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늦잠을 자고 기지개를 펴다 문득 게으름을 깨고 가을을 느끼고 싶어졌다. 주섬주섬 추리닝을 챙겨 입고 손수건 하나 목에 질끈 감고는 치악산으로 차를 몰았다. 단풍이 물들기에는 이른 시기일까? 아침, 저녁으로 바람은 차가운데 산은 가을맞이 준비가 아직 안 된 모양이다. 드문드문 산을 오르던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멈춰진 곳. 바로 치악산생명문학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마음이 조급해질 때 느리게 사는 법 알려주는 산으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생각할 틈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 버린다. 1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한 달이 언제 지났는지 모르고 종종걸음 걸어야 하는 현대인의 삶은 조급증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가 없다. 이럴 때 이런저런 핑계나 변명을 뒤로 하고 산을 오르며 여유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원주문인협회 권순형 회장은 “우연히 치악산을 오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시를 전시 하는 것이 실내보다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이후 지금까지 7년째 해마다 치악산에 시를 전시하고 있죠. 이번에는 특별히 100여 편의 시를 전시했습니다. 강원문인협회와 원주문인협회 등 유명 시인의 시까지 생명과 자연을 주제로 한 시입니다”라며 “10년이 되는 해에는 만 편의 시를 비로봉까지 연결해 전시하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한다.
이승원 사무국장은 “전시회를 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지만 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후회는 없습니다”라고 한다.
이날 박경리의 ‘가을’이라는 시 앞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가족이 함께 등산을 나왔다 시를 보고 멈춰선 김찬식(44·무실동)씨는 “늘 시간에 쫓겨 살았는데 오랜만에 가을 산행을 하고 시까지 접하고 나니 마음에 여유를 찾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 됐습니다”라고 한다.
>>>제7회치악생명문학축제
7년 째 변함없이 치악산 등산로를 따라 시를 전시하는 원주문인협회는 ‘치악, 그 산에 시가 영글면’이라는 주제로 시와 음악이 함께하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전시회는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두 달 동안 전시된다. 또한 ‘치악, 꿈틀대는 생명이여’시집을 발간해 시집으로도 시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일 강원도 자연학습원에서 열린 ‘치악의 밤’ 1부에서는 백운앙상블의 ‘별과 그대 있는 곳까지의 노래’와 예술시대작가회 김사라 회장을 비롯한 참여 문인들의 시낭송회가 열렸다. 2부에서는 고 박건호 작사가의 노래를 작사가의 친구인 김종철 씨의 목소리로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3부에서는 참여 작가의 문학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에는 예술시대작가회 회장인 김사라 시인과 임교순 원주 문협 고문, 현각 스님, 모던포엠 대표 전형철, 인제문인협회 사무국장 한영숙, 권순형 원주문인협회장을 비롯해 10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문의 : 017-224-6273
신효재 리포터hoyj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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