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쇼크' 한국 사회 강타

냉전사고 반작용…정당한 평가필요

지역내일 2000-09-06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최고권력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우리사회의 최고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그의 모습이 우리사회에 그대로 투영된 이후 그를 흉내낸 모델이 인기를 끄는가하면 그가 입었던 인민복은 새로운 패션으로 자리잡을 정도다.
'김정일 쇼크'로 불리는 이런 현상은 '아버지의 후광으로 권좌에 오른 정신이상자' 정도로 그를 폄하해온 그 동안의 냉전적 사고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과대평가 또한 과소평가 못지 않게 위험한데다 분단사를 청산하는데 그가 주요한 키를 쥐고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서둘러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의 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통일연구원 전현준선임연구위원의 논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바로 알자-우리가 몰랐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새로운 모습'이 관심을 모은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한국사회문화연구원과 21세기 남북문화연구원이 '북한사회와 인간 김정일을 바로 알자'는 주제로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전위원은 김위원장이 북한체제를 이끌고 갈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운영경험을 충분히 쌓은데다 북한사회의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잘 통제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라고 밝혔다.
전위원은 또 지난 정상회담 당시 김위원장 언행에 대해 우리사회 일각에서 '각본이다' '쇼다'는 평가도 제기되기는 했지만 유교식 교육을 받아 선배에 대한 예우와 의리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그의 이같은 성격은 김주석이 추진하던 모든 일을 그대로 답습하는 등 유훈통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광폭·인덕정치'를 좋아해 한번 인연을 맺으면 장기간 지속시키고 관료가 잘못했을 경우 지위를 박탈하지만 본인이 반성하면 가능한 빨리 복권을 시켜준다고 소개했다. 오진우 오극렬 등의 지위박탈과 복권이 바로 그 대표적 사례라는 것.
이와 함께 그는 즉흥적인 것 같지만 매우 끈질기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라며 의심이 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 해당 '일군'들은 언제든지 전화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위원은 이어 그동안 우리사회에는 선입견 정보부족 등으로 인해 그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폄하됐었다며 김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할 정도로 실사구시적 입장을 취한 만큼 이제는 대화의 주요상대인 그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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