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심 속 자연공원, 해운대를 그냥 놔둬라

지역내일 2009-09-01 (수정 2009-09-01 오전 9:24:19)

환경과 자치연구소 기획실장
서토덕





최근 논란이 돼 공사가 일시 중단됐던 장산 정상 부근 전망데크 설치 공사 현장.


지난 8월18일 해운대 문화회관에서 장산 전망테크 설치 찬반공청회가 있었다. 해운대구가 데크 조성을 계획하면서 의견수렴을 위해 사전에 반드시 거쳤어야 할 공청회였지만, 지역주민의 거센 항의와 조직적 반대가 가시화 되자 이를 무마하는 차원에서 개최된 뒤늦은 공청회였다. 그럼에도 공청회의 개최는 절차의 문제와 장산 보전과 이용에 있어 많은 주민들이 환경문제의 근원에 대해 서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했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있는 자리였다.
사실 논란이 된 장산 전망데크는 최근 해운대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분별한 개발 사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우려가 폭발한 것에 불과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전망데크 공사가 일어나기 전, 해운대 지역주민들이 즐겨 찾던 춘천의 자연모습이 너무 망가져 버렸다. 지리산 계곡 못지 않게 나무와 자연 바위가 널려있던 춘천계곡이 어느 대형 불고기집 가든처럼 인공적인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게다가 체육공원 위로 점차 포장되어 올라가고 있는 콘크리트 길(구청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마사토를 혼합한 친환경자재라고 한다)은 정상까지 연결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하나 없이 정상 인근 너럭바위에 박아놓은 쇠 볼트 수 십여 개는 자연을 보전하고 싶어하는 해운대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불러모으기에 충분했다. 무분별한 개발사업에 대한 구민들의 마음을 구청은 정말 여태까지 몰랐을까?많은 부산시민들이 해운대에 살고 싶어 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해운대에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몇 십만의 대도시 인근에 해운대 해수욕장과 같은 큰 백사장이, 전국 명산 계곡 못지 않은 계곡이 흐르는 춘천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숲과 바다도 몇 십 킬로미터, 먼 거리에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짧은 시간에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공원, 숲, 계곡, 바다가 도시인에게 더 친숙하고 필요하다. 진정 시민의 삶의 질을 걱정하고 좋은 환경을 바란다면, 도심에 더 많은 공원을 만들어라. 그래서 나무도 심고, 편의시설도 짓는 일 등은 얼마든지 동의한다. 하지만 산과 나무와 바위는 산 모습 그대로 둬야한다. 매일 같이 콘크리트 도심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산과 계곡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춘천은 그냥 두면 아름다운 자연미인인 것을 예산을 들여 무지막지하게 원형을 고쳐 아름다움을 망쳐버렸다. 작은 예산으로 최소한의 관리만 했다면 지금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참에 예산 많이 따오면 능력있고 일 잘하는 정치인이라는 등식을 완전히 바꾸자. 엄청 많은 예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의 예산인지, 어떤 내용의 사업을 잘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어쨌든 공청회는 끝났고, 장산 너럭바위 쇠볼트도 다 뽑혔다. 이제 나머지 전망데크 및 장산환경문제는 민관협의체의 결정에 달려있다. 이제 해운대구는 각종 민관네트워크를 구성함에 있어 구성과 위상, 권한을 민주적 방법에 의해 명문화 시키고 합의함을 통해 종래의 형식적 거버넌스를 극복하고 새로운 주민 자치의 모델을 창출하는 계기로 삼도록 해야 한다.이러한 제안은 맹목적 개발과 성장주의를 표방한 해운대구가 장산문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해운대구로 가기위한 필연의 과정이다. 해운대구는 마땅히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고, 구민을 포함한 시민 진영 또한 그러한 권리를 가진다. 그것은 장산이 해운대구만의 것이 아닌 명실공히 부산의 산이기 때문이다. 민관협의체를 통한 해운대 구청의 노력이 해운대의 새로운 비전으로 승화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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