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박종아 사무국장

자연순환구조를 살리는 게 진정한 녹색 성장

서호천·영화천 살리기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박종아

지역내일 2009-08-27
자연의 본래기능을 해치는 개발은 자제돼야
뭐든 그렇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 그 속에 들어가 느껴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냥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기만 하는 하천의 풍경도 그랬다.
“서호천이나 영화천변에 나가 보셨어요? 냄새는 물론이고, 하천 바닥에 두껍게 쌓인 슬러지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쓰레기 줍다가 물이라도 튀면 피부병이 날 정도니까요.” 서호천·영화천 살리기 추진위원회(이하 서영추) 박종아 사무국장의 경험담이다. 서호천의 오염도는 수원의 4개 하천(수원천, 원천천, 서호천, 황구지천) 중 최고 수준. 서호천에만 사는 물고기 ‘서호납줄갱이’는 자취를 감췄고, 3,4급수에서도 끄떡없는 외래종 베스란 녀석만이 유유자적 그곳을 지키고 있다. 상류인 광교산 자락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폐수가 방류되고, 물길이 막힌 탓이다. 그는 지금의 ‘건천(乾川)’을 ‘지천(支川)’으로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되돌려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련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조경하천에 불과하지, 진정한 ‘녹색 살리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자연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나부터 시작하는 생활운동, 주변으로 널리널리 퍼지길
서영추의 전신은 ‘서호천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어릴 적부터 워낙 환경·생태에 관심이 많았던 박종아 씨가 8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카페였다. 그러던 중 신명아파트 동대표 회장님의 제안으로 ‘정자천천지구 42개 아파트입주자대표협회’ 산하조직으로서 지난해 말 발대식을 가졌다. 서영추 회원들은 월 1회 정기모임을 갖고 현장에 가서 청소와 모니터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엔 ‘제1회 정자천천의 날·서호천 살리기 자전거대행진’도 열었다. 주민들의 높은 호응을 보면서 편하게 즐기며 동참할 수 있는 환경운동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 “정말 생활운동이 중요해요. 자신부터 시작해 주변지역으로 번져가는 파급효과는 큰 힘을 발휘하죠.” 그렇다면 그의 일상은 어떨까?
그의 애마는 자전거, 주말엔 가족농장을 일군다. 그 흔한 자가용 없이 농장을 꾸린다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을 터인데 돌아오는 답은 대수롭지 않다. “배낭 하나씩 메고, 버스 타고 다니는데요, 뭘.” 플라스틱 용기에 든 음식 안 먹기, 천연 유기농 야채 식단과 친환경 샴푸, 천연 조미료 사용 등 조금 불편할 텐데도 자신의 신념에 잘 따라주는 가족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요리도 그렇고 아기자기하게 뭔가 하는 걸 좋아한다는 그의 섬세함이 자연의 마음도 찬찬히 읽어주는 모양이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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