숨이 아니라 자연을 망치고 풍속을 망치고 생활 습관을 망치고 가치관을 병들게 한다. 본
모습 그대로 유행병이 뭔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먼 나라 이 민족의 특이한 삶처럼 간간이
청량제로 소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을 하려다가도 그것이 유행하는 일이면 멈칫하고 못하는 못난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이 이제는 아름답다. 휩쓸리는 일은 대개 본질을 잃게 되고 휩쓸려서는 제 걸음을
걸을 수가 없다.
내 걸음 그대로 걸어가는 것 조차 미덕으로 보이니 서글프다.
이 가을(아동작가) 분당 어린이 도서관장
콜레라나 장티프스 또는 페스트가 마을에 들어왔다 하면 그 마을은 그야말로 병마가 휩쓸어 살아남은
사람이 드물었다. 그런 병들은 순식간에 번지고 또 막을 길이 없어서 마을 둘레에 새끼줄을 치고 격리
시키거나 아예 마을을 태워 병의 번짐을 막아야 했다. 이런 병을 유행병이라고도 불렀는데 요즈음도 가
끔씩 유행성 독감이니 유행성 출혈병이니 유행성 뇌염이니 하는 병들이 겁을 준다.
유행이라는 것은 참으로 속도가 빠르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번지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차
렸을 때는 이미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난 후이기가 십상이다.
우리 사회에는 참으로 불필요한 유행병이 곳곳에서 번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사회에 출세지향주의 병
이 유행되더니 아직까지 식을 줄 몰라 대학이 이상해지고 교육자체가 치유하기 힘들 정도로 병이 들었
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서 출세했다 하면 물불을 못 가리는 정도가 아니고 이성을 잃고 덤벼든다.
미인이 대접받는 시대가 되자 많은 여성들이 예뻐지기 위한 경쟁에 정신없이 뛰어들어 기형인 사람을
고쳐주던 성형외과는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한번쯤은 거치는 곳으로 인식되고 부모와 자녀가 전혀 닮지
않은 웃지 못할 일도 쉽사리 보게 된다.
서울에 살고 싶어하는 유행병은 시골 구석구석까지 불어 젊은이와 아이들이 없는 시골이 늘어나고 큰
아파트에 사는 유행병 때문에 좁은 땅에 옛날 고관대작들이 살았다고나 들려오던 100평짜리 아파트와
빌라가 줄줄이 세워진다.
남의 남편이 무엇을 하면 내 남편도 그리되기를 바라고 남의 아이가 무엇을 배우면 내 아이에게 똑같은
것을 가르치려고 하나.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가야하는 자동차 갖기 유행병은 너무 지나쳐 이 좁은
땅이 차로 꽉 차 기름 소비량이 세계에서 여섯 번째라고 한다. 여름휴가철이 되면 태풍이 불고 날씨가
서늘해도 피서를 가야하고 남자들에게 골프는 할 줄 모르면 야만인 취급을 받게끔 되었다.
유행병은 목숨이 아니라 자연을 망치고 풍속을 망치고 생활 습관을 망치고 가치관을 병들게 한다. 본
모습 그대로 유행병이 뭔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먼 나라 이 민족의 특이한 삶처럼 간간이
청량제로 소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을 하려다가도 그것이 유행하는 일이면 멈칫하고 못하는 못난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이 이제는 아름답다. 휩쓸리는 일은 대개 본질을 잃게 되고 휩쓸려서는 제 걸음을
걸을 수가 없다.
내 걸음 그대로 걸어가는 것 조차 미덕으로 보이니 서글프다.
이 가을(아동작가) 분당 어린이 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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