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광산구 이·미용 자원봉사자 권정매(40)씨
“도울 수 있을 때 돕고 살면 좋잖아요”
지역내일
2009-09-17
(수정 2009-09-17 오전 10:26:12)
미용은 머리만 다듬는 게 아닌, 마음까지 아름답게 만드는…
“훗날 제가 늙고 병들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게 될 때가 있지 않겠어요?, 시립병원의 알콜, 치매 환자분들의 머리를 손질하면서 겉으로는 웃으려 애를 쓰지만 가슴으로 울곤합니다. 본인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행동하는 환자분들이 너무 안타깝고 짠해서 말입니다”
광산구 이·미용 봉사자 권정매씨, “좋은 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저는 자랑할 만한 대상이 안 되는데 너무 부끄럽습니다”
학창시절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 속기사 자격증에 미용까지, 꿈 많은 전남 완도 출신 아가씨였다. 광주로 이사오면서 본격적으로 미용에 뛰어들어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바로 미용이다.
밝은 미소에 행복 듬뿍 담아 전달
어느덧,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종가집 대 종손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미용실까지 경영하면서, 또 봉사를 하기까지 1인 5역이라니...몸이 10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러나 그는 늘 밝은 표정에 늘 웃고 산다. “웃으면 복이 마구마구 내 품으로 들어와요”
월곡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다 첨단으로 옮긴지 4개월 되었다. 때문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잠시 봉사를 뒤로 미뤘다. 그래서 한쪽 구석에 왠지 모를 무언가가 마음에 남는다. “봉사를 다녀와야 하는데 가지 못해 허전해요. 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와야 하는데 가지 못하고 있네요, 저는 사람들 만나는 것이 너무 좋고 행복해요”라고 환한 웃음을 내 비친다. 그의 밝고 명랑한 모습에서 이웃들에게 사랑이 전해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름다운 헤어스타일만 전달하는 것이 아닌, 밝은 표정과 행복한 마음까지 가득 실은 사랑을 전달하는 전도사라는 것이 느껴진다. 9여년이 넘도록 미용봉사를 해오면서 ‘그저 사람이 좋아 시작했다’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남도 도울 수 있을 때, 몸 성할 때 돕고 살아야죠!’라고 일침을 놓는다.
좋아서 하는 미용, 힘들지 않고 즐거워
미용은 그가 좋아하는 직업이라 일하는 것이 즐겁다. 때문에 봉사시간도 즐겁다. 매주 화요일 시립병원 방문할 때면 치매병동에는 욕하는 환자분들도 종종 있다. 그래도 그때마다 그는 “엄마 딸 정매 왔어! 보고 싶었지?”라며 다정다감한 말솜씨로 마치 딸이 친정엄마 대하듯 환하게 웃곤 한단다. 그의 말솜씨는 어른들하고 하루 종일 말벗하며 놀라고 해도 놀 정도로 재담가로 이미 봉사자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
“10여년이 넘도록 미용을 해 왔는데 이 일이 지겹다면 벌써 그만 뒀겠죠?, 돈도 돈이지만 즐겁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손님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제가 꾸며드린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을 보시고 만족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일 때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일을 하러 다니지만 ‘배우고 얻어지는 것이 더 많다’는 그는 미용실이 자리를 잡아가는 데로 다시 봉사를 할 계획이다.
꾸준한 봉사 언제든지 할 생각 있어
아이들 어렸을 때 시작한 미용인지라 두 딸에게 늘 미안했다.
큰딸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그래도 엄마가 봐줬는데 작은딸은 목에 열쇠를 걸어주며 혼자 문을 열고 들어가게 할 때가 많았다. “특히 둘째에게 미안해요, 가끔 어릴 적 이야기하면서 ‘목에 열쇠 걸고 혼자 문 열고 들어갔는데..’,라고 이야기를 할 때면 목이 메이고 마음이 아파요”라고 눈시울을 적신다. 직장에 다니는 남편은 늦은 퇴근이 많은 관계로 아이들 뒷바라지 도움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 나는 대로 아이들과 그의 외조에 시간을 쏟으려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고마웠다. “엄마 손이 한참 필요한 시기에 아이들에게 못해줘서 늘 미안했는데 그런 두 딸들이 착하게 자라주어 고마워요,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엄마 끼는 닮지 않았는지 장래 희망이 미용은 아니란다. 봉사는 한다해도 말리지 않겠지만 미용을 한다고 하면 그는 말릴 생각이다. 즐겁고 신나서 하긴 하지만 미용도 기술이라 배워보니 고생이라 두 딸 들 미용한다면 말리고 싶단다(웃음).
아나운서와 선생님이 장래희망이라 그 꿈을 위해 계속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는 귀띔한다. 언제나 밝고 환한 웃음의 그는 단골손님이 이사 가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머리를 하러 오곤 한다. 유모도 풍부해 동네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때문에 시립병원이나 시설의 가족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직은 40대초반, 활발한 성격의 건강한 신체에 인기도 짱이다. 몸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봉사를 할 생각이 얼마든지 있다고 당찬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은정 리포터 lip55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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