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실주의의 대표적인 학자인 케네스 월츠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는 ‘양극체제안정론’을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두 개의 초강대국이 존재할 때 가장 안정적이라는 이 이론은 소련의 붕괴로 힘을 잃었지만 월츠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지금은 과도기이며 언젠가 양극체제가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인가. 오늘날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예전 소련의 위치를 대체하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양강’의 하나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세기의 결혼식’ 방불 = 지난달 27~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전략경제대화는 미국과 중국, 양강 구도를 축으로 하는 ‘G2 시대’의 서막과도 같았다.
중국 ‘환구시보’는 지난달 28일 “미국이 중국에게 갖춘 예의는 마치 두 강대국이 세기의 결혼을 치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고 논평했다. 이번 회담의 미국측 대표인 힐러리 국무장관과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회담 직전 ‘월스트리트저널’에 나란히 기고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두 장관이 각각 주최한 만찬은 성대했고 힐러리 장관은 중국측 파트너인 다이빙궈 국위원에게 합장을 하며 예절을 갖췄다.
립서비스도 빠지지 않았다. 힐러리 장관은 “중국이 북한문제 해결에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을 대체한 새로운 초강대국이 될 것을 우려한다는 한 인사의 발언에 “그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의 협력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중간 회담에서 대중 압박용으로 자주 등장하던 인권, 소수민족 문제는 크게 거론되지 않았다.
회담의 성과도 적지 않았다. 양국은 경제, 외교, 안보, 군사, 기후변화, 인권 등 전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클린턴 장관은 “21세기를 위한 포괄적이고 긍적적인 협력관계의 기초를 다졌다”고 말했고 왕치산 중국 부총리는 “만족스런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 서방 “G2시대 열린다” = 이번 회담이 향후 역사책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서방언론들은 이미 회담 전부터 G2시대의 개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 센츄리재단 고급연구원이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인 모턴 아브라모비치는 지난달 2일 미국 닉슨센터가 발행하는 ‘내셔널인터레스트’ 인터넷판에 게재한 글에서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경영 파트너가 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5월 19일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기고문에서 “세계 경제, 기후변화, 무역 등 문제에서 중국은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참여 없이는 세계경제 문제도, 기후변화 문제도, 무역 분야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을 하나로 묶은 ‘G2’라는 용어는 이미 1년 전에 등장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프레드 버그스턴 소장은 2008년 7~8월호 ‘디플로머시’에 기고한 글에서 “2006년 12월부터 시작된 미중경제대화가 ‘세계경제질서를 이끄는 양국 집단체제, G2’로 승격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물론, G2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중국의 부상에 따라 미국의 일극체제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은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문제전문 칼럼리스트 로저 코언은 지난 2006년 11월 22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국제질서가 중국과 미국의 양극체제로 가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미국 지배의 일극체제는 과거사가 되고 있다”며 “미국의 일극체제는 새로운 양극체제가 등장하기 전의 17년 정도의 중간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 중국 “공동경영 사절” = 외부의 시각은 중국을 미국과 함께 세계를 경영할 초강대국, 또는 그 유력한 후보로 분류하고 있지만 중국이 이를 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양극체제론’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5월 20일 중-EU 정상회담 참석 중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공동으로 경영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여러 강대국이 공존하는 다극세계 건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가 향후 중?미 공동 관리체제로 나아갈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외교브레인으로 활약한 우젠민 전 프랑스대사도 지난달 1일 ‘21세기경제보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급변하는 새 시대에 선도적인 위치에 있어야 하지만 중대한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국의 역량은 아직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아직 세계를 지도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음을 뚜렷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위용딩 소장도 “미국은 착오를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는 능력이 매우 큰 국가로서 개혁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미국은 더욱 무서운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우리가 득의양양해하면서 자신이 대단하다고 여기며 미국과 같은 자리에 앉으려 한다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고 축소된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G2를 반기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중국을 굳이 G2로 묶으려는 미국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지난 6월29일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이 추구하는 국제표준 및 규범이 현존 질서와 충돌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G2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것은 중국에게 현행 세계질서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책임을 부여해 복종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G20이건, G8이건 간에 전제는 단 하나, 미국이 관리하고 통제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1세기경제보도’ 고급기자인 자오이닝은 1일 칼럼에서 “미국은 어느 누구와도 세계의 주도권을 나눠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중국에 세계 공동경영을 요청해 왔지만 미국 중심으로 세계를 이끌고 가려는 의지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G2의 성격에 대한 규정은 제각각이지만 중국이 초강대국이냐의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사회의 역학관계가 이미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애 리포터 lja36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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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인가. 오늘날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예전 소련의 위치를 대체하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양강’의 하나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세기의 결혼식’ 방불 = 지난달 27~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전략경제대화는 미국과 중국, 양강 구도를 축으로 하는 ‘G2 시대’의 서막과도 같았다.
