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변화를 위한 자녀의 모래주머니 벗기기

지역내일 2009-09-21
한 어머님이 찾아오셨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을 둔 어머니는 엄마가 항상 챙기지 않으면 아들이 학원가길 싫어하고, 시간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숙제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원시간도 잘 지키고 숙제도 빠뜨리지 않고 성실히 공부하는 아들을 원한다고 하시면서 빨리 변화가 되면 좋겠다고 하셨다. 필자는 일주일만에 그렇게 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약간의 의구심을 표정에 숨기시며 이내 만면의 웃음을 띄우신다. 일주일만에 아들이 숙제도 빠뜨리지 않고 학원을 열심히 다닌다면 무엇이 아들을 그렇게 만들었을지, 그 아들은 진정으로 변화한 것인지 여쭈니, 어머니는 이내 표정이 바뀌시면서 아마도 코치선생님이 시켜서 한 것일 테니 마음에서 우러난 변화는 아닐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그것을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 드리겠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변화는 아니라고 하니, 그제야 진정한 변화에 대해 고민하셨다. 많은 자녀들이 100m출발라인에 서서 골인점을 향하여 뛰고 있다. 그것의 목적지나 방향도 잘 모르면서 부모님의 요구대로 다른 사람보다 빨리 가기 위하여 그저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맘처럼 잘 뛰어지지가 않는다. 이미 아이들의 다리에는 많은 모래주머니가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제대로 방향도 모르면서 뛰는 것이 효과적일지, 모래주머니를 풀고 방향을 알고 뛰는 것이 효과적일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부모님이 자녀양육의 기본전제가 보호로부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독립을 시키는 것이 아닐까? 보통 초등학교 시절은 부모님의 보호 환경 속에 있게 된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가 시작되고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에 분리의 욕구가 생기면서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게 된다. 부모님의 의견에 반대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며 어쩌면 독립을 위한 투쟁을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부모님들은 이 때 자녀의 뒤에 서서 독립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도와주시기 보다는 자녀의 앞에서 보호막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 한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시는 경우가 많다. 필연적으로 자녀와 부딪히게 되고,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채우게 되며,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을 의존적으로 바꾸어놓은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다만, 스스로 인식하고 자각할 때 자기 자신만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부모님은 자녀 스스로가 변화하고 싶도록, 스스로에 대해 인식하고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숙제를 하지 않고, 학원을 잘 가려하지 않는 그 아들은 지금 숙제도 잘하고, 학원 가는 것을 지겨워하지 않는다. 학원시간도 자기가 챙기고 숙제도 비교적 빠뜨리지 않고 잘 하는 편이다.

이 아들은 어떻게 그런 변화를 겪을 수 있었을까? 필자가 이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어머니에게 매우 의존적이면서, 자신의 색깔(가치와 생각)보다는 어머니의 색깔에 맞추어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니 매사에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이 아이의 모래주머니를 풀어헤치기 위해서 서로의 성향특성을 인식하게 하고, 상상력을 표현하는 장점, 사람을 배려하는 본인의 가치를 찾아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만들고, 부정적 꼬리표(우유부단, 의존적, 냉철하지 못하다……)는 자신의 장점(배려와 따뜻한 마음)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토록 하였다. 아울러, 생활 속에서 잘못한 것을 지적하기보다는 잘한 것을 칭찬하면서 실패하더라도 자율적 습관을 키울 수 있도록 어머니와 함께 노력을 하였다. 아이가 매우 밝아지고 에너지가 넘치기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하면서 설계를 하게 되었고 공부의 필요성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이 아이는 자신의 이부자리를 개는 것부터, 옷 정리도 하며, 학원에 안 갈 경우는 직접 학원에 전화해서 정당한 사유를 스스로 밝힌다. 어머니는 자녀가 학원을 가든 안가든 그냥 놔두신다. 선택은 스스로 하되, 그 책임도 스스로 지도록 한 것이다. 그러한 경험을 하다 보니 합당치 않은 표현이나 행동들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지금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또 학습을 하면서도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목표를 향해 뛰게 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을 인식하고, 주위의 격려와 인정 속에서 스스로 에너지와 동기가 채워져서 뛰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변화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루드베키아
김영권 대표코치
2051-8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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