중국 ‘환구시보’는 지난달 28일 “미국이 중국에게 갖춘 예의는 마치 두 강대국이 세기의 결혼을 치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고 논평했다. 이번 회담의 미국측 대표인 힐러리 국무장관과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회담 직전 ‘월스트리트저널’에 나란히 기고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두 장관이 각각 주최한 만찬은 성대했고 힐러리 장관은 중국측 파트너인 다이빙궈 국위원에게 합장을 하며 예절을 갖췄다.
립서비스도 빠지지 않았다. 힐러리 장관은 “중국이 북한문제 해결에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을 대체한 새로운 초강대국이 될 것을 우려한다는 한 인사의 발언에 “그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의 협력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중간 회담에서 대중 압박용으로 자주 등장하던 인권, 소수민족 문제는 크게 거론되지 않았다.
회담의 성과도 적지 않았다. 양국은 경제, 외교, 안보, 군사, 기후변화, 인권 등 전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클린턴 장관은 “21세기를 위한 포괄적이고 긍적적인 협력관계의 기초를 다졌다”고 말했고 왕치산 중국 부총리는 “만족스런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 서방 “G2시대 열린다” = 이번 회담이 향후 역사책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서방언론들은 이미 회담 전부터 G2시대의 개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 센츄리재단 고급연구원이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인 모턴 아브라모비치는 지난달 2일 미국 닉슨센터가 발행하는 ‘내셔널인터레스트’ 인터넷판에 게재한 글에서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경영 파트너가 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5월 19일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기고문에서 “세계 경제, 기후변화, 무역 등 문제에서 중국은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참여 없이는 세계경제 문제도, 기후변화 문제도, 무역 분야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을 하나로 묶은 ‘G2’라는 용어는 이미 1년 전에 등장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프레드 버그스턴 소장은 2008년 7~8월호 ‘디플로머시’에 기고한 글에서 “2006년 12월부터 시작된 미중경제대화가 ‘세계경제질서를 이끄는 양국 집단체제, G2’로 승격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물론, G2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중국의 부상에 따라 미국의 일극체제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은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문제전문 칼럼리스트 로저 코언은 지난 2006년 11월 22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국제질서가 중국과 미국의 양극체제로 가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미국 지배의 일극체제는 과거사가 되고 있다”며 “미국의 일극체제는 새로운 양극체제가 등장하기 전의 17년 정도의 중간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 중국 “공동경영 사절” = 외부의 시각은 중국을 미국과 함께 세계를 경영할 초강대국, 또는 그 유력한 후보로 분류하고 있지만 중국이 이를 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양극체제론’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5월 20일 중-EU 정상회담 참석 중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공동으로 경영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여러 강대국이 공존하는 다극세계 건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가 향후 중?미 공동 관리체제로 나아갈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외교브레인으로 활약한 우젠민 전 프랑스대사도 지난달 1일 ‘21세기경제보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급변하는 새 시대에 선도적인 위치에 있어야 하지만 중대한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국의 역량은 아직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아직 세계를 지도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음을 뚜렷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위용딩 소장도 “미국은 착오를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는 능력이 매우 큰 국가로서 개혁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미국은 더욱 무서운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우리가 득의양양해하면서 자신이 대단하다고 여기며 미국과 같은 자리에 앉으려 한다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고 축소된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G2를 반기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중국을 굳이 G2로 묶으려는 미국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지난 6월29일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이 추구하는 국제표준 및 규범이 현존 질서와 충돌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G2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것은 중국에게 현행 세계질서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책임을 부여해 복종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G20이건, G8이건 간에 전제는 단 하나, 미국이 관리하고 통제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1세기경제보도’ 고급기자인 자오이닝은 1일 칼럼에서 “미국은 어느 누구와도 세계의 주도권을 나눠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중국에 세계 공동경영을 요청해 왔지만 미국 중심으로 세계를 이끌고 가려는 의지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G2의 성격에 대한 규정은 제각각이지만 중국이 초강대국이냐의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사회의 역학관계가 이미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애 리포터 lja36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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